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상대 2017·2018년 부당이득 반환 요구…관세청 “당시 관세법대로 징수, 문제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면세점 업계가 반환소송을 제기한 실제 상대는 관세청이다. 법무부가 법률상 대표자여서 한동훈 장관이 형식상 피고로 지목됐을 뿐이다.
원고인 면세점 업계는 관세법에 따라 각 관할 세관장으로부터 특허를 받아 보세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보세판매장은 흔히 면세점으로 불린다. 이들은 2017년과 2018년 2년 동안 정부가 ‘보세판매장(면세점) 특허수수료’를 과다하게 징수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과다 징수한 특허수수료는 부당이득이며 이를 반환하라고 요구한다.
관세법에 따르면 보세구역은 지정보세구역과 특허보세구역, 종합보세구역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특허보세구역은 보세창고, 보세공장, 보세전시장, 보세건설장, 보세판매장(면세점)으로 구분된다. 특허보세구역 가운데 보세판매장 설치와 운영에 관한 수수료를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라고 한다.
정부가 보세판매장 운영인에게 특허수수료를 징수하는 까닭은 뭘까.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국가가 조세징수권을 포기하고 특정인(면세점 업체)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해 준 이익을 사회적으로 환원해 재정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특허권자(면세점 업체)의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조세 대신 징수하는 게 바로 특허수수료다.
이번 소송은 2017년과 2018년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 산정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관세법은 2019년 12월 31일 개정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관세법 개정안에 따라 관세청은 2019년 이후부턴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계산한 매출액(보세판매장의 매장별 매출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
그런데 관세청은 2019년 관세법 개정 이전엔 ‘세관신고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산정했다. 당연히 2017년과 2018년에도 세관신고 판매금액을 근거로 특허수수료를 거뒀다. 세관신고 판매금액은 보세판매장 운영자가 다달이 관세청에 신고하는 보세판매장별 판매금액을 가리킨다. 보세판매장별 판매금액을 단순 합산해 특허수수료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2019년 관세법 개정 이전에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계산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징수했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면세점 업계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관세청이) 세관신고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산정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세관신고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건 ‘행정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2019년 관세법 개정 이전에도) 기업회계기준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면세점 업계는 2019년 관세법 개정 이전에도 법령상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매출액’을 특허수수료로 산정토록 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소장을 통해 "구 관세법(2019년 12월 31일 개정 이전 관세법) 시행규칙 제68조의2 제1항에선 단순히 '보세판매장의 특허수수료는 해당 연도 매출액의 일정비율'로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구 관세법 시행령 제192조의2 제1항에서 '매출액(기업회계기준에 따른 매출액)'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2019년 관세법령 개정으로 이 단서 규정이 삭제됨에 따라 2019년 개정 관세법에서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매출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산정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확인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또한 “관세청은 법문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음에도 2014~2018년까지 세관에 신고된 ‘판매금액의 단순 합계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산정했다”며 “정부는 면세점 업체들이 납부한 2014년~2018년 특허수수료를 기업회계기준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그 차액을 원고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2014년~2016년은 이미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5년)가 지나 청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이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서 2017년과 2018년은 시효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2년 치에 대해서만 반환을 청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세청 입장은 다르다. 특허수수료는 관세법에 따라 적법하게 징수했다고 반박한다. 2019년 관세법 개정 이전에 적용했던 옛 관세법 시행규칙 제68조의2의 제1항에는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는 보세판매장의 매장별 매출액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율을 적용해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적시돼 있었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은 "보세판매장의 매장별 매출액은 세관신고 매출액으로 2013년부터 관세법 시행령에 규정돼 국회에 보고했다"며 "관세법 시행령 제192조의2에 규정된 기업회계기준도 중소기업 산정에 대한 것으로 특허수수료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면세점 업계가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뒤늦게 제기한 까닭은 뭘까. 좀 더 이른 시점에 소송을 제기했다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치에 대해서도 반환소송에 포함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면세점 업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면세점 업계에도 혹한이 몰아쳤다. 인력구조조정, 재고처리 등으로 정신이 없었다. 특허수수료 문제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3년이나 경과한 시점에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 “2019년 이전엔 세관신고 매출액 산정 타당”
면세업체 8곳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2017년과 2018년 2년 치 정부의 부당이득금 규모는 모두 530억 8943만 3735원에 달한다. 업체별로는 (주)호텔신라가 201억 9256만 9858원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주)호텔롯데가 166억 6624만 7232원이다. (주)신세계디에프가 104억 8924만 7758원, HDC신라(주) 33억 4810만 2624원, 롯데면세점제주(주)가 11억 9440만 6382원, (주)부산롯데호텔 6억 8373만 6827원, (주)신세계디에프글로벌 5억 399만 8353원, 롯데디에프리테일(주) 1112만 4701원이다.
이를 기업집단별로 합산하면 호텔신라 계열 2곳이 235억 4067만 2482원, 롯데 계열 4곳이 185억 5551만 5142원, 신세계 계열 2곳 109억 9324만 6111원이다.
이번 소송에 대해 관세청은 12월 11일 “(관세법이 개정된) 2019년 이전 매출에 대한 특허수수료는 관세법 개정 취지와 관련 부칙 등을 고려할 때 (보세판매장) 운영인의 보세판매장별 매출액 즉 ‘세관신고 매출액’으로 산정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법이 개정된 2019년 이전에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계산한 매출액’으로 특허수수료가 산정돼야 한다는 면세점 업계 입장과 상충하는 견해다. 향후 면세점 업계와 정부 소송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첫 공판은 오는 12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