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팀 특진 여경 공적 번복 잡음, 검거팀 “계급장 강취당해”…의정부경찰서 “윗선서 조사중”
#‘현장 소외’ 논란 겹경사에도 못 웃어
11월 6일 특수강도 혐의로 수감 중이던 김길수가 탈주 63시간 만에 체포됐다. 김길수 도주의 시발점이었던 경기 안양시 성심병원을 관할하는 경기남부경찰청과 이후 도주 경로를 관할하는 서울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이 공조에 나서 성과를 냈다.
성과에는 자연스레 보상이 따랐다. 11월 7일 경찰청은 김길수를 검거한 유공으로 당시 의정부경찰서 소속 A 경사와 안양동안경찰서 소속 B 경장을 각각 경위와 경사로 특별승진 임용했다고 밝혔다. A 경위는 김길수의 여성 지인을 전담 마크해 검거를 도운 공, B 경장은 김길수가 검거 직전 사용한 공중전화의 위치를 빠르게 파악한 공을 인정받았다. 현장에서 김길수를 직접 체포한 의정부경찰서 소속 C 경사와 안양동안경찰서 소속 D 경감에게는 경찰청장 표창이 수여됐다.
의정부경찰서는 김길수 검거로 인한 특진 이외에도 11월 8일 교통과 교통조사 1팀 전원이 특진 추전 대상자로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길수 검거 공로 포상 과정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A 경위의 특진 소식이 발표되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몸 던져 김길수를 붙잡은 형사들을 특진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특히 경찰청 소속 한 이용자는 ‘김길수 잡아 특진, 현장에서 검거한 형사는 버림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몇 날 며칠 밤새가며 추적해서 현장에서 뛰어가며 잡은 현장 형사는 당일 특진 명단에서 제외, 아무 쓸모없는 표창 하나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진을 시켜줄 거면 다 같이 시켜주든지 아니면 다 같이 안 시켜주든지 해야 했다. 왜 현장은 소외되냐”며 “경찰관 인생에서 한 번 누릴까 말까한 특별승진이라는 기쁜 날 특진 임용식 사진에서 그렇게 어두운 표정의 직원들은 처음 봤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검거를 못하면 정보는 의미가 없다. 특진은 현장에서 잡은 사람이 받는 게 당연하다” “A 경위가 여성 경찰이라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 “특진 대상자 선정 문제없다”
일각에서는 A 경위의 공로가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찰이 A 경위가 직접 김길수의 여성 지인에게 걸려온 전화번호를 역추적 의뢰했다는 기존 발표를 번복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에서 내부 불만이 터진 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당시 A 경위는 김길수의 여성 지인과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김길수의 다른 지인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김길수는 여성 지인이 있던 가게의 유선전화로 연락했고, 이 전화기에 표시된 전화번호가 인근에 있던 경찰관에 알려져 해당 번호에 대한 추적이 이뤄졌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검거 유공이 왜곡된 이유에 대해 “김길수를 잡은 직후 검거 제보자에 대한 소문들이 보도로 쏟아져 적절히 대응하기 힘들었다”며 “언론에 검거 과정에 대해 신속히 설명하면서도 제보자를 최대한 보호하려다 보니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게 돼 오해를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경찰 측은 다만 A 경위의 특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A 경위가 속한 강력○팀이 김길수가 며칠 뒤 여성 지인에게 전화를 할 것이라는 내용을 먼저 포착했고, A 경위도 평소 이 여성 지인과 라포(유대관계)를 형성해 김길수 검거에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또 경찰청에서 김길수 검거 특진 계급으로 경위 TO(정원)를 가장 공이 큰 의정부경찰서 강력○팀에 배정했는데 해당 팀에 경위로 승진할 수 있는 경사가 A밖에 없어 특진 대상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팀 공적’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선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도 밝혔다.
#“계급장 강취 당해” 내부 폭로
하지만 11월 22일 오후 6시 2분 경찰 내부망에 ‘김길수 특진 과정의 진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C 경사는 이를 정면 반박했다.
C 경사는 이 글에서 “김길수를 검거해 당직반에 인치한 뒤 몇 십분 지나 도경(경기북부경찰청)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승진 대상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물어, 팀장님과 동생들의 배려로 저를 승진자로 결정해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감시팀에서도 공적이 있다고 주장해 감시팀 소속 E 경위도 함께 승진 대상자로 올렸다. 참고로 C 경사가 속한 강력△팀은 김길수 검거 과정에서 검거팀이었고 A 경위가 속한 강력○팀은 감시팀이었다.
하지만 이후 C 경사도 E 경위도 아닌 A 경사(현 경위)가 대상자로 선정됐다. 특진 TO로 경위 계급이 내려왔다는 말을 듣고 본인이 특진 대상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C 경사는 A 경사가 대상자로 선정됐나는 말을 듣고 “이게 무슨 말인가. (승진될 계급으로) 경감 계급이 나오면 어쩔 수 없지만, 경위가 나오면 (경사 계급인) 저희가 받는 게 너무나 당연한 순리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C 경사는 A 경사가 갑자기 특진 대상자가 된 이유에 대해 묻자 감시팀장은 “위에서 찍어서 내려보낸 지시라 모른다”고 답했다. 형사과장은 “당연히 C 경사를 상신하려고 했는데 감시팀에서 극렬하게 반대해 어쩔 수 없이 A로 바꿨다”고 했다.
의정부경찰서로부터 확인한 결과 강력○팀에는 당시 경사 계급은 A 1명밖에 없었다. 한편 C 경사가 속한 강력△팀에는 C 경사를 포함해 경사가 2명이나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C 경사는 “검거팀에는 어떤 의견 청취, 통보, 언질도 없이 과장님과 감시팀이 수십 분 사이에 특진 대상자를 바꿨다”며 “말 그대로 계급장을 강취당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형사 생활을 하면서 탈주범을 잡는 것은 로또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의 크나큰 행운이자 영광”이라면서 “그런데 탈주범을 잡고도 다른 팀에 이런 식으로 강취당하는 것이 로또보다 더 큰 확률”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상사인 다른 경찰관을 상대로 “최근 포상 과정이 이슈가 되자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 ‘팀 공적’이었다고 갑자기 말을 바꾼다. 제발 거짓말은 하지 말아달라”고 비판했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과는 11월 23일 오전 경찰 내부망에 “서울구치소 도주 피의자 검거 유공자 특진 관련 논란이 일어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특진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정부경찰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윗선에서 조사 중인 사안이라 내부적으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