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방사선 피폭량 측정 기준 없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부장판사 정찬우)는 19일 이모 씨 등 소비자 478명이 대진침대와 DB손해보험,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47억 8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진침대가 매트리스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방사성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제품을 규제하는 법령이 없었다”며 “안전관리법이 일부 개정된 2019년 1월 15일 이전까지는 방사성 물질을 원료로 사용한 가공제품 중 제조 또는 수출입이 금지되는 제품이 구체적으로 규정돼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진침대가 제조‧판매한 매트리스가 당시 기술 수준에 비춰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매트리스 제조 및 판매 행위가 관련 법령에 저촉되는 등 법질서에 반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라돈과 같은 방사성 물질은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는 물질로 일상생활 중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사건 관련 매트리스로 인한 연간 최대 피폭선량이 13mSv(밀리시버트)로, 저선량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라돈에 노출된 경우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매트리스와 같은 가공제품에 대한 조사계획 수립 및 시행 의무를 소홀히 했다거나, 조사 결과 매트리스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음이 확인됐음에도 관련 조치를 소홀히 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라돈침대 사태’는 지난 2018년 5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 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시작됐다. 라돈은 폐암 원인 중 하나로 집 주변에서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다. 당시 원안위는 해당 매트리스에서 방사선 피폭선량이 기준치를 최고 9.3배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 씨 등 소비자 480명은 같은 해 7월 대진침대와 보험사, 국가 등을 상대로 각 1000만 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소비자 2명은 소를 취하했다.
앞서 다른 소비자들도 대진침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심에서 패소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