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재판 땐 내년 총선 전 1심 선고 가능성…이재명 측 악재 우려 병합 요청, 검찰 측과 대립
각각 따로 기소를 했지만 대장동·위례신도시 비리, 성남 FC 불법 후원금, 백현동 특혜 개발 사건은 이미 병합돼 ‘한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이뤄진 개발 및 정책 결정이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 정무실장 등 사건 핵심 인물이 겹치기 때문에 나온 재판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표와 검찰은 10월 16일 추가 기소된 위증교사 사건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앞선 3개의 사건과는 사뭇 다른 성격이지만, 이 대표 측은 병합을 요청했고 검찰은 따로 재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았는데, 법조계에서는 이 판단이 2024년 4월 열리는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죄 거의 확실? 위증 교사 사건 뭐길래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백궁 파크뷰 특혜 의혹’을 KBS PD와 함께 취재했는데,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확정 받았다.
그리고 최근 기소된 위증교사 사건은 이재명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경기지사 후보 TV토론에서 “PD가 사칭하는데 제가 옆에 인터뷰 중이었기 때문에 그걸 도와주었다는 누명을 썼다”고 발언했는데, 경기지사로 당선된 뒤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이 대표가 재판에서 혐의를 벗기 위해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 아무개 씨에게 전화해 유리한 증언을 요청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유리한 진술을 요구하고, 원하는 진술 요지서까지 구체적으로 보내준 내용 등을 확보해 ‘위증’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김 씨는 재판에서 이 대표 측이 원하는 식으로 답변을 했고,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증거 인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 이를 포함시켰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월 27일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구속 수사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법정에서 타인에게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한 것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당시 이재명 대표와 함께 취재를 했던 최철호 KBS PD는 2022년 총선 직전인 2월 말,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분(이재명 대표)은 ‘담당 피디가 전부 다 (검사 사칭을) 했다’고 했다”며 “제 실명 이름이 사실과 다르게 거론되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는 저를 명예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병합하면 이재명, 따로 하면 검찰 유리
일단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 함께 배당돼 있다. 이 대표 측은 위증교사 사건도 병합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만 검찰은 따로 재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당된 지 3주가 다 되어 가지만 병합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재판장인 김동현 부장판사는 “가장 관심이 많은 위증교사 병합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에 공판 준비 기일을 한 차례 열어 그때 최종적으로 알려주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 측이 내세운 근거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 차원’이다. 형법은 피고인 한 명이 여러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가장 무거운 형을 기준으로 가중하게 하고 있다. 범죄별로 선고된 형을 별도로 합산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9월 말 백현동과 위증교사를 하나로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니 재판도 하나로 병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위증교사 사건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들어 ‘병합’을 반대하고 있다. 대장동, 위례, 성남 FC와 백현동은 성남시장 시절 인허가 권한을 토대로 한 비리라면, 위증 교사는 경기지사 선거 관련 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한 사법 방해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대장동·위례 사건은 정식 공판이 10월 6일 처음 열렸지만 일부 증거 조사만 이뤄진 상태다. 성남 FC와 백현동은 심리 시작도 못 했다. 검찰 측은 이미 증인으로만 수십 명 이상, 재판만 2년 이상 소요될 수 있는 대장동 사건에서 위증교사를 분리해 빠른 판단이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정치적으로 미칠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위증교사 사건은 피고인(이재명 대표) 측이 진술조서 등에 대한 증거 채택을 반대한다고 해도 증인 3~4명, 피고인 신문 1번이면 충분할 것 같다”며 “사실관계도 단순하고 영장전담 재판부가 증거도 비교적 확보되어 있다고 했으니 넉넉히 잡아도 재판 5~6번이면 선고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은 이 대표가 증인이었던 비서 김 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위증을 요구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9월 말 구속영장 실질심사 때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격주로 재판을 연다고 가정했을 때, 위증교사 사건은 2024년 4월 총선 일정 전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대표 측 입장에서는 총선 전 유죄 판단이 나오면 악재가 될 수 있기에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두고 위증교사 병합 재판을 요구해 시간을 벌려 하고, 거꾸로 검찰은 수사의 정당성을 총선 전 입증하기 위해 분리 재판을 요구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변호사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정치인을 상대로 하는 수사는 무조건 정치적인 수사”라며 “검찰 개혁 구호를 외치는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총선 전 이 대표의 혐의 가운데 하나라도 유죄를 받는 것은 검찰이 선거 후 조직을 지켜내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