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교수, 막말‧갑질‧횡령 의혹에 “위법 없었다” 부인…학교 인권센터 조사중, 일부 자료 확보 알려져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동료 교수들 역시 침묵을 지키는 상황에서 학교 측의 엄정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대학 특성상 총장을 비롯한 교내 각종 기구의 주요 보직을 천주교 사제들이 맡고 있는 만큼 공정성과 '2차 피해' 방지책 마련도 필수로 꼽힌다.
#논문지도비 냈는데…
가톨릭대 일반대학원에는 조금 특이한 학과가 있다. 2020년 만들어진 중독학과다. 사회복지·심리·법·정신의학·간호·신학 전공 교수진이 국내 중독 문제 해결을 선도할 연구자 및 실천인력 양성을 목표로 참여했다. 학생들 가운데에는 중독을 직접 이겨낸 경험을 발판 삼아 이제는 전문가로 발돋움하려는 이들도 있다.
가톨릭대가 운영하는 성모병원과의 시너지 기대감 등 학계의 큰 관심 속에 출범했으나 설립 3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내홍을 앓고 있다. 석·박사를 꿈꾸는 일부 학생들이 꼬박꼬박 논문지도비를 납부했음에도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한 게 발단이다. 오히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가톨릭대 인권센터는 해당 사태의 원인 파악을 위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특정 교수가 학생들에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불필요한 선물을 받는 등 석연치 않은 행보를 띤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중독학과 학생들이 A 교수를 논문 지도교수로 신청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절차상 나중에라도 지도교수 변경은 가능하나 막상 현실에 임해보면 지도교수 변경은 매우 부담되는 일이라고 한다.
A 교수 밑에서 논문을 쓰게 된 학생 가운데 일부는 여러 학기 동안 단 한 차례조차 논문지도를 못 받았다고 알려졌다. 어렵게 마음먹고 A 교수에 먼저 지도를 요청해도 개인 일정 등 여러 이유로 차일피일 미뤄지는 경우가 흔했다고 한다. 지도를 받더라도 대면 대신 이메일로만 제한된 학생의 사례도 있다.
#교수님의 '사모님'
교내 일각에선 2023년 6월 A 교수와 학생들이 떠난 미국 연수를 계기로 상황이 악화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이 지원한 비용으로 3박 5일 동안 진행된 당시 연수에 A 교수의 부인도 동행했다. 그의 부인은 학교에서 아무런 직책이 없고 중독 관련 학문과도 일체 관련이 없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부인이 동행하게 된 배경이 줄곧 의문이었으나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 학점 취득과 논문지도 등에서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식사 및 교통비 등 한정된 경비를 부인과도 나눠 써야만 했다. 2대의 차량으로 움직였는데 A 교수와 부인이 한 차량을 타고, 학생 6명이 남은 한 대를 쓰는 식이었다.
당시 상당수 학생들이 일정 내내 A 교수 부인의 비위를 맞춰 주느라 연수에 집중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례로 몇몇 학생이 호텔 로비에서 모이기로 한 시각에 조금 늦자 A 교수의 부인이 '교수를 우습게보나' 등의 질타를 한 의혹이 제기돼 학교 측에서 진상 조사가 이뤄지는 중이다.
미국을 다녀온 뒤에도 상황은 쉽지 않았다. A 교수는 돌연 학생들에 '몇 년 전 내 가족 행사에서 부인을 제대로 응대하지 않았다' '최근 내 부인을 마주했을 때 왜 알아보지 못했나' 등의 추궁을 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학생들은 A 교수에 사과했으나, 그 뒤로 A 교수를 직접 만나 논문지도를 받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A 교수가 학생 20여 명이 모인 공식석상에서 특정 학생들을 겨냥해 '0점짜리 학생이다' '나이든 할머니다' '어차피 만년 수료감이다' 등 낙인을 찍는 발언으로 위화감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학교 측이 관련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피해 학생들은 지도교수 변경을 신청하고 다른 교수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사립대학 교수는 5만 원 넘는 선물,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 받을 수 없다. 하지만 A 교수는 제자들로부터 그 이상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는 영수증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 사안이다.
학교 측이 이미 일부 자료는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5만 원 이상의 선물이 전달된 내역 여러 개와 영수증 등이다. 이 가운데에는 고급 식당에서 A 교수가 약 40만 원어치 식사를 제공 받은 내역도 존재한다. 그 외에 실물로 선물을 건넸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불투명한 돈의 흐름과 관련된 의혹도 있다. 가령 어느 학생은 A 교수가 이끄는 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본의 아니게 수상한 돈이 흐른 상황에 엮이고 말았다. 자문을 한 적이 없었는데도 본의 아니게 학교 명의의 계좌에서 자문료 명목의 돈을 입금 받았고, 이를 A 교수 조교의 계좌로 다시 이체하도록 요구받아 이행했다고 한다.
학교 측은 이런 석연치 않은 자금 흐름이 더 있는지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앞선 사례에서 불거진 자금 문제는 '세금'이 투입된 국가 연구 과제를 수행하다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대 관계자는 "조사를 마치면 관련 부서에 결과를 통보하며 징계 여부 및 수위도 해당 부서가 결정한다"면서 "현재 시점에선 조사 관련 구체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A 교수는 '소홀한 논문지도' '미국연수 부인 동행' '청탁금지법 위반' 등 의혹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위법행위는 없었으며 인권센터 조사가 끝날 때까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일요신문은 A 교수가 속한 가톨릭대 일반대학원과 사회복지대학원 원장에게도 전후 사정 등을 물었으나 대답은 듣지 못했다.
[정정 및 반론보도] <‘교수님 사모님이 미국 연수에 왜...?’ 가톨릭대 중독학과에서 무슨 일이?> 관련
본 언론사는 지난 2023년 11월 29일 사회면에 <‘교수님 사모님이 미국 연수에 왜…?’ 가톨릭대 중독학과에서 무슨 일이?> 라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해당 교수가 미국 연수 당시 공금으로 렌터카를 이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해당 교수는 “중독학과 내 논문을 여러 건 지도했고, 배우자의 국외연수 비용은 교수의 사비로 지출되었으며, 공식석상에서 모멸적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