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용권 230만 원, 나누면 하루 6000원꼴”…비만·소비행태 지적 나오지만 이용자들 맛 좋고 편리해 선호
20대 여성 위 씨는 최근 SNS 등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8월 8일 호텔 뷔페 연간 이용권을 끊은 뒤 매일 자신이 먹는 음식들을 개인 SNS에 올리면서다. 많은 이들이 위 씨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갑론을박을 벌였다.
위 씨가 이용하는 호텔은 베이징의 한 5성급이다. 뷔페 연간 회원권은 1만 2900위안(230만 원)에 샀다. 위 씨가 이 호텔을 고른 이유는 살고 있는 집에서 불과 3분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위 씨는 “호텔에서 매일 밥을 먹는 느낌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일단 집에선 먹기 힘든 연어, 킹크랩, 스테이크 등을 자주 먹을 수 있다. 호텔에서 요리하는 것이라 맛도 훌륭하다”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요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무얼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 위 씨는 “(회원권을 끊기 전) 많은 계산을 해보지 않았겠느냐. 우리 또래는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는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또 배달 품목은 다양하지 않고, 식재료 질도 보장할 수 없다. 호텔 뷔페가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가성비 측면에서 큰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위 씨가 이용하는 호텔 뷔페의 저녁 가격은 600위안가량이다. 이용권 없이 이를 365일 먹는다고 하면 21만 9000위안(3900만 원)에 달한다. 이를 근거로 위 씨는 “내가 산 연간 이용권은 헐값이나 다름없다. 계산해보니 하루에 35위안(6000원)을 내고 호텔 뷔페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칭다오에 사는 30대 남성 최 씨도 매일 호텔 뷔페로 끼니를 해결한다. 그는 9999위안(179만 원)을 주고 집 근처의 5성급 호텔 연간 뷔페 이용권을 샀다. 호텔 측이 ‘9000위안대 호텔 뷔페 이용권’ 판매 이벤트를 했고, 고심 끝에 구매했다. 그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최 씨가 갖고 있는 이용권은 1년에 340일 사용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등 특정한 날엔 쓸 수 없다고 한다. 최 씨는 “이 가격에 거의 매일 호텔 뷔페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렴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퇴근하고 나서 호텔에 들러 밥을 먹은 후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최 씨는 “직장 때문에 아내와 떨어져서 살고 있다. 그동안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은 적이 없었다. 혼자 요리를 하기도 귀찮고, 또 매번 사먹는 것도 힘들었다. 식사시간만 되면 스트레스였다. 11월 6일 이용권을 샀는데, 먹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호텔에선 이들을 노린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뷔페 이용권을 사면 객실 또는 피트니스 센터 등을 할인해주는 등의 방식이다. 처음엔 대부분 1만 위안 이상 가격이었지만 지금은 수천 위안에 파는 곳도 늘어났다. 3~4성급뿐 아니라 5성급 이상의 고급 호텔들도 뛰어들었다.
카드 업체도 호텔들과 손잡고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이들은 파격적인 할부 행사를 내걸었다. 자사 카드로 연간 뷔페 이용권을 구매하면 최대 12개월 동안 무이자로 나눠 낼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한 카드사 임원은 “목돈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이들의 신규 가입이 크게 증가했다”고 귀띔했다.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장시간 호텔 뷔페를 이용하면 비만 등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의사는 “뷔페 특성상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많고, 또 식사량 조절이 힘들 수 있다. 건강에 악영향이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아무리 질이 좋은 음식이 나와도 집밥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젊은이들의 소비 행태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아무리 할인된 가격이라 하더라도 젊은이들이 구매하기엔 적은 비용이 아니라는 이유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 위화감 조성 등을 우려하는 견해들도 뒤를 잇는다.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선 긍정적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블로거는 “위생, 질 등을 생각하면 배달음식보단 호텔 뷔페가 훨씬 뛰어나다. 비용을 따져도 그렇게까지 부담스러운 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무엇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호텔 뷔페가 유행이 되겠는가”라고 했다.
1만 8000위안(320만 원)짜리 호텔 뷔페 이용권을 갖고 있다는 30대 초반 샤오차이는 “처음 직장을 다닌 후 제대로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어도 한 끼는 호텔에서 잘 먹는다”면서 “비만 등을 우려하는데 오히려 호텔에서 제공되는 채소, 단백질 등을 골고루 섭취해 건강이 좋아졌다. 호텔 뷔페가 문제가 아니라 어디서 먹든 본인이 잘 조절하면 될 문제”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