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 썼지만 성과 부족, 그룹 자금도 많이 들어가…BGF “사업 토대 위해 필요한 일”
홍정혁 사장은 2018년 (주)BGF 상무로 취임하며 BGF그룹의 신사업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BGF그룹과 홍 사장은 신성장동력으로 친환경 소재 사업을 낙점했다. BGF그룹은 2019년 신사업 추진을 위한 법인 BGF에코바이오를 신설했다. (주)BGF와 홍 사장은 각각 BGF에코바이오에 250억 원, 50억 원을 출자했다. BGF에코바이오는 설립 직후 친환경 플라스틱 업체 KBF를 33억 5000만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건준 전 (주)BGF 사장(현 BGF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은 BGF에코바이오 설립 당시 “친환경 소재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크게 성장하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에코바이오 산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과 더불어 회사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후 BGF그룹은 지난 몇 년간 소재 관련해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BGF그룹은 2021년 플라스틱 소재 업체 코프라를 약 1800억 원에 인수했고,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에 약 7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코프라에 총 25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BGF그룹이 2017년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 투자였다. 이어 2022년 1월에는 재활용 소재 전문 기업 신일테크를 55억 원에 인수했다(관련기사 [단독] BGF 계열분리 서막? 플라스틱 소재 업체 ‘코프라’에 힘 싣는 까닭).
BGF그룹은 2022년 12월 BGF에코바이오와 코프라 두 회사를 합병시키며 BGF에코머티리얼즈를 출범시켰다. 홍정혁 사장은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BGF그룹의 소재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올해 8월 소재 전문 기업 KNW를 5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올해 상반기 16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코프라는 BGF에코바이오와 합병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매출 1268억 원 영업이익 80억 원을 거뒀다. 그런데 합병 후인 올해 상반기, BGF에코머티리얼즈는 매출 1345억 원, 영업이익 81억 원을 기록했다. 합병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았던 셈이다.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주요 제품은 고기능성 폴리머 소재다. 고기능성 폴리머 소재는 자동차 부품과 전기·전자 분야에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실적 전망도 낙관할 수 없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기로 소비가 둔화됐는데 자동차의 경우 이미 일정 수준 이상 보급이 됐기 때문에 자동차 수요는 다른 소비재보다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GF에코머티리얼즈는 투자 진행 과정에서 (주)BGF의 도움을 받았다. 일례로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지난 8월 KNW 인수를 위해 약 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이 중 395억 원을 (주)BGF가 출자했다. 이 때문에 (주)BGF 주주들 사이에서는 “전망도 좋지 않은 곳에 투자를 지속한다”는 비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BGF그룹이 신사업보다는 BGF리테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BGF리테일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조 610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3조 9478억 원으로 9.33% 늘었다. 하지만 편의점업계의 업황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 상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BGF리테일은 연매출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하는 BGF그룹 핵심 계열사다. BGF리테일이 흔들리면 BGF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구나 BGF리테일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06.06%에서 올해 6월 말 222.37%로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도 불안하다는 평가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BGF리테일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종료되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정상화되고, 소비자의 소비는 슈퍼나 식당 등 다른 유통·소비 채널로 일부 분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편의점 산업의 객수(구매가 발생한 건수)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되고 있고, 이러한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BGF그룹은 BGF에코머티리얼즈 투자를 가속화하려는 분위기다. BGF그룹 관계자는 KNW 인수 당시 “BGF그룹은 소재 산업 시장에 성공적인 안착으로 신사업 운영 역량을 증명한 것에 더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일환으로 인수를 추진했다”며 “BGF그룹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재 사업 기회 발굴을 통해 그룹의 중장기적 성장을 도모하고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BGF그룹의 투자를 두고 홍정혁 사장의 입지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석조 회장은 장남 홍정국 BGF리테일 사장과 차남 홍정혁 사장을 자녀로 두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BGF그룹이 추후 계열분리를 진행해 홍정국 사장이 유통 사업, 홍정혁 사장이 비유통 사업을 맡을 것으로 내다본다.
홍석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주)BGF 지분 일부를 홍정국 사장과 홍정혁 사장에게 시간외거래 형식으로 넘긴 바 있다. 이후 BGF그룹의 경영승계가 임박한 것이라는 뒷말이 나돌았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홍 회장의 지분 매매 당시 “2세 경영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BGF리테일과 BGF에코머티리얼즈의 기업 규모는 현재 상황에서는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다. BGF리테일의 자산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3조 1552억 원이지만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자산총액은 3869억 원에 불과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장남이 무조건 경영을 승계하는 것은 옛날 문화”라며 “최근에는 대기업 총수들도 자녀 각각에게 균등하게 사업을 배분하고, 갈등을 피해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BGF그룹 관계자는 “BGF에코머티리얼즈는 사업 초기 단계로 당장 실적을 판단하기는 이른 것 같고, 사업의 토대를 위해 필요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계열분리설과 관련해) 현재는 사업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