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100석도 어려워, 그 의미 대통령이 알아야…한동훈 총선 등판? 찍어 먹어봐야 아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 주사위를 던지겠다고 밝힌 날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혁신하지 못한다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놓고 관측이 엇갈리지만 국민의힘에 악재가 될 것이란 데엔 이견이 없어 보인다. 11월 30일 일요신문은 이 전 대표를 만나 신당 창당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신당을 만드나.
“신당 외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을 계속해 왔다. 다만 저는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냈다. 당원 중에는 ‘대통령의 태도가 바뀔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12월 말까지 그 선언을 보류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복귀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희망 사항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지만, 저는 아주 명징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저와 소통하고 있지도 않다.”
―이준석 신당은 어떤 가치를 표방하나.
“다양한 생각의 공존이다. 보수의 주류적인 생각이라고 하는 것들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교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게 누적돼 왔다. 그런데 전쟁을 경험했던 세대, 산업화와 연관을 가진 세대가 고령화가 되면서 자연적으로 (젊은 세대로) 대체돼 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자유주의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본다. (이러한 관점이 정치에) 많이 반영돼야 한다.”
―빅텐트를 구상하고 있나.
“김기현 대표도 빅텐트라는 말을 쓴다. 그 용어가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논의해 볼 만한 아젠다는 전부 다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한다’는 주의자다. 정당이라면 그래야 한다. (신당이) 많은 논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정당이 됐으면 좋겠다. 성역 없이 문제들이 논의돼야 한다.”
―구체적인 신당 로드맵이 궁금하다.
“미리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름에 대해) 인터뷰하면 (그분들이) 집중 공세를 받을 것이다. 소속해 있는 당이 있다면 거기서 공격받을 것이다.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조급해하지 말라고 꽤 세게 말하고 있다.”
―접촉하고 있는 현역 의원의 규모는 대략 어느 정도인가.
“어차피 모든 것은 12월 중순과 말 사이에 판가름 난다. 지금은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유승민 전 의원과도 접촉하고 있나.
“유승민 전 의원과 접촉한 적 없다. 사전 교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중에 때가 되고 조건이 마련되면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할은 무엇인가.
“김 전 위원장은 보수 정당이 잘될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온 분이다. 그러나 선거 승리를 이끌었던 김종인-이준석 체제의 큰 틀이 부정당했다. 사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큰 승리가 없었다면 대선 때 좋은 분위기가 없었을 것이고, 대선에서의 세대 결합이 없었다고 한다면 대선 승리가 없었을 것이고, 지방선거의 승리도 요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이 하는 것은 승리 방정식의 해체다. 그게 김 전 위원장 같은 노정객에는 굉장히 모욕적인 움직임이다. 이기는 방법을 다 가르쳐줬는데 갑자기 이상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제3지대의 다른 세력과도 연대할 수 있는지.
“정의당 출신이라 하더라도 말 되는 아젠다를 다루는 사람이면 당연히 같이할 수 있다. 예시로 든 게 노회찬 의원이다. 노 의원이 있을 때 웃으면서 대화하고, 전화하고, 상의했다. 저는 그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을 보면 공천에 눈이 멀어서 정상적인 이야기를 안 하는 사람도 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을 배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식적인 선에서 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야 한다.”
―대구에서 토크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정가에선 대구 출마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신당을 하게 된다면 동지들과 같이 상의해야 한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소속으로 안 나가고 당을 한다는 것이다.”
―이준석 신당이 지역구에선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지역구에 당선될 정도의 지지율을 깔고 들어가는 정당이 지금까지 어디 있었나. 예를 들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도 호남에서 거의 당선되지 않았나. 어쩔 수 없는 지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결심을 저해하는 요소는 아니다. (총선은) 윤 대통령 심판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 주변에 있는 보수 원외위원장들에게 ‘당신이 노력하다가 지는 것은 상관없지만, 왜 윤 대통령의 오판과 아집에 당신이 희생돼야 하느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예상은 변함이 없는 건가.
“보궐선거 지는 순간부터 국민의 평가는 끝난 것이다. 그런데 계속 저러고 있는 것은 그냥 좀비 상태로 가자는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리더십 없는 당 형태로 계속 갈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신당을 의식해 한동훈 장관을 등판시키려한다는 분석이 있다. 한 장관을 이 전 대표 대체재로 보는 것 같다.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니까 2인자 격 되는 사람의 얼굴을 내세우겠다는 생각은 그들의 판단이기 때문에 존중한다. 그런데 굳이 찍어 먹어봐야 아나.”
―한동훈 장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 장관이 본인의 커리어나 쌓아 올린 것들을 너무 허탈하게 소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황교안 대표는 모든 면에서 한 장관의 상위호환이었다. 그러나 황 대표가 리더의 위치에 간 다음 총선에서 지고 부정선거 담론까지 쫓아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 장관도 어떤 길로 갈지 명확히 선택해야 한다. 보수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사람들이 못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따라가면 한 장관이 확장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그러면 30~40%의 지지층을 끌어안고 침몰하게 된다. 보수당은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신당 창당의 강을 넘지 않게 하려면 윤 정부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면 그게 조건이 된다. 대통령께서 정치적 문제, 당내 문제, 여러 사회 문제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부산 엑스포는 지자마자 큰일 나겠다 싶으니까 12시간이 지나기 전에 사과했다. 사과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본인이 하기 싫은 것이다. 본인이 당무 개입한 게 잘못됐다고 이야기할 용기가 없는 것이다. 본인이 지금까지 이념이 민생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했던 것을 뒤집을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한테 국가의 문제를 앞두고 긴축 재정이나 여러 문제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 보자는 말을 꺼낼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저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 거다. 제가 대통령을 성급한 주식 투자자라고 묘사한 적이 있다. 주식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고 난 다음 한 방에 회복해 보려고 테마주에 갔다가 선물을 건드리고 그다음에는 진짜 한 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옵션 건드리다가 싹 털어먹는 구조로 가고 있다. 어떻게든 부산 엑스포 같은 것을 유치해서 한 방에 (부정 여론을) 뒤집어 보려고 한다. 나중에는 오만 가지 공약을 남발할 것이다.”
―이대로 총선을 치르면 선거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강서구 보궐 선거 결과를 어떻게 맞혔냐고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국민의힘이) 대패했던 선거 분위기와 같다고 느껴서 그랬다. 그때 강서구에서 17% 정도 차이가 났다. 혁신위 대처 때문에 민심이 그때보다 더 이반한 것 같다. 그래서 냉정하게 지난 21대 총선보다 의석수가 내려간다고 보고 있다. 100석 아래도 가능하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 그러나 모를 것이다. 주변에서 이상한 보고를 할 거니까. 총선 결과가 나오고, (여당의) 의석수가 적게 나오는 순간 가장 큰 타격 입는 이는 대통령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