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언어폭력, 학업 스트레스로 심리적 고통 호소…초등학생 15%가 위험군, 비율 점점 높아져
“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어.” 많은 부모님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혹시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섣불리 이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학교는 아이들에게 천국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후베이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은 중국 전역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한 교사가 ‘위챗’ 단체 게시판에 특정 학생이 제출한 과제의 사진을 올리며 “너는 고아니? 아무도 신경을 안 쓰나 보지”라고 말했다. 이 게시물을 캡처해 올린 다른 학생은 “도대체 선생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학교 측은 이 글을 쓴 사람은 교사가 맞다고 인정하며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학교 관계자는 “표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교사와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교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비슷한 사례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초등학생을 둔 한 어머니는 “우리가 어릴 때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회초리를 맞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회초리가 있어야만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여겨지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체벌은 금지됐다. 그 후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언어로 폭력을 쓰는 일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회초리를 사용한 체벌보다 언어 등에 의한 폭력이 아이들에게 더 큰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때려서라도 가르친다’에서 ‘뭘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기조로 바뀌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또 다른 어머니는 “과거 학교에서 했어야 할 교육까지 지금은 가정으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교사가 단지 책만 읽어주는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를 키우기 더욱 어려워졌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업에 대한 부담감도 아이들의 우울증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최근 한 방송 시사 프로그램은 유명 소아정신과 병원의 이례적인 현상을 보도해 큰 파장을 낳았다. 지난 9월 개학 후 매일 수백 명의 학부모가 자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12월까지 예약이 모두 꽉 찬 상태였다. 베이징대학 아동정신과 교수는 “하루에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수가 한계에 달했다. 초등학교 개학 후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개학 후 아이들은 학업, 숙제는 기본이고 각종 경시대회와 과외활동 등에 참여해야 한다. 취미활동조차 점수로 매기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아이들은 처음 만나는 친구, 교사 등과 좋은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아이들이 우울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베이징대 6병원 소아정신과 의사 린홍은 “처음엔 부모나 학생 모두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개학 후 2주가 지나면 정말 학교에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그제야 부모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온다”고 말했다.
의사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대부분 불안, 우울을 넘어 공포감까지 느꼈다.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거나 학업 스트레스, 가정형편과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각자 이유는 달랐지만 깊은 곤경에 빠져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호소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린홍은 “아이의 심리적 문제에 대해 많은 부모들은 ‘어린 나이에 무슨 스트레스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 아이를 정신과에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해 주변의 눈치를 본다. 아이에게 너무 나약하다고 핀잔을 줄 때도 있다. 이런 부분들이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어린 아이들의 심리 건강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심리적 질병은 육체적인 것과 달리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지나치기 쉽지만, 이를 방치하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아동정신과에 아이들이 몰리는 것은 학부모, 교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발표된 우울증 통계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2만 명의 중국 초등학생 중 15%가 우울증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4%는 이미 심각한 우울증 단계였다. 2019년 ‘국민 우울증 조사’에서도 9000만 명의 중국 우울증 환자 중 절반이 초중고 학생이었고, 그중에서도 초등학생 비율은 갈수록 올라가는 추세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생들의 과도한 학업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학입시가 치열해지고 수능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초등학생들은 일찌감치 학업 전선에 내몰렸다. 과거보다 외워야 할 영어단어와 독서량은 늘어났다. 신나게 뛰어놀아야 할 초등학생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