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들이 입고해 놓는 방식 CLS 점유율 상승세, 수수료 부담은 뒷말…쿠팡 “셀러 만족도 높아”
#아마존이 성공한 길 따라가는 쿠팡
국내 택배 물동량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국토교통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41억 2300만 건으로 2020년에 비해 23% 늘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물동량은 2020년 대비 45%가량 늘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쿠팡의 물류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서비스(CLS)의 점유율이다. CLS의 점유율은 2022년 12.7%에서 2023년 8월 말 기준 24.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간 2~4위 사업자였던 롯데택배, 한진택배, 로젠택배를 단숨에 제치고 2위 사업자로 자리잡은 셈이다. 부동의 1위였던 CJ대한통운의 아성도 위협받고 있다. 2020년 50.1%로 국내 택배 물량의 과반을 점유했던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CLS 통계가 집계되면서 2023년 8월 말 기준 33.6%로 내려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CLS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향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쿠팡 로켓배송은 판매 상품을 쿠팡이 직접 구매해서 물류창고에 보관한 뒤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이었다. 덕분에 배송 시간을 하루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로켓그로스는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들이 판매 상품을 쿠팡의 물류 창고에 입고시킬 수 있도록 개편한 시스템이다. 기존 오픈마켓 셀러들은 창고를 별도로 임차해 상품을 보관하고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포장해 별도 계약한 택배사를 통해 부쳐야 했다. 배송에는 평균 2~4일 이상이 소요됐다.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는 셀러는 제품을 쿠팡의 물류창고에 입고만 시켜두면 로켓배송과 동일한 시스템을 누릴 수 있다. 쿠팡에서 포장과 배송, 재고관리까지 해주면서 번거로운 과정을 단축시켜주기 때문에 입점 셀러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로켓그로스 같은 이커머스 풀필먼트 시스템은 미국 아마존의 성공 요인으로도 꼽힌다. 700조 원에 달하는 아마존 매출 비중 중 22.4%가 로켓그로스와 유사한 형태인 FBA(Fulfillment By Amazon) 수수료 매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이 이미 성공한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그 전까진 쿠팡이 자사의 물건을 배송하는 개념이었다면 로켓그로스는 본격적으로 배송을 대행해주는 3자 물류 사업이기 때문에 기존 택배사들의 먹거리를 위협한다. CJ대한통운, 롯데택배, 한진택배 등을 이용하던 쿠팡의 입점 셀러들이 다루는 물량은 연간 10억 건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연간 택배 물량의 거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들을 붙잡지 못하면 기존 택배사들의 점유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택배업계에는 2022년 5월에 이미 한 번 지각변동이 일었다. 5대 광역시 이외의 로켓배송 물량을 쿠팡에게서 위탁받고 있던 한진택배와 쿠팡이 결별하면서다. 쿠팡이 떠나면서 한진은 전체 택배 물량의 7~8%가량을 잃었고 점유율 면에서 롯데택배에 밀려났다. 향후 로켓그로스 영향력이 확대되면 순수 물류 회사인 한진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택배를 운영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그룹 산하의 자회사로 내부의 유통사업군을 통해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적지 않다. 한진에 비해서는 로켓그로스 확대에도 버틸 체력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대한통운 역시 한진택배처럼 순수 물류기업이지만 네이버와 제휴를 맺어 고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쿠팡처럼 네이버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이저 브랜드 업체 상품들을 CJ대한통운 물류센터로 확보하고 주문이 들어왔을 때 바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물류 인프라도 압도적이다. CJ대한통운의 곤지암 메가허브 풀필먼트는 아시아 최대 규모 물류기지로 꼽히고 전국에 14개 허브터미널과 269개 서브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업계 최초로 화물 자동분류기 휠소터를 설치해 인건비를 낮췄다. CJ대한통운이 호락호락하게 업계 1위 자리를 내주지는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장기적으로는 투자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쿠팡 1위 가능성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있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물류는 인프라 싸움이고 누가 얼마나 많이 투자해 규모의 경제로 단가를 낮출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쿠팡은 성공적인 사업모델을 증명했으니 앞으로도 더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것이고 수년 내에 역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수료 부담" vs "셀러에겐 이득"
로켓그로스의 성장을 두고 뒷말도 나온다. 로켓그로스의 수수료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로켓그로스 수수료는 평균적으로 30%가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 오픈마켓에서 평균적인 판매 수수료는 10% 남짓이다. 쿠팡 셀러들 중에서도 연간 수천 건 이상 배송하는 대형 셀러들의 경우 직접 재고 관리와 운영, 배송 등을 감당할 수 있지만 로켓그로스에 입점하지 않으면 배송시간 경쟁력에서 밀리거나 상위노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높은 수수료 부담에도 제휴를 맺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셀러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빠르게 제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해당 셀러의 물건을 더 자주 구매하게 되는 유인이 생기는 효과가 있다”며 “재고 관리나 반품 같은 번거로운 작업까지 위탁하는 셈인 만큼 이용료를 낸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익성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은 “수수료에 대해서는 좀 더 전략적인 결정이 필요한데 향후 물류가 더 효율화됨에 따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로켓그로스를 통해 셀러들이 아무런 물류 투자 없이 상당한 편의를 누릴 수 있게 된 건 사실이다. 쿠팡 물류센터는 지금도 공간이 많이 비어 있어 앞으로도 서비스를 훨씬 키울 수 있다”며 “쿠팡의 물류 경쟁력이 택배업을 비롯해 커머스 산업 전체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얼마나 빨리 배달되느냐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고 당분간 속도 경쟁이 계속될 건데 기존 업체들이 과연 당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쿠팡 관계자는 “셀러들이 물건을 입고만 해놓으면 포장, 배송, 반품, 교환, 재고관리 등 번거로운 일을 도맡아 해주기 때문에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는 셀러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셀러들이 상품을 로켓에 태울 수 있게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