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부동산 업체 50개 파격적 혜택 주기로…효과 의문부호 달리고 금융권 불만 쏟아져
최근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시선은 11월 21일 열린 한 회의에 모아졌다. 이날 중앙은행, 증권감독위원회, 금융감독총국은 간담회를 열어 부동산 금융의 새로운 모델 마련을 논의했다. 회의 전부터 금융당국이 부동산 업체들에 ‘선물’을 줄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회의 후 금융감독원은 “50개 부동산 기업들의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선정되는 곳은 각종 금융지원을 받게 된다. 대출 혜택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50’이다. 금융당국은 빠르면 11월 말부터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신용대출을 해준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이 이처럼 전격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가통계국이 발표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 전역 부동산 개발 투자는 9조 5900억 위안(약 1636조 원)으로 2022년 동기 대비 9.3%, 분양 면적은 9만 2579㎡로 7.8% 감소했다.
완롄 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30대 중소도시의 분양 주택 판매도 계속 감소하는 추세로 파악됐다. 11월 조사에 따르면 30대 중소도시 주택 판매는 2022년 동기 대비 21.67% 하락했다. 앞선 세 차례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신규 주택 판매가 어려워지자 부동산 업체들은 보유 중인 자산 처리에 나섰다. 대표적인 게 토지다. 현재 중국 100대 부동산 기업이 갖고 있는 토지의 가치는 2조 5700위안(약 363조 원)가량이다. 이는 2022년에 비해 15.5% 하락한 금액이다. 100대 기업이 올해 새롭게 매입한 토지의 가치는 1조 2300위안(약 180조 원)으로 2022년 대비 13.9% 줄었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금융당국의 지원 방침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형 부동산 회사의 고위 인사는 “아직 관련 서류와 정보를 받지 못했다”며 “현 단계에서는 금융정책만으로 경기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긴 하다. 부동산 개발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던 지방정부 역시 지금의 위기 해결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동산 업체 관계자도 “50개 기업만 살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 많은 업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 업체들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공정성이 이번 조치의 출발점”이라고 꼬집었다.
오픈 소스 증권 분석가 류징샹은 “3개 부처의 회의가 부동산 위험 해결에 일시적인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부동산 업체들도 자구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업계들 간 인수 합병들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점쳤다.
부동산 회사들의 숨통을 트여준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되살아날진 의문이다. 분양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신규로 분양을 받기 위해 투입된 돈은 2022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신규로 주택을 짓는다 하더라도 분양이 원활하지 않아 부동산 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화이트리스트 50’을 두고 부동산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시중 은행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실적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부동산 대출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대출이 크게 줄었는데, 부동산 회사들에 무작정 지원을 해주라는 지침이 내려올까 불안하다”고 귀띔했다.
2023년 10월 중국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은 2022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2023년 9월에 비해선 13%나 감소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기업들의 유동성 리스크를 완화하려면 결국 시장 판매 회복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국가금융감독총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3분기까지의 순이익은 2022년 동기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역대 최저치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지원은 자칫 은행들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살리려다 은행들 죽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 전문가는 “가장 큰 문제는 지금 부동산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것이다. 새로운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부동산 업체들에 돈을 주는 것은 허공에 돈을 뿌리는 격”이라면서 “이번 화이트리스트 50 조치를 살펴보면 은행이 대출해 준 돈을 부동산 업체가 갚지 못한다고 했을 때 이 부분을 누가 해결해야 할지가 없다. 은행이 빚을 고스란히 떠안으란 말이냐”라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