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국 강훈 0.2% 승률 딛고 극적 역전승…유창혁 꺾은 ‘용병’ 나카네 활약도 빛나
양 팀이 배수의 진을 치고 맞붙은 3차전에서 yes문경은 김일환 9단이 김동엽 9단을 상대로 선제점을 가져왔으나, 전날의 리턴매치에서 나카네 나오유키 9단이 유창혁 9단에게 패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밤 9시 10분부터 시작된 최종 4국의 양 팀 주자는 강훈 9단과 차민수 6단. 전날 2차전에 이어 다시 마주 앉은 50년 베테랑들의 대결에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중반 한때 0.2%까지 승률이 떨어지며 도저히 승산이 없어 보였던 강훈 9단이 극적인 역전을 이뤄내며 yes문경의 우승을 결정했다.
마지막에 팀 승리를 확정지은 강훈 9단은 챔피언결정전 2연승으로 정규리그 2승 5패의 부진을 털어버렸다.
yes문경의 통합우승은 ‘조화’의 결과로 분석된다. 1지명 김찬우 7단, 2지명 김일환 9단, 3지명 강훈 9단에 외국인 용병 나카네 나오유키 9단으로 진용을 이룬 yes문경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정규리그 레이스를 마쳤다.
김일환 9단 10승 4패, 김찬우 7단 9승 5패, 나카네 9단 5승 2패로 돌아가며 필요한 승수를 쌓았고, 부진했던 강훈 9단은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2승을 따내며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우승의 주역 강훈 9단은 “초반 수순을 그르쳐서 절망적인 바둑이었는데 중반 이후 차민수 사범님이 계가를 잘못했는지 계속 양보를 해 미세한 국면이 됐다. 마지막에는 반집이나 1집반 정도 우세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어지러웠던 중앙 전투에서는 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승패는 정말 병가지상사인 것 같다. 정규리그에서 그렇게 부진했는데도 챔피언결정전에 나올 수 있게 해 준 감독님과 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한 소속팀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 대회에서만 다섯 번 우승했는데 이상하게 시니어리그와는 운때가 맞는 것 같다”고 겸손히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오늘 오전 아내가 오랜 입원 후 퇴원했는데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 아직 운이 살아있으니 집사람이 기대를 해도 될 것 같다”고 아내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용병 나카네 9단의 존재감도 기대 이상이었다. 사실 나카네는 크게 기대치 않았던 용병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특급 용병’ 요다 노리모토 9단에게 쏠리는 사이 묵묵히 자신이 가진 능력을 쏟아냈다. 정규시즌에서 5승 2패를 거두며 yes문경이 1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에선 활약이 더욱 빛났다. 팀이 벼랑 끝에 몰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4년 연속 다승왕에 ‘포스트시즌 불패’의 주인공 유창혁 9단을 꺾고 승부를 3차전으로 몰고 갔다.
1988년에 입단, 일본기원 중부 총본부 소속으로 35년째 활동 중인 나카네는 일본 내에서도 뚜렷한 입상 기록은 없었다. 그래서 양상국 감독도 “솔직히 처음엔 불안한 마음이 컸다”고 했다. 하지만 나카네의 진가는 금방 드러났다. 불안하다던 양상국 감독의 입에서 ‘굴러 들어온 호박’ ‘흙 속의 진주’ ‘숨은 보석’ 등 갖은 미사여구가 등장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양 감독은 “기적이 일어났다. 성원해주신 문경 시민들과 신현국 문경시장님께 감사드린다”면서 “1장부터 4장까지 선수들이 조화를 이뤘기에 이번에 우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8년 동안 우승을 못했는데 이렇게 정상에 오르니 너무 좋다”고 우승소감을 전했다.
한편 준우승에 머문 의정부 행복특별시는 정상 일보직전에 역전 2연패를 당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의정부는 정규리그 내내 하위권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조차 불투명했지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 포스트시즌에서 연승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칠곡 황금물류, 플레이오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KH에너지를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의정부는 13승 1패로 4년 연속 다승왕을 차지한 유창혁 9단과 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힘이 난다는 ‘올인 승부사’ 차민수 6단을 앞세워 창단 후 첫 정상등극을 노렸지만 차민수 6단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16년 출범 이래 여덟 번째 시즌을 보낸 2023 레전드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인 정규시즌, 이어 상위 4팀 간의 포스트시즌으로 최종 순위를 다퉜다. 우승 3000만 원, 준우승 1500만 원, 3위 1000만 원, 4위 50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