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코치 덕담에 아들 야구 시작…가족신문 ‘청명일보’ 만들어 성장기 기록도”
강릉고에서 만난 육청명의 아버지 육성철 씨는 아들을 야구선수로 키웠던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 보며 두 아들과 김성근 감독과 만남, 그리고 육청명의 자질을 알아본 김광수 코치의 조언 등에 대해 설명했다.
육성철 씨는 언론사 출신으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 과장을 맡고 있다. 언론사 재직 중에 스포츠 기자로도 활약했던 육 씨는 자신의 유별난 스포츠 사랑이 야구 하는 아들 뒷바라지로 이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육 씨는 육청명의 드래프트 지명 이후 ‘청명일보’란 가족신문을 만들어 육청명의 성장기를 기록했다. 육청명이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난 은인들, 야구인 임재철·박용택과 특별한 인연 등에 대한 글들이 눈에 띈다.
“박용택 해설위원이 선수로 뛸 때 비시즌이 되면 가까운 팬들을 불러 고기를 사준 적이 있다. 그때 청명이가 삼촌과 함께 고깃집에 갔다가 당시 박용택 선수한테 사인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이후 이번 드래프트장에서 박용택 위원과 다시 인사 나눌 수 있었다. 박 위원이 KT에 지명된 청명이에게 “지명은 순서가 있지만 성공엔 순서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깊은 여운을 안겨줬다. 청명이도 박용택 위원의 그 말씀을 가슴 깊이 새겼다.”
야구선수의 부모로 산다는 건 또 다른 인내와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숱한 어려움이 찾아와도 묵묵히 감당할 수 있었던 건 지도자들의 열정적인 코칭 덕분이었다.
“안양 태생인 청명이가 강릉고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최재호 감독님의 각별한 지도 덕분이다. 청명이가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육청명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청명이 엄마가 강릉여고 출신이다. 아내의 선한 영향력과 강릉 지인들의 도움 덕분에 청명이가 강릉고에서의 3년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게 됐다.”
프로 입문을 앞둔 아들이 마냥 대견해 보이면서도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되는 것도 사실이다. 치열한 정글 속에서 아들이 어떻게 얼마나 잘 생존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일들은 아들의 몫이다. 지금까지 부모의 뒷바라지가 필요했다면 프로선수가 되는 순간부터 모든 걸 직접 부딪혀 싸워나가야 한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추운 겨울 얼어붙은 운동장 언저리에서, 때론 가까이, 때론 거리를 두고 야구하는 아들의 성장에 울고 웃었던 아버지는 이제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연습 중이다. 프로 선수로 새로운 챕터를 열어가는 아들의 희로애락을 조용히 묵묵히 응원하면서 말이다.
강릉=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