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는 신구조화 이루는 게 이상적…김원형 감독 경질 ‘SK 색깔 지우기’ 아니다”
―김원형 감독 경질 발표 시 김성용 단장을 비롯해 팀장들과의 내부 회의 결과 해고 통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는데 민경삼 대표이사는 이 사안에 관여하지 않은 건가.
“당연히 민경삼 대표이사한테 회의 결과를 보고했고, 그 보고 결과가 그룹으로 전달됐다. 조직에 체계가 있는데 어떻게 내가 모든 걸 진두지휘할 수 있겠나. 프로야구단 단장은 욕먹는 자리라고 하더라.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한테 책임을 전가하고 뒤로 숨는 건 내 성격과 안 맞는다. 맞아야 할 ‘총알’이라면 피하고 싶지 않다. SSG 구단에도 프로세스가 있고, 팀장들도 존재한다. 단장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원형 감독의 계약 기간이 2년 남았고, 원래는 유임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해고’로 바뀐 이유가 무엇인가.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우리 팀이 노쇠화된 팀이고, 이런 상황에서 신구조화를 잘 이루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 준플레이오프 때 NC 다이노스의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보며 느낀 점이 많았다. 우리 팀도 갑작스러운 세대교체보다 리모델링 식의 변화를 이루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놓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나누다 많은 코치들이 다른 팀으로 이동했고, 자연스레 감독 교체로 방향이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김원형 감독의 전격 경질을 이례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많다.
“외부의 시선보다 내부의 상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선수단이 운영된다면 문제가 있다고 봤다. 고참 선수들은 한 살 더 먹을 것이고,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젊은 선수들은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얻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잘 조율되는 게 필요했다.”
―김원형 감독과 구단의 세대교체나 젊은 선수 기용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봤었나. 즉 김원형 감독이 남았다면 지금 김성용 단장이 말하는 내용을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다. 구단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전달한 바 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즌 운영하며 구단의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세대교체의 중심에 있는 선수들이 30대 중반, 40대 선수들로 예상되는데 그들이 그동안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이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이해가 안 된다.
“고참 선수라고 해서 싹 다 정리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선수들과 대화로 조율해나가야 한다. 만약 1년 더 선수 생활을 연장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식으로 기용할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그들이 144 전 경기 출장이 어려울 테니 말이다. 확 바꾸겠다는 것보다 신구조화를 이루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그중에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선수들도 있겠고, 1년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갈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면 깊이 논의돼야 할 문제다.”
―김성용 단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신구조화가 어떤 건가.
“베테랑 선수들이 나이 어린 선수들한테 미치는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 선수들은 일반 코치들보다 고참 선수들의 영향을 더 받기 마련이다. 선배들의 몸 관리, 루틴,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등을 가까이서 보고 배워야 한다. 고참 선수들은 전 경기 출전이 어렵기 때문에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시합에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모양새가 이상적인 신구조화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추신수, 김강민 선수와 따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김강민 선수는 몰라도 추신수 선수는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가길 바란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추신수 선수는 선수들한테 존경 받는 베테랑이다. 그 나이에 자기 관리가 정말 뛰어난 선수다. 그런 선수는 성적의 좋고 나쁨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 정도로 후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정용진 구단주님과 추신수 선수가 직접 통화하며 친밀한 관계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 아무래도 추신수 선수가 한국에서 뛰게 된 배경에 구단주님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추측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워낙 거물급 선수다 보니 시기와 질투의 시선이 뒤따르는 것 같다. 내가 본 추신수 선수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한 행동을 하는 선수가 아니다.”
―SK 출신의 김원형 감독과 코치들이 대거 팀을 떠나면서 ‘SK 색깔 지우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SSG의 베이스가 SK인데 그 색깔을 어떻게 지울 수 있겠나. 물론 SK 와이번스의 색깔이 모두 좋은 것도, 모두 좋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금도 구단에는 SK 출신의 코치, 구단 직원들이 존재한다. SK 색깔 지우기가 아니라 팀이 변화를 이루는 과정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야구 팬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차기 감독 후보군에 추신수 선수와 박찬호 전 선수가 포함됐나.
“아니다.”
―그렇다면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소문이 돌고 있는 LG 이호준 코치가 후보군에 포함됐나.
“이호준 코치는 후보군 중 한 분이다. 우리는 후보군을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전직 감독, 해설위원이나 구단 프런트 출신, 역량 있는 코치들도 후보군에 올렸다. 괜히 서둘렀다가 감독 바꿔도 똑같다는 말 들을 수 있는 게 아닌가. 구단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선수 육성에 관심이 있는 지도자를 찾고 있다. 일부에선 세대교체를 언급하니까 젊은 감독이 오는 줄 아는데 경험이 많으신 분들 중에서 구단의 방향성을 받아들이고, 세대교체에 신경 쓰는 지도자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프런트 출신 중에 감독 후보군을 꼽는다면 야구인 출신의 단장을 의미하는 건가.
“(KT 출신의) 이숭용 단장 등도 있으니까.”
김성용 단장은 감독 최종 발표 시기를 묻는 질문에 KBO에 먼저 미안함을 나타냈다. 포스트 시즌이 한창인데 연일 SSG 감독 관련 이슈가 불거지는 게 안타깝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단장은 “아무래도 (한국)시리즈 안에는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후보군을 압축해 인터뷰(면접)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