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역대 신생팀 중 유일하게 첫 진출에 트로피 따내는 ‘마법’ 발휘
특히 역대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신생팀에게는 한국시리즈 첫 승리의 영광이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프로야구 원년을 함께 출발한 6개 구단과 도중에 팀이 양도돼 구단 이름만 바뀐 팀들을 제외하면, '신생팀'은 35년간 총 6번 나왔다. 1986년 창단한 빙그레(현 한화) 이글스, 1990년 출범한 쌍방울 레이더스, 기존 팀들을 해체하고 팀을 새로 꾸려 시작한 200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2008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그리고 9구단과 10구단인 NC 다이노스와 KT 위즈다. 이 가운데 쌍방울은 끝내 한국시리즈 무대를 한 번도 밟아 보지 못하고 팀이 해체됐다.
빙그레는 신생팀의 한국시리즈 첫 승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 사례였다. 출범 2년 만인 1988년 한국시리즈에 처음 진출했지만, 1~3차전을 내리 해태에 내줬다. 1차전에선 선동열을 만나 0-2로 졌고, 2차전에선 5-6으로 역전패했다. 3차전에선 해태 선발 문희수에게 0-3 완봉패를 당했다. 결국 4차전까지 가서야 선발 한희민의 호투와 장종훈, 이강돈의 홈런을 앞세워 14-3으로 크게 이겼다. 내친 김에 5차전도 5-1로 승리했지만, 결국 6차전에서 다시 문희수에게 1-4 완투패를 당해 왕좌를 내줬다. 그 후 세 번의 한국시리즈를 더 치른 뒤에야 1999년 처음 우승했다.
SK는 창단 3년째인 2003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현대 유니콘스와 맞붙었다. 상대 선발 정민태의 구위에 눌려 1차전은 2-3 패배로 시작했다. 그러나 2차전에서 이호준의 홈런이 터지면서 5-3으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따냈다. 3차전에서도 이진영의 홈런을 앞세워 똑같은 5-3 스코어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3승 3패까지 팽팽하게 맞선 채 열린 7차전에서 정민태에게 완봉패를 당해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에 두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 첫 우승을 따냈다.
넥센은 창단 6년 만인 2014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상대는 통합 4연패에 도전하던 삼성. 대구구장에서 열린 1차전을 4-2로 잡아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위엄도 뽐냈다. '40홈런 유격수'였던 강정호가 귀중한 2점 홈런도 때려냈다. 그러나 넥센 역시 2승 4패로 우승에 실패했다.
NC는 2016년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2012년 2군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2013년 처음으로 KBO리그에 참여한 NC는 1군 진입 2년 만인 2014년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4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눈부신 성공, 그리고 찬란한 역사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았다. 4경기를 모두 지고 4패로 끝내면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승리 기회를 놓쳤다. NC는 그 아쉬움을 4년 뒤 풀었다.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두산을 만났다. 이어 1차전에서 5-3으로 두산을 제압하고 미뤄뒀던 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신고했다. 이후 3차전과 5~6차전을 내리 잡으면서 4승 2패로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KT는 그런 의미에서 입지전적인 팀이다. 역대 신생팀 중 유일하게 첫 번째 한국시리즈에서 우승까지 해냈다. 2020년 정규시즌을 1위로 마쳐 한국시리즈에 선착했고, 첫 판인 1차전에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의 7⅔이닝 1실점 역투를 앞세워 첫 승리까지 가볍게 신고했다. KT는 그 여세를 몰아 2~4차전을 내리 잡고 4승 무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막내 구단의 '마법'이 가장 찬란하게 빛을 발했던 가을이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