적자 70% 물류에서 비롯, 인력 배치 경직성도 도마 위…유지·보수 기능 이관 놓고는 ‘갑론을박’
#코레일 하루 이자만 10억 넘어
지난 9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의 부채 규모는 20조 763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은 향후 5년간 감당해야 할 이자 비용만 1조 8550억 원으로 하루에 1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예상되는 코레일의 당기순손실 규모도 1조 2089억 원에 달한다. 한편 지난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의 영업적자는 총 2조 4764억 원에 달했다.
철도노조의 파업도 부실한 재무구조와 유관하다. 코레일 노조는 9월 14일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수서행 KTX 운영, 코레일과 SR의 통합 등을 요구하며 1차 총파업을 벌였다. 9월 21일 예정되었던 2차 총파업은 추석을 앞두고 노사정 합의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코레일은 SR과 분리되면서 알짜 고속철 노선을 떼어준 탓에 재정난 심화를 겪었다. 실제로 SR 개통 직후인 2017년부터 코레일의 영업이익은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분리 직전 3개 연도까지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수서행 KTX 운영 요구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코레일은 일반 철도에서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을 책정한 후 고속철에서 나는 수익으로 이를 교차보조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SR이 수서 노선을 독점하면서 고속철 수입이 줄어들자 코레일은 무궁화호와 새마을호 등 일반철도의 운용을 줄여 대응했다. 지역 주민들의 발이 묶인 셈이다. 코레일 노조 한 관계자는 “철도가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라도 수서 구간에 대한 SR의 독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일의 재무구조를 살펴보면 SR 분리-통합 여부는 지엽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레일의 적자 중 70%가 물류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화물수송 분담률은 점점 줄어들어 2020년 기준 3.9%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 사이 인프라 투자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는 화물 수송 차량인 화차가 부족해 물동량이 더 줄어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벌크나 석탄, 석유, 시멘트 등 철도 운송이 필수적인 부문만 남기고 일반 트럭과 경쟁해야 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레일의 인력 운용의 경직성 또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2017년 당시 2만 8000여 명이었던 코레일 임직원 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인력확충을 거치며 3만 2000여 명으로 늘었다. 매년 대규모 신규채용도 이뤄지고 있다. 2018년 이후 올해 2분기까지 코레일이 신규채용한 숫자는 1만 2489명이다.
적자가 심화하는 데도 인건비 감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코레일은 지역본부 안에서만 인력 순환 배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신설 노선과 관련해 유휴인력을 재배치하는 게 아니라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SR과 코레일을 분리한 게 문제가 아니라 SR이 가져간 노선의 인력을 그대로 두는 게 문제”라며 “경춘선의 ITX나 신설된 서해안선 노선 등으로 배치해야 효율적인데 연고지 근무 관행 탓에 그냥 인력을 새로 뽑고 있다. 방만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코레일이 교차보조를 그만두고 요금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요금을 정상화하고 취약 승객층에게 정기권 할인권을 준다든가 환급을 해주는 방식으로 바꿔 공공성을 기하는 게 낫다”며 “수요응답형 버스라든지 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결합해 운용하는 게 낫지 수요도 없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지속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코레일,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
코레일의 시설 유지·보수 기능을 떼어 내 이관하는 것도 뜨거운 감자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4월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9월 19일 국회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가 이뤄졌다. 2004년 정부는 철도산업 구조개혁을 단행하면서 국가철도공단이 건설 및 시설 개량·관리 업무를 담당토록 하고 코레일이 철도 유지와 보수를 맡게끔 기능을 이원화했다. 철도 운영사가 시설 유지 보수 업무까지 관장하게끔 하려는 취지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SR을 비롯해 공항철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광역철도, 도시철도 등 노선이 계속 늘어나며 복수의 운영사가 철도산업에 진입했다. 조응천 의원실 한 관계자는 “운영사는 많아졌는데 유지·보수는 계속 코레일이 도맡고 있기 때문에 유기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라며 “정책적인 대안을 검토하는 차원에서 개정안을 낸 것이고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당장 코레일에서 유지보수 기능을 전부 떼어낸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코레일 노조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철도의 통합성을 해친다는 논리다. 안전 관련 이슈 때문이다. 앞서의 노조 관계자는 “철도망 전체의 아주 일부밖에 안 되는 구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구간의 시스템 안정성을 해치는 건 옳지 않다”며 “국가철도공단이 가져가는 것도 안전에 도움은 되겠지만 운영과 유지·보수 역시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전국철도망을 관장하던 코레일의 유지·보수 인력들이 쌓아놓은 노하우와 숙련도도 날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코레일이 독점하던 시설 유지·보수 기능을 이관해 경쟁 체제를 공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구교훈 교수는 “유럽에서도 오래 전부터 유지·보수 담당기관을 따로 만들어 업무를 위탁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고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유지·보수 업무에 종사하는 코레일의 인력이 많기 때문에 로드맵을 갖춰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지·보수 기능을 떼어낼 경우 코레일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 임직원 3만 2000명 중 유지·보수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만 9000여 명에 달한다. 유지·보수 인력도 충원 없이 순차적으로 자연 감소될 경우, 인건비 개선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코레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유지·보수에 따른 비용 역시 줄일 수 있다. 코레일이 국가철도공단에 선로사용료를 납부한 후 거기서 다시 유지보수비를 일부 돌려받고 있는 구조인데 보전 비용이 충분치 않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코레일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미 6조 원 규모의 용산 부근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 코레일은 올해도 부산정비단 등 1조 원어치 자산을 추가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자산 매각이 만성 적자 구조 해소에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자산매각은 경영평가할 때마다 매년 나오는 얘기인데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적자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코레일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고속철도 수혜지역을 확대하고 물류사업 효율화 등을 통해 영업흑자를 조기에 달성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용산역세권 개발의 조속한 추진과 신성장사업 확대를 통한 부채 이자비용을 감축하고 공공기관 혁신계획의 적극적 이행으로 조직 인력 효율화 및 경비 절감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