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후보군 리스트에 포함…“성 단장과 관계 좋지만 일부에서 롯데 출신을 지도자로 밀어” 얘기도
지난겨울의 롯데는 스토브리그 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렸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과 5년 최대 90억 원 비FA 다년 계약을 맺었고, 유강남(4년 80억 원), 노진혁(4년 50억 원), 한현희(3+1년 40억 원) 등 자유계약선수(FA) 3인을 영입하는데 총액 260억 원을 투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롯데는 6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에 실패했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구단도 롯데다.
올 시즌 롯데는 2021년 5월부터 롯데를 이끈 래리 서튼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큰 혼란을 경험했다. 공식적으로는 두통과 어지럼증 등으로 서튼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일부에서는 성적 부진에 따른 경질이 아니겠느냐는 시선도 존재했다. 이후 공석 중인 롯데 사령탑은 이종운 1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 것으로 급한 불을 껐다.
2023시즌이 종료되면 롯데의 가장 큰 ‘숙제’는 차기 감독 인선이다. 이종운 감독대행이 다음 시즌에도 사령탑을 맡는 건 어려워 보인다. 이미 롯데는 그룹 내부에서 차기 감독 후보 리스트를 작성해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롯데 팬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두산 베어스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김태형 SBS 스포츠 야구 해설위원. ‘두산 왕조’를 이끌었던 김태형 위원은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팀 팬들도 폭발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감독 후보군이다. 우스갯소리로 올 시즌 FA 최대어는 선수가 아닌 김태형 위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김태형 위원은 단순히 팬들의 ‘니즈’로만 감독 후보로 꼽히는 걸까. 절대 그렇지 않다. 실제 롯데 구단 내부에서도 감독 후보군 리스트의 상위권에 김태형 위원 이름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구단이 감독 김태형을 필요로 한다면 가장 큰 이유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꼽을 수 있다. 김태형 위원은 두산 시절 ‘곰탈여우’라는 별명의 소유자다. 즉 곰의 탈을 쓴 채 여우 같은 세밀한 수 싸움이 감독 김태형의 장점이었다.
역대 감독들 중 롯데 팬들이 가장 좋아했던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였다. 팬들은 로이스터의 ‘NO FEAR’(두려워하지 않는) 야구에 열광했다. ‘자인언츠’란 팀명처럼 선이 굵고 호쾌한 야구가 롯데 색깔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김태형 위원이 감독 시절 보인 지도 스타일이 앞으로 롯데를 변화시킬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게 롯데 팬들이 김태형 위원을 밀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야구계에선 카리스마로 대변되는 김태형 위원과 메이저리그식 야구를 표방하는 성민규 단장의 색깔이 어우러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점을 나타낸다. 성 단장이 롯데 단장 취임 후 롯데 감독을 맡은 지도자의 유형을 살펴보면 허문회, 래리 서튼 등 카리스마보다는 선수 친화적이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보인 인물이었다. 일부에선 성 단장이 감독 김태형의 지도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요신문 취재에 의하면 김태형 해설위원과 성민규 단장은 김 위원이 SK 배터리 코치를 맡았던 2012년부터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관계를 잘 알고 있는 한 야구인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성민규 단장과 김태형 감독이 친하다”면서 “그 인연이 오래됐고, 야구인 선후배로 골프도 치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야구인은 “내가 알기로는 성 단장도 롯데 차기 감독으로 김태형 해설위원을 적극 밀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성 단장은 롯데의 분위기 쇄신과 변화를 이룰 적임자로 김태형 해설위원만 한 지도자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롯데는 지난 6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배영수 투수코치를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2군 총괄(감독대우)로 내려보내고 이종운 2군 감독을 1군 수석코치로 올린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롯데는 10경기 2승 8패를 기록하며 4위를 지키기도 버거워 보였다. 그런 가운데 래리 서튼 감독과 배영수 코치의 갈등이 외부로 흘러나왔고, 급기야 ‘항명’ ‘월권’ 운운하는 소문이 나돌았다. 당시 미국 출장 중이던 성민규 단장이 급히 귀국했을 정도로 이 문제는 나름 심각했다. 배 코치가 상동(2군)행을 받아들이면서 일단락됐지만 2개월 후 서튼 감독은 건강 이상으로 자진 사퇴했고, 배 코치는 2군 총괄을 맡아 분주히 움직이며 선수들을 챙겼다.
배 코치는 현역 시절 통산 138승을 올리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손 투수로 활약했다. 삼성 라이온즈 시절 한국시리즈 7회, 두산 베어스에서 1회 우승을 거머쥔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만 8개를 소유하고 있다. 두산에서 은퇴한 그는 2020년 두산에서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21년, 2022년에는 1군에서 불펜코치와 투수코치로 활약했다. 김태형 해설위원이 롯데 사령탑에 오른다면 배영수 코치는 자신을 지도자로 이끈 김 해설위원과 절묘한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롯데 구단 일부에서 김태형 해설위원처럼 외부에서 감독을 데려오기보다 롯데 출신들 중 지도자로 잘 성장한 야구인을 차기 감독으로 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또 다른 야구인은 “성 단장은 김태형 전 감독을 적극 밀고 있고, 다른 세력들이 그들이 원하는 야구인을 차기 감독에 앉히려고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의 스토브리그는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