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개인 세율 다른 점 이용 BJ 3명에 억대 챙겨…최근 전액배상 판결 났지만 재산 없어 집행 못해
판결문, 민사사건 소장, 녹취 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사건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인터넷 방송에서 BJ를 하는 A 씨는 수입이 많아 내는 세금도 컸다. A 씨는 연간 2억 원 이상 수입을 내는 BJ로 소득세율이 35% 이상 구간에 해당됐다.
2019년 6월 조 아무개 씨는 자신이 평소 A 씨 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라며 접근했다. 조 씨는 D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D 사 이사인 강 아무개 씨도 소개했다. 조 씨는 회사 대표로서 이따금 말을 걸었고, 적극적인 권유나 지시는 이때부터 강 씨가 대부분 맡아 하게 된다.
강 씨는 A 씨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이들은 ‘세금 때문에 힘들다면 절세 방법이 있다’면서 ‘개인사업자 과세표준이 8800만 원을 초과하면 세율이 35%에 이르지만, 법인은 과세표준이 2억 원 이하인 경우 법인세 세율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운영하는 주식회사의 법인세 10%만 부담하면 종합소득세를 면제시켜 주고 나아가 환급까지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이들은 구체적인 방법으로 ‘후원금을 환전하여 발생한 소득 전부 법인 계좌로 보내주면,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겠다. 그러면 당신들의 소득이 전부 법인 매출로 전환되기 때문에 소득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 법인의 매출이 증가하여 발생하는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하니까 송금해준 금액에서 법인세 10%, 부가가치세 10%를 제외한 금액만 다시 돌려주겠다. 부가세는 송금한 금액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줄 테니 이를 통해 공제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조 씨와 강 씨는 ‘이런 방법은 탈세가 아닌 절세다. 누구나 다 하는 것이어서 불법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얘기를 들은 A 씨는 솔깃해졌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게 된다. A 씨는 “조 씨가 세무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시청자였던 조 씨가 ‘내가 하는 사업이 엔터테인먼트고, BJ들 절세 시켜주면서 나도 매출이 늘어나서 이득이 되는 구조’라고 말해 상부상조할 수 있겠구나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동료 BJ인 B 씨, C 씨에게도 이 방법을 소개하면서, 추가로 이들이 말한 ‘절세’ 방식에 참여하게 된다. 2019년 6월부터 매달 10일 단위로 환전한 뒤 D 사 계좌로 돈을 입금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입금한 금액이 A 씨 1억 6300만 원, B 씨 2억 2495만 원, C 씨 1억 7156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D 사는 20%를 제외하고 다시 이들에게 입금했다. D 사가 가져간 몫은 A 씨 3265만 원, B 씨 4499만 원, C 씨 3431만 원이었다.
3명의 BJ가 D 사에 돈을 입금할 동안은 이들 사이는 사적으로도 친해 보였다. 녹취록과 메신저 대화 내용에 따르면 강 이사는 BJ들이 10일마다 환전할 금액이 얼마인지 체크하고, 절세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강 씨는 BJ들이 살 집을 소개해주기도 했고, ‘저희가 게임 커뮤니티도 인수할 예정”이라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갈등이 생기기 얼마 전인 2020년 3월 강 씨는 “베트남에서 콘텐츠를 찍을 기회가 있는데 동참하겠냐”면서 방송 제안도 했다.
문제는 2020년 5월 20일 터졌다. 이날 이들에게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부과됐는데 조 씨나 강 씨가 얘기한 금액과 전혀 다른 숫자였다. 즉시 A 씨는 강 씨에게 ‘어떻게 된 거냐’며 따졌다. 이에 강 씨는 ‘세무사가 문제가 생겨 제대로 처리를 못했다. 2020년 연초에 세무사를 급하게 바꿨더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현재 돈이 정부사업 통장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강 씨에게 ‘세무사 얘기 등은 믿기 어렵다. 의심이 간다. 세금 처리한 서류를 달라’고 했다. 강 씨는 “앞으로는 매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아무래도 이상한 것 같아 평소 친분이 있던 최강용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에게 상담을 했고, 최 변호사는 ‘팝콘을 환전한 순간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절세는 애초에 말이 안되는 내용’이라는 대답을 듣게 됐다.
5월 27일 A 씨는 강 씨에게 “올해 처리한 것만이라도 취소하고 돌려달라”고 말했다. 강 씨는 ‘주말에 처리하겠다’ ‘절세 방법을 역으로 다시 처리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 등의 말을 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2020년 7월 1일 돈을 돌려받지 못한 BJ 3명은 조 씨와 강 씨를 사기죄로 고소하게 된다. A 씨는 “조 씨와 강 씨 모두 사기죄로 고소했다”면서 “세금계산서 발행하지 말고, 거래 없이 발행한 세금계산서는 취소 안하면 조세범처벌법으로도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기 혐의 형사 고소는 2020년 11월 불기소 처분됐다. 수사기관은 ‘탈법 또는 위법에 동참하려는 BJ 3명과 조 씨, 강 씨 내부 문제에 불과하다’라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반면 BJ들은 ‘불법이 아닌 절세 방법이라는 말에 속아 넘어가 돈을 줬다’고 억울해 했다. 이에 불복해 BJ 3명이 항고했지만 결국 불기소로 끝나게 됐다.
같은 시기에 이들은 조 씨와 강 씨를 공동으로 한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사건은 판결이 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조 씨와 강 씨가 소장 부본을 송달받지 못해서 초기에 공시송달로 사건이 진행된 기간이 있었다. 또한 국세청에 과세정보제출명령, 검찰청에 문서송부촉탁신청 등 회신을 기다리느라 1심 사건이 2년 만에 판결이 선고됐다.
결국 2022년 7월 민사소송을 제기한 지 2년 만에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강 씨는 D 사 이사로서 BJ가 사업소득을 보내주면 소득금액을 0원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했다’면서 ‘결국 원고인 BJ들은 소득세를 납부하게 됐음에도 법인세 부가가치세 명목 등으로 공제한 금액을 돌려주지 않았다’면서 강 씨와 D 사 대표 조 씨는 공동으로 받은 돈을 전부 배상해라’라고 판결했다.
조 씨, 강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다만 2심에 들어서면서 이들은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고 사실상 재판을 포기한 듯한 태도로 변했다. 2023년 7월 2심에서 항소기각으로 판결이 확정됐다.
BJ들은 민사소송에서 승리했지만, 상처뿐인 승리라는 말이 전해진다. 조 씨, 강 씨 명의로 재산이 없어 집행을 못하고 있는 상태로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 명의 재산을 찾기 위해 2023년 11월 피고였던 조 씨와 강 씨 명의로 책임 재산이 있는지 재산명시 절차 진행 중이라고 한다. 또한 BJ들은 조 씨와 강 씨가 자신들을 허위로 근로자로 신고하고 지원금을 받은 내용에 대해서 보조금관리법 위반으로 다시 고소해 현재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된 상태라고 한다.
최강용 변호사는 “세금을 면제 받게 해준다는 달콤한 유혹에 속아서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지 않고 자신의 소득 중 일부를 보낸 사건이다. 달콤한 유혹의 이면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 후 결정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