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책임 지는 게 당연…롯데는 나아질 거라 확신”
롯데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게 1999년이 마지막으로 벌써 2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후 롯데가 가을야구 무대에 선 건 2017년 조원우 감독이 있을 때가 유일했다. 2017년 이후 롯데의 순위는 7-10-7-8-8-7에 그치며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롯데는 2011년 양승호 감독 이후 무려 6명의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거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올 시즌도 래리 서튼 감독의 중도하차로 이종운 감독대행이 남은 시즌을 이끌었다.
롯데는 마침내 선수단 장악력이 뛰어난 김태형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맞이했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관심을 나타낼 만큼 감독 후보군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지도자였다. 덕분에 롯데의 감독 선임 과정은 매우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최근 롯데는 이미 김태형 감독과 감독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들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당시 롯데 이강훈 대표는 “김태형 감독이 유력한 후보지만 아직 만난 적도 없다”는 입장으로 서둘러 진화에 나섰는데 야구계에선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성민규 단장이 김태형 감독을 적극 추천했다는 말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성민규 단장뿐만 아니라 롯데 내부에서도 김태형 감독을 가장 많이 추천했고, 다른 후보군들도 있었지만 그중에서 김태형 감독이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직접 김태형 감독에게 연락을 취해 만난 걸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20일 김태형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공식 발표하면서 ‘차기 단장 선임 과정 중에 있다’는 문구로 성민규 단장과의 동행이 끝났음을 알렸다.
2019년 9월 롯데는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스카우트 출신인 성민규 단장을 신임 담장으로 발탁하는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성 단장은 당시 취임 일성으로 3년 안에 우승을 다툴 수 있는 전력을 만들고, 5년 안에는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신인 선수 육성과 퓨처스리그 구장 인프라 개선, 메이저리그 시스템 도입 등 일명 ‘성민규 프로세스’를 내세우며 롯데 팬들의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성 단장의 프로세스는 비난에 직면했다.
결국 롯데는 1년 임기가 남아 있는 성 단장을 경질하는 걸로 방향을 정했다. 김태형 감독의 롯데행이 발표된 20일, 전화 연결이 된 성민규 단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현실을 받아들였다.
“단장을 맡아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팀을 나오게 됐지만 롯데는 지금보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김태형 감독님이 오셨고, 실력있는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 나아질 거란 확신이 있다. 단장은 욕먹는 자리다. 그래서 비난의 중심에 있었던 게 원망스럽진 않다. 누가 뭐라고 하든 소신껏 일했으나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건 당연하다. 롯데 몸담으면서 회장님의 야구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이젠 구단 밖에서 롯데를 응원하겠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