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 없는 안철수 ‘앉아서 휘파람~’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응답하라 1997>을 둘러싼 다양한 궁금증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9월 18일 종영을 앞둔 <응답하라 1997>을 둘러싼 다양한 궁금증들을 살펴봤다.
# 윤태웅과 안철수 닮은꼴 ‘안철수 띄우기’ 드라마?
최근 들어 네티즌들 사이에서 <응답하라 1997>이 ‘안철수 띄우기’ 드라마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그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 윤윤제(서인국 분)의 형 윤태웅(송종호 분)이다. 1997년을 배경으로 한 초반부의 태웅은 학력고사 전국 1등을 한 수재이지만 동생 윤제를 돌보기 위해 서울대 등 명문대들의 전액 장학금 제안을 포기한 채 부산 지역 대학을 나온 뒤 광안고에 근무 중인 수학 선생님이다.
그렇지만 2012년을 배경으로 한 현재 시점에선 당선이 유력한 대통령 후보다. 그것도 대통령 선거 200일 전에 맞춰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43%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대선 후보다. 드라마에서 잠깐잠깐 소개된 대선 후보 윤태웅의 이력은 대략 다음과 같다.
윤태웅은 최연소 시장 출신의 대선 후보다. 아이라이크스쿨과 싸이랜드 등 벤처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둬 국내 최초의 벤처 재벌이 된 인물이지만 그렇게 번 돈을 전부 사회에 환원한 뒤 대학교수로 근무한다. 대학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그는 결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개인자산만 1153억 원이나 되고 회사 시가 총액도 2조 원이다.
이런 태웅의 이력은 상당 부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과 상당히 닮아 있다. 드라마에서 태웅은 워낙 이미지 좋은 인물로 그려져 있으며 대통령 당선도 유력해 보인다.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닌 1990~2000세대인 20대 후반부터 30대와 40대 초반의 지지를 받고 있는 드라마다. <응답하라 1997>이 좋은 반응을 얻어 내면서 안철수 원장의 이미지 역시 이들 젊은 유권자 층에서 한층 좋아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그만큼 비 안철수 계층에선 <응답하라 1997>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한 대선 후보 띄우기 논란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9월 8일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KBS 1TV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에는 어진 성품과 총명함으로 백성들에게 사랑받은 신라 여성 군주 선덕여왕(박주미 분)이 나온다. 일각에선 여성 군주인 선덕여왕을 통해 박근혜 후보의 이미지를 띄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KBS 2TV 드라마 <강철왕> 역시 박근혜 후보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해 박근혜 후보를 띄우기 위한 드라마가 아니냐는 의혹에 휘말려 있다. 다만 <강철왕>은 대선이 끝난 뒤인 내년 1월부터 방영될 예정이다.
영화 <퍼스트레이디-그녀에게>는 박근혜 후보에게 더욱 근접했다. 그의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11월 말 개봉을 목표로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박 후보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띄우기’ 논란에 휩싸여 있는데 반해 안철수 원장은 조용히 <응답하라 1997>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응답하라 1997>을 두고 드라마인지 시트콤인지 구별이 모호하다는 시청자들도 많다. 실제로 <응답하라 1997>에선 유독 예능적인 요소가 많이 눈에 띈다. 남녀 주연인 서인국과 정은지를 비롯해 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며 김종민 이윤석 김태원 등 가수와 개그맨들이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게다가 배우 성동일은 자신의 본명을 그대로 캐릭터 이름으로 활용했다.
스토리의 흐름 역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체적인 틀은 드라마의 그것을 따르고 있지만 콩트에 가까운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구조는 시트콤을 닮아 있다.
이렇듯 <응답하라 1997>은 기존 드라마와 시트콤의 장점을 조화롭게 가미하면서 기존 공중파 드라마와는 다른 새로운 색채의 케이블 채널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신선함은 시청자들이 <응답하라 1997>에 환호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1997>의 인기 배경에는 예능국 출신의 제작진이 자리하고 있다. 주요 제작진이 대부분 예능국 출신으로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KBS <해피선데이> ‘1박2일’ 출신들이다. 책임프로듀서 이명한 PD부터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 그리고 대본을 공동집필하고 있는 세 명의 작가 이우정 이선혜 김란주 등이 모두 ‘1박2일’ 출신이다. 새로운 개념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가에 활력을 불어 넣었던 멤버들이 모여 새로운 개념의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응답하라 1997>은 매주 화요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두 회를 연속 방영하고 있다. 항간에선 제작진 대부분이 ‘1박2일’ 출신이라 드라마도 매회 ‘1박2일’ 동안 보도록 하기 위해 방송시간을 편성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돌고 있다.
# 윤제 태웅 형제 가운데 과연 누가 시원의 남편일까
역시 가장 큰 궁금증은 과연 성시원(정은지 분)의 남편이 누군가 하는 부분이다. 그 후보는 태웅과 윤제 형제 가운데 한 명으로 압축돼 있지만 좀처럼 결정적인 힌트를 주지 않는다. 좋아하는 커피를 힌트로 준 듯하지만 형제가 같은 커피를 좋아하고, 시원이 받은 커플링 역시 형제가 같은 날 선물한 두 개의 반지가 매우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제작진은 드라마 결말의 하이라이트인 시원의 남편에 대해 철저히 함구령을 내려놓은 상황이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 상 주인공인 윤제가 시원의 남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지만 태웅이 남편으로 드러나는 반전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 궁금증은 9월 18일 방영되는 마지막 회에서 풀릴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