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베트남 터치사업부 매출 급감…지난해 매각 실패, 재추진 여부 관심
올해 상반기 일진디스플레이는 연결 기준 17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776억 원)보다 77% 감소한 액수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63억 원이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2019년, 2020년, 2021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1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겨우 흑자 전환했는데 또다시 올해 상반기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일진디스플레이의 실적 악화는 주력 사업부인 터치 사업부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터치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72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13억 원으로 84%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터치 사업부는 회사 전체 매출의 64%를 차지한다. 터치 사업부는 휴대폰과 태블릿, 자동차전장,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터치스크린패널을 제작한다. 터치스크린패널은 디스플레이 화면을 터치한 위치의 좌표값을 파악하는 장치다.
일진디스플레이 터치 사업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은 베트남이다. 지역별 매출을 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베트남지역 터치 사업부의 매출은 터치 사업부 전체 매출의 99%를 차지한다. 베트남은 일진디스플레이 터치 사업부의 꾸준한 핵심 매출처였다. 일진디스플레이의 대기업 부품 생산공장이 베트남에 주로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일진디스플레이 터치 사업부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도 베트남에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생산한다.
더욱이 일진디스플레이는 터치스크린패널 생산 거점을 평택에서 베트남으로 옮겼다. 기존에 터치스크린패널을 생산하던 평택 공장 생산능력을 축소하고 베트남 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렸다. 베트남은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진디스플레이는 베트남 현지 고객사에 바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의 물량 공급 확대도 노렸다.
하지만 고객사 수요가 줄면서 베트남에서 발생한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70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12억 원으로 84% 줄었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IT 제품 시장 수요가 늘어나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시장이 어렵다”며 “또 중국 터치스크린패널 업체들도 베트남에 많이 현지화해 경쟁 상대도 많이 생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신제품과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베트남타이응웬(SEVT), 삼성전자베트남(SEV), 삼성전자호치민가전복함(SEHC)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3%, 27%, 0.3% 줄었다.
일진디스플레이 매각 재추진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해 일진디스플레이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 계열사가 보유한 일진디스플레이 지분 43.19%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주주 지분매각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매수자가 마땅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디스플레이는 허 회장이 그룹에서 유일하게 최대주주로 남아 있는 상장사라 지분 처리 방법에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이와 관련,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매각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성과가 개선돼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각이 실패했을 당시 시장 조건이나 경제 환경이 여의치 않았을 수도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터치 사업부의 실적 악화는 매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사업부인 사파이어 사업부 실적도 좋지 않다. 사파이어 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64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3억 원) 대비 21%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4억 원에서 마이너스(-) 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사파이어 사업부는 LED용 사파이어 웨이퍼를 만드는 부서다. 특히 사파이어 웨이퍼는 마이크로 LED 제작 과정에 필요하다.
이상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무는 “마이크로 LED 등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기 등 초소형 기기부터 사이니지와 같은 초대형 기기까지 제작 가능하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에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나가는 실정”이라며 “마이크로 LED는 웨이퍼 위에서 만들어 디스플레이 패널로 옮겨 붙이는데 이 전사 방식이 상용화돼 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 개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일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 쪽 일진디스플레이 관계자들과 연락이 쉽지 않아 답변이 어렵다”라고 답했다.
M&A 소식 잠잠한 일진그룹
올해 초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 인재를 양성하고 신제품을 개발해 그룹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M&A(인수합병)와 신기술 개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일진그룹을 둘러싸고는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진그룹은 지난해 차남인 허재명 전 일진머티리얼즈 대표가 이끌던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롯데케미칼에 매각했다. 지난해 5월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4조 원으로 그룹의 상장 계열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컸다. 일진홀딩스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허 회장의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일진그룹에 M&A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실적이 악화된 계열사들도 생겼다. 그룹의 주요 상장 계열사인 일진하이솔루스와 일진다이아몬드는 올해 상반기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이 줄고 적자전환했다.
이와 관련, 일진홀딩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M&A는 항상 검토한다. 하지만 (기업 인수는) 경기와 금리 등 주변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성장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