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지분투자 대박 불구 본업 수익성 둔화해 지나친 지원 우려…부당지원 행위 여부로 공정위에 신고당해
국내 주요 홈쇼핑사들이 올해 3분기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GS샵은 올해 3분기 매출 2598억 원으로 전년(2894억 원) 동기 대비 10.2%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3억 원으로 전년(262억 원) 동기 대비 18.7% 감소했다. 현대홈쇼핑도 올해 3분기 매출 5051억 원으로 전년(5640억 원) 동기 대비 5.1%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8억 원으로 전년(299억 원) 동기 대비 43.7% 감소했다. 반면 CJ온스타일은 올해 3분기 매출 3003억 원으로 전년(3095억 원) 동기 대비 2.9%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57억 원) 동기 대비 23.2% 늘어 71억 원을 기록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홈쇼핑업계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모바일 쪽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자 주목도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도 불황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롯데홈쇼핑 올해 3분기 매출은 2190억 원으로 전년(2562억 원) 동기 대비 14.3% 감소했으며, 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홈쇼핑업계에서 유일한 분기 적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홈쇼핑은 계열사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 건물과 토지를 2039억 원에 매입했다. 이 부동산의 원래 주인은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로 이들은 각각 64.6%, 35.4% 지분을 보유했다. 롯데홈쇼핑이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면서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는 각각 1317억 원, 722억 원을 손에 쥐었다. 올해 1분기 롯데지주의 연결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을 보면, 롯데홈쇼핑의 부동산 매입은 롯데지주에 자금수혈 효과를 준 셈이다.
다만 롯데홈쇼핑의 양평동 부동산 매입을 두고선 잡음이 있다. 롯데홈쇼핑 2대주주인 태광산업(45%)이 롯데홈쇼핑의 양평동 부동산 매입에 대해 롯데그룹에 자금을 우회 지원하려는 부당지원행위라고 판단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했다. 부당지원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가 부당하게 계열사 등에 과다한 경제상 이익이 되도록 자금이나 자산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행위를 뜻한다.
태광산업 측은 롯데홈쇼핑의 양평동 부동산 매입 결정이 롯데그룹과 롯데지주의 경영 위기 상황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롯데그룹이 2017년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면서 롯데홈쇼핑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의 손자회사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행위제한 규정에 포함됐다. 롯데홈쇼핑의 최대주주는 롯데쇼핑(53.49%)이며,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40%)다. 이 같은 공정거래법으로 롯데홈쇼핑이 우회적으로 롯데그룹과 롯데지주를 지원한 것 아니냐는 것.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주사는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재원조달을 하거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역으로 손자회사가 지주사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이는 자칫 부당지원행위로 보여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화 참여연대 선임간사도 “부당지원 행위로 보여질 가능성이 있어 (공정위) 조사가 제대로 진행돼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롯데홈쇼핑의 부당지원행위가 맞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고,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전하기 어렵다”며 “(조사는) 몇 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1월에도 롯데건설 지원을 위해 1000억 원을 단기 대여했다. 롯데홈쇼핑이 계열사 지원에 나설 수 있었던 건 현금을 넉넉하게 보유한 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롯데홈쇼핑 현금성 자산은 △2020년 522억 원 △2021년 740억 원 △2022년 2728억 원이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성리스부채는 136억 원이며 지난해 말 기준 상환 만기가 1년을 초과하는 비유동성리스부채는 612억 원이다. 현금성 자산을 고려하면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2.83%로 건전하다.
롯데홈쇼핑 현금 곳간이 넉넉한 배경으로 해외 지분투자가 꼽힌다. 롯데홈쇼핑은 2004년 대만 최대 금융지주 회사인 푸방그룹과 모모홈쇼핑을 설립했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17억 원으로 모모홈쇼핑의 지분 10%를 확보했다. 우리홈쇼핑이 2007년 롯데쇼핑에 인수되기 전에 모모홈쇼핑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모모홈쇼핑은 2014년 대만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후 2016년 매출 1조 원을 넘기며 대만 TV홈쇼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2021년 모모홈쇼핑 지분 380만 주(2.1%)를 2952억 원에 매각했다. 현재 롯데홈쇼핑은 모모홈쇼핑 지분 7.9%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가치는 2022년 말 기준 5700억 원 수준이다. 17억 원을 투자해 수천억 원대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해외 지분 투자를 통해 유보금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산업 특성상 설비투자 부담이 없는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앞의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은 제조업처럼 공장, 장비 등 유형자산이 꼭 필요한 산업은 아니다”라며 “이런 점에선 지출을 줄여 타 산업에 비해 현금 확보를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의 적극적인 계열사 지원이 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무엇보다 본업의 수익성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홈쇼핑 매출은 △2020년 1조 759억 원 △2021년 1조 1030억 원 △2022년 1조 780억 원으로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영업이익도 △2020년 1252억 원 △2021년 1020억 원 △2022년 780억 원으로 줄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11.6% △2021년 9.2% △2022년 7.2%로 하락세다.
롯데홈쇼핑의 수익성 감소는 모회사인 롯데쇼핑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롯데쇼핑의 지난 3분기 매출은 3조 7391억 원으로 전년(4조 133억 원) 동기 대비 6.8%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20억 원으로 전년(1501억 원)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롯데그룹을 지탱하는 두 축으로 롯데쇼핑(유통)과 롯데케미칼(화학)이 꼽히는 만큼 롯데홈쇼핑이 본업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홈쇼핑 업체들이 시대 변화에 맞는 신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지고 있는 현금이 많은 (홈쇼핑) 업체라면 유통 산업 격변기에 생존의 기로를 찾는 데 집중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유튜브,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 등 새로운 산업과 접목하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