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30개 직업 체험 영상 올려 인기…연극배우 최장 체험, 시골마을 찻집 알바 최고 조회수 기록
칭다오 출신의 츠자오는 지난 2월경 근무하고 있던 미디어 관련 회사를 그만두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돈을 떠나 어떤 일을 해야 만족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는 츠자오는 일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홈페이지에 올렸다.
예상을 넘는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이참에 츠자오는 다양한 직업을 직접 체험해보는 동영상을 꾸준히 올려보기로 했다. 생소한 ‘직업 체험사’로서의 출발이었다. 츠자오는 “어렸을 때부터 다큐멘터리, 인문·사회적인 것을 좋아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른 삶을 사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다양한 문화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은 나에게 매력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초창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섭외였다고 한다. 대부분의 회사가 츠자오의 제안을 거절했다. 며칠간 체험만 하고 그만두겠다는 츠자오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설령 출근을 하더라도 “왜 영상을 찍느냐”며 촬영을 금지하는 회사들도 있었다. 츠자오는 “100개 회사가 있다면 5개 정도만이 나의 직업 체험을 받아들였다. 출근 성공률은 5% 미만이었다”고 말했다.
츠자오가 올린 영상들의 반응이 뜨겁자 성공률은 상승했다. 홍보를 위해 먼저 츠자오에게 체험을 부탁하는 업체와 직업군도 늘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직업들이 대기 중이라 츠자오는 “보다 흥미로운 영상들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츠자오는 지금까지 약 30개의 직업을 체험해 동영상을 올렸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방관 체험이라고 전했다. 츠자오는 “슈퍼히어로(소방관)가 되기 위한 훈련이 이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다.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츠자오는 지난 9월 초 소방당국 초청으로 소방관이 되기 위한 기본 훈련을 체험했다. 츠자오는 6시 30분 기상해 3km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식사 후 철봉, 줄타기 등의 훈련을 받았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엔 더욱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졌다. 마지막 훈련인 역기 들기를 마친 츠자오는 녹초가 됐고, 간신히 숙소까지 올 수 있었다. 츠자오는 “체력이 한계에 부딪혔다. 소방관들이 매일 뛰어 다니며 오가는 길을 울면서 왔다”고 떠올렸다.
츠자오가 가장 오래 체험한 직업은 연극배우였다. 한 민간 소극단에 입사했던 츠자오는 “잠깐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한 달 넘게 연습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극단 배우들은 츠자오에게 엄격한 훈련을 요구했다. 츠자오는 극단 인근 여관에 머물며 배우들과 함께 사는 생활을 영상에 올렸다.
츠자오는 “연극은 걸음걸이, 발성, 동작, 눈빛 등 매우 정교한 복합 예술이다.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수업을 들었고, 하루 종일 선생님들의 공연을 봤다. 무대 아래에서 선생님들의 모든 걸 배웠고, 여관으로 돌아와선 온라인 등을 통해 자료를 찾아 연습을 했다”고 전했다.
츠자오는 “배우들의 무대에 대한 애착은 그 어떤 직업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관객들의 열정도 남달랐다. 한 달 동안 똑같은 관객들이 매일 연극을 보러 왔다. 그들은 대사 등을 줄줄 외울 정도였지만 질리지 않았다고 했다. 극단은 경영이 어려웠는데, 항상 관객보다 팔린 표가 많았다. 관객들이 여러 장의 표를 샀기 때문”이라고 했다. 츠자오의 배우 체험기는 중국인들에게 많은 울림을 줬다. 츠자오가 영상을 올린 후 이 극단의 작품은 연일 매진이라고 한다.
츠자오의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한 시골 마을의 소규모 찻집 아르바이트였다. 이 찻집을 찾는 손님들은 마을에 살고 있는 노인들이다. 마을의 사랑방인 셈이다. 츠자오는 아침에 출근해 연탄에 불을 지피고, 물을 끓였다. 주전자에 물을 가득 채운 뒤 노인들이 오면 차를 대접했다. 노인들에게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것은 오래 된 습관이었다. 츠자오의 잔잔한 일상, 노인들과의 대화 등은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다.
찻집 주인과 직원의 사연도 감동을 줬다. 찻집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직원은 어릴 때 약을 잘 못 먹어 뇌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찻집 주인이 그를 직원으로 채용했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주인은 “직원의 지능은 어린 시절에 머물러 있지만, 지금 누구보다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츠자오는 “직업의 본질은 우리 각자가 스스로의 방식으로 존재의 가치를 존중받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이 밖에 츠자오는 대저택 집사, 배달원, 연예인 매니저, IT업체 등을 체험했다. 츠자오는 “많은 직업을 경험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모든 직업에는 그것만의 고충이 있다. 이제 그런 부분들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이러한 체험은 나에게 인생을 더 많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츠자오는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직업을 체험해왔지만 앞으론 팬들로부터 추천을 받을 계획이다. 이제 곧 취업할 경비원도 많은 누리꾼들이 보고 싶다고 했던 직업이다. 츠자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앞으로의 진로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 (목표로 하고 있는) 100개의 직업 체험 영상을 올린 뒤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2022년만 하더라도 내가 이런 직업 체험사의 길을 갈지 몰랐지 않느냐. 미래에 무엇을 할지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답을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