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발 ‘지라시’는 루머로 끝나…문제의 유흥업소 출입만 거론돼도 이미지 치명타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사 선상에 오른 유명인은 이선균과 지드래곤, 각종 마약 논란의 중심에 있던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씨, 탑 대마초 사건 등에 연루됐던 한서희 씨, 방송인 출신 작곡가 정다은 씨 등이다. 이들과 함께 이선균과 지드래곤에게 마약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불구속 입건된 의사 B 씨를 포함, 총 10명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최근 인천세관에서 붙잡힌 한 마약 사범의 진술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불법 밀수한 마약 등을 토대로 조사를 이어가던 중 그가 마약을 제공하는 이들 가운데 강남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한 ‘마약 네트워크’가 있다는 것을 파악, 거기서 마약 고객이자 또 다른 공급책으로 지목된 A 실장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수사가 확대됐다는 것이다.
A 실장은 유흥업소와 자신의 집에서 올해 초부터 이선균과 함께 마약을 투약하고 이를 빌미로 이선균을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근 A 실장을 공갈 협박 등 혐의로 고소한 이선균 측에 따르면 A 실장은 이선균을 협박해 약 3억 5000만 원 상당을 뜯어냈다. 게다가 10월 21일 구속된 A 실장의 은신처 오피스텔에서는 대마를 직접 재배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A 씨는 또 다른 유명인의 이름을 언급했다. 2011년 대마 흡연 의혹이 불거졌던 지드래곤이었다. 10월 25일 지드래곤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정식 수사를 앞두고 있다. 다만 A 씨를 통해 지드래곤이 특정되긴 했지만, 앞선 이선균의 마약 투약 사건과는 관계없는 별건이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보도 이틀 만인 10월 27일 새벽,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해지를 한 뒤 정식 소속사가 없는 지드래곤이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그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김수현 변호사를 통해 공개된 공식입장에서 지드래곤은 “저는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관한 뉴스 보도 내용과도 무관하다. 다만,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계심을 알기에 수사기관의 조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보다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드래곤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경찰을 통해 공개되기까지 다른 연예인들이 이른바 ‘이선균 리스트’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발 지라시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와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 등에서 “이번에 여자 아이돌 마약 진짜 큰 거 온다. 한 명은 1세대 아이돌로 유부녀인데 다른 한 명은 현직 메이저 걸그룹 멤버 중 하나다. 친누나가 연예부 기자라서 알려줬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가수 겸 작곡가 박선주, 르세라핌 김채원, (여자)아이들 소연 등 각종 걸그룹 멤버와 여성 가수들의 이름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유포되기 시작했다.
특히 일베에서는 한 이용자가 언론사의 기사를 조작해 인기 걸그룹 출신 배우가 마약 수사를 받고 있다는 지라시를 올려 논란이 됐다. 결국 두 루머에 대해서는 인천경찰청이 직접 나서 “사실과 전혀 다르며 현재까지 공개된 이들 외에 추가 입건된 연예인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현재 해당 루머를 조작, 유포한 네티즌들은 글을 삭제하고 잠적한 상태이나 피해를 입은 소속사와 연예인들은 명예훼손 고소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런가 하면 한 소규모 인터넷 매체는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이 마약 사건이 불거진 유흥업소의 단골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소속사 빅히트뮤직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무분별한 루머 유포에 강경 대응하겠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경찰이 추가 입건된 연예인이 현재로선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름이 거론된 연예인의 소속사도 즉각 대응에 나서며 루머는 어느 정도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강남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수사가 확대될 경우 더 많은 연예인이 언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폐쇄적인 업소다 보니 들어가기 위해서는 새끼마담인 실장을 직접 통하는 게 아니면 기존 회원(고객)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이 ‘추천’으로 엮인 다른 연예인 회원들이 더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엔터사 관계자는 “이미 소속사들 사이에서도 어떤 연예인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더라, 그 가게는 연예인 누가 단골인 곳이라더라 하는 말들이 돌고 있다. 완전히 살얼음판”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마약 범죄와는 아예 관련이 없더라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곳의 고객이었다는 사실만 확인돼도 이미지에 치명타”라며 “특히 현재 수사 대상자 가운데 이름이 알려진 ‘마약 유명인’들은 연예인들과도 상당히 관계가 깊은 인물들이어서 이 사건과는 관련이 없더라도 (연예인 이름이) 줄줄이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저희로서는 추가 입건 연예인이 없다는 경찰의 완전한 수사 종결을 기다리는 것 외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조만간 이선균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마약 시약 검사와 스마트폰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착수하고, 이선균과 지드래곤 모두에 출국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