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포 편입’ 이어 ‘공매도 금지’ 카드로 주목…민주당 ‘횡재세’ ‘기후에너지부’로 맞불, 효과는 미지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프레임 전쟁을 시작했다. 같은 주제로 찬반 논쟁을 펼치는 것 대신 서로 다른 의제를 띄우며 어느 쪽 안이 더 매력적인 국정 비전인가를 두고 경쟁을 펼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강대강 프레임 전쟁이 자칫 포퓰리즘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호탄은 국민의힘이 쏘아올렸다. 10월 30일 경기도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시가 시민 의견을 모아 절차를 진행한다면, 김포시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정하려고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이 “김포시 서울 편입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한 뒤 서울 편입론이 일사천리로 전개됐다. 11월 6일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김포 서울 편입부터 메가 서울까지 아우르는 행정구역 개편 특별조직을 출범했다. 위원장으론 토목통으로 꼽히는 5선 조경태 의원이 낙점됐다.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은 손을 맞잡고 ‘김포시 서울 편입 연구반’ 구성을 합의했다.
정치권에선 김포 서울 편입론이 민주당 ‘빅2’의 뒷공간을 찔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포시 지정학적 위치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물론 김동연 경기도지사와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김 지사는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이재명 대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은 계양구 북부에 해당하는 위치다. 계양을은 북쪽으로 마주한 아라뱃길을 기준으로 꽤 많은 면적을 김포와 인접하고 있다. 동쪽으론 행정구역상 서울시 강서구인 김포국제공항을 마주본다.
이재명 대표 지역구 앞마당에서 국민의힘이 프레임 전쟁 깃발을 올린 모양새다. 특히 이번 김포 서울 편입론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총선 사이에서 국민의힘이 꺼낸 카드라 더욱 관심을 받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다시 이 대표 지역구와 맞닿은 인접 지역구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김포의 인연도 조명받고 있다. 이 대표는 2022년 2월 11일 2차 대선 TV토론 당시 ‘김포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대선 후보였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어느 지역에 2억~3억 짜리 (아파트가) 있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김포나 이런 데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답변해 도마에 올랐다. 당시 김포검단시민연대는 “이재명 대선 후보는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음에도 김포시 이런 데는 2억~3억 원이면 집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 남다른 현실감각 소유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포 서울 편입론은 민주당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도 연계된 이슈로 꼽힌다. 김 지사는 2023년부터 경기북부특별자치도(경기북도) 설치 공약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경기북도 설치 국면에서 김포시의 위치가 모호했다. 한강과 북한강을 축으로 경기북도 분도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한강 이남에 있는 김포시가 경기북도로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 까닭이다.
김포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포시는 한강 이남이지만 경기 남부 생활권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인천광역시와 서울특별시의 존재가 생활권 단절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자니 한강을 기준점으로 삼는 분도 대전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김포 입지가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 지역구 계양을에 인접하면서, 김동연 지사 핵심 공약인 경기북도 분도 관련 쟁점 지역인 김포시에서 여당이 프레임 전쟁을 시작한 것이 눈에 띈다”면서 “민주당 거물급인 이 대표와 김 지사 뒷공간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포 서울 편입론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집권당의 무책임한 던지기식 정치로 정쟁할 만큼 대한민국 상황이 한가롭지 않다”면서 “(정부·여당이) 국민 편가르기도 모자라 국토 편가르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수도권 과밀은 대한민국 성장 잠재력 훼손과 저출생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서울시에 인접한 경기도 고양시, 구리시, 하남시 등 지자체에 대한 서울 편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메가 서울’ 프레임엔 불이 붙고 있는 형국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김포 서울 편입론에 명백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던진 이슈가 민주당 내홍으로까지 번진 셈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11월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당이 느닷없이 꺼낸 김포 서울 편입 이야기는 도박”이라면서 “야당이 찬반 입장도, 뚜렷한 대안도 내지 않는 것은 당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여당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런다고 이 소동이 멎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여당은 불리한 선거판을 흔들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면서 “서울을 공룡처럼 만들고 국가를 가분수 형태로 비틀어놓자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김포 서울 편입론에 이어 국민의힘은 공매도 금지 카드로 총선 프레임 전쟁 가속 페달을 밟았다. 국민의힘이 두 차례 ‘프레임 선공’을 날린 가운데, 잠잠하던 민주당은 11월 10일 맞대응 카드를 내밀었다. 횡재세 도입 추진 의사를 전격 내비쳤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면서 “민생 위기 극복,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미국과 유럽 국가 에너지 산업 과세 사례를 언급하며 “은행권 기여금 조성 또는 횡재세 도입을 통한 세원을 마련해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 삶을 개선해야 한다. 정유사 고에너지 가격에 따른 횡재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대표는 김포 서울 편입론과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마치 시비를 걸듯 자꾸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강요한다”면서 “접경지역에 붙어있는 수도라고 하는 것이 전 세계에 있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런 해괴한 포퓰리즘적인 주장을 하면서 답변을 강요하더니, 기후에너지부 신설 같은 정말 우리 국민 삶에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선 일언반구 반응이 없다”고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민생이나 정책엔 관심이 없고, 민생과 정책을 망치는 정쟁만 자꾸 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띄운 ‘김포 서울 편입론’, ‘공매도 금지’ 등 프레임에 민주당은 ‘횡재세 도입 추진’, ‘기후 에너지부 신설’ 등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프레임 맞불을 놓는 동시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손준성·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추진을 예고하며 원내에서 여당과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원외 프레임 전쟁에서 맞불을 놓음과 동시에 포커스 자체를 원외에서 원내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면서 “프레임 전쟁에선 전혀 다른 정책 비전을 내놓는 맞불로 응수하면서, 수적으로 유리한 지점인 원내에선 국지전을 펼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교수는 거대양당 프레임 전쟁과 관련해 “정책으로 한번 맞붙는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 “그런데 문제는 민주당이 띄운 횡재세 이슈가 김포 서울 편입론에 맞대응이 가능한 이슈인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사실 국민의힘이 시작한 프레임 전쟁에서 중요한 부분은 선거 구도를 바꾸는 데에 있다”면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정권심판론’에 맞대응할 새로운 논쟁거리를 던져야 선거 구도가 바뀐다”고 했다.
그는 “김포 서울 편입론은 선거구도를 완전히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횡재세 이슈가 김포 이슈처럼 많은 논쟁을 끌어내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