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신청 시점 고민…현지 매체 “다년 계약 기준 몸값 5000만 달러 이상 받을 듯”
최근 키움 팬들과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서 고별전을 갖고 더그아웃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팬들과 직접 작별 인사를 가진 이정후에 대한 MLB 관심이 뜨겁다 못해 델 정도다. MLB 스카우트들은 이정후가 부상당하기 전까지 시즌 내내 그의 경기를 보기 위해 고척돔을 방문했다. 지난 7월 말 발목 신전지대 부상과 수술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정후가 성공적인 재활을 거치며 서서히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스카우트들은 다시 고척돔을 찾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피트 퍼텔러 단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10월 10일 고척 삼성전 8회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의 경기를 현장에서 관찰한 바 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MLB 문을 노크한다. 2023시즌 종료 후 이정후가 포스팅을 신청하면 KBO를 통해 MLB에 포스팅이 공시된다. 공시되는 날로부터 30일 동안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두가 이정후와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이정후와 에이전트는 영입을 제안한 팀들의 조건을 모두 받은 다음 비교 분석해서 최종 선택한다. 2020시즌 마치고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김하성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정후의 MLB 진출은 한국은 물론 미국 매체들도 비중 있게 보도하는 중이다. 이정후한테 적극적으로 관심을 드러내는 팀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김하성이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양키스, LA 에인절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다양한 취재를 통해 이정후한테 관심을 쏟는 팀들을 소개하고 있다.
스포츠 전문 매체인 ‘디애슬레틱’은 최근 ‘양키스가 두 명의 국제 스타를 영입하려고 할 것인가’란 내용의 기사에서 이정후와 일본의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버펄로스)에 대한 분석을 소개했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시즌을 빨리 마쳤지만 85경기에서 타율 0.319, 6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면서 ‘MLB 구단들이 이정후의 탄탄한 외야 수비와 삼진(304개)보다 볼넷(383개)이 많은 통산 기록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평소 한국 야구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파한 자이디 사장도 NBC 스포츠 베이 에리어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이정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정후의 몸값은 어느 정도로 형성이 될까. 이정후의 에이전트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노 코멘트’란 입장이다. 선수 측에서 먼저 예상하는 금액을 공개하기 어렵고, 아직은 포스팅 신청 시점도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측은 포스팅 신청 시점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즉 MLB 월드시리즈 종료 후 선수가 원하는 시점에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신청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수 있는 터라 포스팅 신청 시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 참고로 김하성은 2020년 12월 1일 포스팅 시스템 절차가 개시됐고, 12월 29일 김하성과 샌디에이고가 입단 합의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MLB 팀들의 이정후 영입전이 치열해질수록 이정후의 몸값이 높아지겠지만 5~6년 등 다년 계약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소 5000만 달러 이상은 받을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김하성이 4+1년 3900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했는데 이정후는 그 이상은 분명하고, 영입전에 뛰어든 팀들이 많을수록 계약 기간과 몸값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팀도 이정후 영입에 관심이 높은 터라 몸값 관련해선 눈치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과정이 굉장히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