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들 실적 부진 속 키움증권 5000억 손실…김익래 전 회장 장남 경영 전면 등장 가능성
#영풍제지 한 종목에서 4943억 미수금
키움증권 주가는 10월 20일 10만 300원에서 10월 23일 7만 6300원으로 23.93% 하락했다. 현재도 키움증권의 주가는 8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주가 폭락의 원인은 영풍제지 사태다. 키움증권은 지난 10월 20일 장 마감 후 영풍제지 한 종목에서만 4943억 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키움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 4258억 원보다도 큰 수치다.
영풍제지는 올해 주가가 800% 이상 올랐다가 최근 하한가를 기록했다. 영풍제지는 갑작스러운 하한가에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현재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이들은 키움증권 계좌 100여 개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가조작에 가담한 이들은 키움증권 계좌 미수거래에 대한 증거금률이 40%였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주식 거래 후 이틀 뒤에 실제 결제가 이뤄진다. 이 이틀 사이에는 증거금(주식 또는 파생상품거래에서 결제를 이행하기 위한 보증금)만 계좌에 두면 된다. 키움증권이 밝힌 4943억 원의 미수금은 증거금 40%를 제외하고, 받지 못한 60%의 자금을 뜻한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미수금 미납 시 강제 처분)를 통해 손실액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금액을 회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수금이 거래 정지 직전 영풍제지 시가총액인 1조 5757억 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또 증권가에서는 영풍제지가 거래가 풀리는 즉시 폭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가 거래정지 해제 후 지난해 말 수준 주가로 돌아가면 (반대매매로) 회수 가능한 금액은 1285억 원으로 최대 손실액은 3658억 원이 된다”고 분석했다. 영풍제지 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더 떨어진다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번 사태로 키움증권의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요 증권사 중 키움증권만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키움증권을 제외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로 올려놨었다. 영풍제지 주가가 폭등하자 개인투자자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개인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키움증권이 개인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키움증권은 지난 7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개설 시 명의를 확인하지 않고 손실 위험 분석 결과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금감원) 제재를 받은 적도 있다. CFD는 연초 SG발 주가폭락 사태에 악용된 제도로, 증거금 40%만으로 투자가 가능한 파생 상품이다.
키움증권과 김익래 전 회장이 SG 사태로 수사를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SG발 주가폭락 사태 당시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다우데이타 주가도 폭락한 바 있다. 김 전 회장은 주가 폭락 직전 605억 원 상당의 주식을 현금화했고, 김 전 회장 형도 폭락 전 15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주가 조작을 사전에 인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키움증권이 자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이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사실상 방치했다고 주장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모두가 영풍제지가 수상한 주식이었던 점을 알고 있었다”며 “키움증권 스스로 자사 계좌를 통해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한 점에서 내부에 공범이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10월 23일 영풍제지와 모회사인 대양금속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키움증권과 주가조작 세력의 연결고리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증권가에서는 검찰 수사가 언제든 키움증권을 향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베일에 싸인 김동준 대표
다우키움그룹의 또 다른 한 축인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도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금리 인상과 유동성 감소에 따른 불경기가 꼽힌다. 다우키움그룹의 콘텐츠 제작 계열사 키다리스튜디오는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에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936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825억 원으로 11.88% 감소했다. 또 키다리스튜디오는 지난해 상반기 9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2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우키움그룹의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의 실적도 악화 중이다. 사람인의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763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669억 원으로 12.38%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0억 원에서 151억 원으로 41.88% 감소했다. 이는 불경기로 채용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모바일 시대가 열리며 구직 양태가 바뀐 점도 장기적인 성장성을 어둡게 한다.
다우키움그룹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수습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익래 전 회장은 지난 5월 회장직을 내려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현 분위기에서 조기 복귀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에서는 김 전 회장의 장남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에 주목한다. 김동준 대표는 공개된 사진조차 없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인 (주)이머니 지분 33.13%를 가진 최대주주다. 승계 밑작업을 이미 끝낸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SG증권과 영풍제지 사태를 계기로 김동준 대표가 다우키우그룹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김 대표가 운영해온 키움인베스트먼트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해왔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키움인베스트먼트의 매출은 2021년 192억 원에서 2022년 102억 원으로 46.88% 줄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93억 원에서 19억 원으로 79.57% 감소했다.
이와 관련,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될 수 있다”며 “추후 손실과 관련한 확정사항이 있을 경우 재공시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외의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