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인 명단 제외, 2차 드래프트 4라운드서 한화 지명
지난 22일 열린 KBO리그 2차 드래프트에서 SSG 소속이던 김강민은 4라운드에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SSG 랜더스의 35인 명단에서 제외가 됐던 것이다.
김강민이 누구인가.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 지명돼 23년간 한 팀에서만 활약하던 인물이다. 팀이 SK에서 SSG로 간판을 바꿔다는 와중에도 한결같이 팀을 지켜왔다.
김강민은 23년간의 선수 생활 중 홈런, 타점 등 개인 기록에서 수상 경력은 없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까지 KBO리그를 휩쓸었던 'SK 왕조'의 주역으로 인천 야구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선수 중 하나였다.
왕조 시절 세 번의 우승, 2018년 우승까지 SK가 들어올린 네 번의 우승에 모두 주역으로 활약했다. 세 번째 우승을 경험한 2010년에는 1년에 딱 세 명의 외야수에게만 주어지는 골든글러브 숫상에 성공하기도 했다. 국가대표로도 활약,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황금세대로 불린 1982년생 동기들 중 정근우, 김태균, 이대호 등이 배트를 내려놓는 와중에도 김강민은 꾸준히 그라운드를 지켰다.
팀이 간판을 바꿔 단 2021년, 김강민은 40세를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여전히 팀의 주축선수였다. 동갑내기이자 KBO리그에선 새내기였던 추신수의 국내 적응을 옆에서 적극 도왔다.
이어진 2022 한국시리즈에서는 결정적인 홈런포로 우승의 주역이 됐고 시리즈 MVP까지 수상했다. 이후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2023년 역시 팀과 함께하는 것을 선택, 70경기 166타석을 소화했다.
이전부터 SSG 구단을 두고 '전신 SK 색깔을 지우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022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2023시즌 3위에 오른 김원형 감독을 경질한 탓이다. 이에 앞서 우승 직후에는 단장이 교체됐다.
SSG 구단은 색깔 지우기 논란이 극구 부인하고 나섰으나 감독 뿐만 아니라 SK시절부터 몸담았던 코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뒤이어 22년 프랜차이즈 김강민까지 다른 팀으로 가게 됐다.
구단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은퇴를 고민하는 선수를 35인 명단에 넣기 어려웠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야구계에선 플레잉코치 계약 등 김강민을 지킬 방도를 만들어 놨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팀에 남은 선수들까지 동요하는 모양새다. 장기간 팀에서 함께 활약하며 5회 우승을 일군 투수 김광현은 2차 드래프트 결과가 전해지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3년의 세월은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강민과 포옹하는 사진과 함께였다. 팬들 사이에서의 후폭풍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