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표 측 “멤버 휘찬이 강압적으로 추행” vs 오메가엑스 “오히려 스킨십 강요 당해”
3월 19일 스파이어 엔터는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메가엑스의 강 전 대표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이날 회견을 진행한 황성우 스파이어 엔터 대표(강 전 대표의 남편)는 "오메가엑스 멤버 중 입대가 확정된 멤버들을 비롯해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 멤버까지 총 4명과 술을 마시던 중 휘찬이 강 전 대표를 강제로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강 전 대표는 오메가엑스 투어를 준비하기 위해 사무실에 늦은 시간까지 남아있었고, 휘찬이 강 전 대표에게 자신의 입대를 미룰 수 있게 부탁해 강 전 대표가 그를 위로해주던 중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황 대표는 "강 전 대표는 휘찬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현장을 정리했다. 다음날 회사 내에서 회의가 열렸고 투어 후 입대로 활동을 자연스럽게 마무리시키려 했다. 그러나 멤버들은 더 이상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강 전 대표의 성추행을 주장하며 전속계약을 종료했다"며 "연예계에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스파이어 엔터 측은 휘찬의 강제추행 정황이 찍힌 CC(폐쇄회로)TV 영상을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강 전 대표가 휘찬의 손을 밀어내고 자리에 앉혔지만 휘찬은 포기하지 않고 강제로 강 전 대표의 옷을 벗기며 신체접촉을 했다"며 "강 전 대표는 재차 휘찬을 뿌리치고 훈계하며 옷을 내렸다. 그런데도 휘찬은 힘으로 강 전 대표를 누르며 강제추행을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오메가엑스의 현 소속사인 IPQ(아이피큐)도 증거자료를 앞세운 반박에 나섰다. IPQ는 "스파이어 엔터 측은 2022년 7월 11일 멤버 휘찬이 군입대 관련 고민을 털어놓기 위해 술자리에 참석하고 강 전 대표와의 별도 면담을 신청했다고 주장하나 실제 휘찬의 군입대 영장은 2022년 8월 1일 발부돼 9월 중순경 입대로 통지됐다"며 "술자리가 있었던 날은 영장이 발부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군입대 영장이 발부된 후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자리에 있었다는 이야기는 해당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술자리가 멤버들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앨범 발매 후 판매를 위해 노력하는 노고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해 하는 강 전 대표를 위로하기 위해 강요된 자리이고, 새벽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황 대표가 이미 숙소에서 자고 있는 멤버들을 깨워 술을 강요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고위 임원진의 멤버들에 대한 잦은 술자리 강요와 폭언 폭행, 가스라이팅, 스킨십 및 애정표현 요구가 빈번했다는 게 IPQ 측의 주장이다.
강 전 대표 부부가 계약 기간 동안 멤버들에게 수차례 술자리를 강요하고 수년 동안 지속된 가스라이팅과 강압적인 태도로 멤버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었으며, 특히 일상적으로 이어진 강 전 대표의 과도한 애정표현 요구와 스킨십을 기피하거나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을 경우 앨범 활동에서 제외하는 등의 보복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더욱이 강 전 대표가 주장한 성추행이 발생했다는 술자리에서 먼저 독대를 요구한 것도 휘찬이 아닌 강 전 대표였다는 게 IPQ 측의 이야기다. IPQ는 "강 전 대표는 휘찬을 제외한 멤버와 임직원이 자리를 떠난 뒤 휘찬에게 평소와 같이 과도한 애정표현과 스킨십을 요구했으며 함께 자리에 있던 일행이 없었기 때문에 순응하지 않을 경우 돌아올 협박성 발언과 폭언, 폭행이 두려웠던 휘찬은 지시에 따라야 했다"며 "스파이어 엔터 측은 이를 '강제추행'으로 표현했으나 공개된 CCTV 영상 내에서도 휘찬의 행위가 강제성을 띠지 않고 상대방이 거절 의사를 밝히는 등의 모습은 확인할 수 없다"고 짚었다. 강 전 대표는 스킨십 이후 만취한 채로 잠든 휘찬의 모습을 찍어 매니저에게 전송하는가 하면, 휘찬을 데리러 가겠다는 매니저를 만류하며 직접 데리고 가겠다며 '강제추행' 피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CCTV에 촬영된 장면 이후에도 강 전 대표가 휘찬에게 계속해서 스킨십을 요구했고, 휘찬은 건물 1층으로 도망치던 도중에 계단에서 크게 넘어지며 부상을 입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어나지 못하고 쓰러진 휘찬에게 강 전 대표가 다가와 머리를 밟고 앞에서 춤을 추는 기이한 행위를 보였고, 극심한 공포를 느낀 휘찬은 건물 1층 화장실에 숨었으나 강 전 대표가 쫓아오며 소리를 지르는 등 새벽 5시가 넘도록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가했다는 게 IPQ 측의 주장이다.
이 사건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CCTV 영상은 이번 스파이어 엔터의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됐다. 당초 스파이어 엔터 측은 기자회견에서 "(CCTV 영상은) 휘찬이 강 전 대표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서에 제출한 증거자료 영상이며 제출 당시에는 이 부분이 삭제돼 있었으나 2주 전 포렌식으로 복구해 확보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오메가엑스 측은 "처음부터 양측 모두 해당 CCTV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돼 왔는데 갑자기 스파이어 엔터가 포렌식에 성공한 증거자료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가해와 피해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게 일정 부분만 편집된 영상이라는 점을 짚으며 "전체 영상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동일한 영상이 '강 전 대표에 의한 휘찬의 스킨십 강요·강제추행 피해'로 인정될지, 반대로 '휘찬에 의한 강 전 대표의 강제추행 피해'로 인정될지가 앞으로 양측 간 법정 다툼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앞서 강 전 대표는 2022년 10월 미국 투어 중이던 오메가엑스의 멤버 재한에 대한 폭행 사건으로 3월 12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으며, 업무상 위력에 따른 성추행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영업 방해 등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오메가엑스와 스파이어 엔터 간 전속계약해지 본안 소송에서 계약 해지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강 전 대표의 업무방해 고소가 취하됐지만, 성추행 등 갑질 가해 사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 역시 폭행 혐의와 마찬가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수사 방향의 전환을 목적으로 영상을 공개했을 수도 있다고 파악되는 만큼 전체 영상을 추가 공개할 경우 오히려 휘찬에게 더 유리한 내용이 확인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IPQ는 스파이어 엔터의 휘찬에 대한 강제추행 고소 건에 대한 무고 고소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혀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