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3번기 일본 후지사와 2-0으로 완파…곧 기성전, 김은지와 4번째 결승전 주목
오청원배에서 한국은 1회 대회 김채영 8단, 5회 대회 오유진 9단이 우승하는 등 6회까지 5차례 우승하며 강세를 이어갔다.
#프로통산 29번째 타이틀 획득
중국 푸저우 원정길에 오르기 전 “다 불태우고 오겠다.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던 최정이 약속을 지켰다.
일방적인 내용으로 끝냈던 1국과는 달리 결승 2국은 시종 팽팽하다가 한순간에 승패가 갈렸다. 무력하게 내줬던 1국을 반성하듯 치열하게 버티던 후지사와에게서 돌연 무리수가 등장했고, 최정이 이를 정확히 응징하면서 우승을 결정지었다.
바둑TV 해설을 담당했던 송태곤 9단은 “후지사와 6단이 결승1국과는 달리 초반부터 적극적인 수를 앞세워 좋은 내용을 보여줬던 바둑이다. 그런데 시간도 충분히 남아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믿기 힘든 행마와 무리수가 등장했고 순식간에 패색이 짙어졌다”고 결승2국을 평했다.
최정은 이번 대회 국가시드를 받아 본선 16강부터 출전했다. 16강에서 중국 신예강호 우이밍 5단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8강 우에노 아사미 4단(일본), 팡뤄시 5단(중국)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일본의 여류 본인방 타이틀 보유자 후지사와는 본선 24강부터 리샤오시 4단, 왕천싱 5단, 위즈잉 7단, 저우훙위 7단 등 중국 기사 4명을 연달아 꺾고 세계대회 첫 결승에 오르는 활약을 펼쳤으나, 마지막 최정 9단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짝수 해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앞서 2회와 4회 오청원배에서도 우승한 바 있는 최정은 세 번째 정상에 올랐다. 2010년 프로입단 이래 통산 우승 횟수도 29회로 늘렸다. 이 중 보유 중인 센코컵을 비롯해 국제대회 우승이 9회에 이른다.
우승을 확정지은 최정은 “올해 마지막 세계대회를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면서 “12월 남은 기간은 국내대회 결승전(여자기성·여자국수전)을 치르면서 보낼 것 같다. 내년엔 건강관리를 잘해서 즐겁게 바둑을 두는 게 목표”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은지 "성장한 모습 보여드리겠다"
이제 관심은 최정 9단과 김은지 8단의 대결로 쏠린다. 최정의 말대로 두 사람은 12일부터 시작되는 여자 기성전 결승에서 격돌하게 된다.
지난 세 차례의 타이틀전에서는 최정이 김은지에게 모두 승리했다. 2022년 12월 열렸던 제6기 해성 여자기사 결승전에서는 2-0 완승으로, 지난 8월 2023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마스터스에서는 잇단 역전승으로 타이틀을 지켰다. 또 지난 9월 열렸던 2023 닥터지 여자최고기사결정전에서는 1패 후 2연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11월 29일 김혜민 9단을 제압하고 최정과의 네 번째 타이틀전을 이끌어낸 김은지는 “빨리 다시 결승에서 배우고 싶었는데 이렇게 도전하게 되어 기쁘다”며 “작년에는 제가 무척 약했었던 것 같고, 지금도 물론 최정 사범님이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보다 더 재미있는 승부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제6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의 우승상금은 50만 위안(약 907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만 위안(약 3630만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졌다.
[승부처 돋보기] 제6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 결승3번기 제2국
흑 후지사와 리나 6단(일본) 백 최정 9단(한국), 158수 끝, 백 불계승
흑의 착각, 결국 못 버티고…
[장면도] 백, 흑의 허리를 베다
상변에서는 백이 포인트를, 우하 방면에선 흑이 포인트를 올려 팽팽한 가운데 좌하가 마지막 승부처로 떠오른 장면. 흑돌의 타개가 관건인데 여기서 두점머리를 자청해서 얻어맞은 흑1과 3의 젖힘이 패착이 됐다. 백이 4·6으로 허리를 베고 나오자 아래위가 끊긴 흑은 다음 응수가 막막해졌다.
[정해도] 이제부터의 승부
후지사와 리나에게 어떤 착각이 있었을까. 흑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흑1~5로 두텁게 처리하는 게 정수였다. 하변 백도 아직 근거가 확실치 않아 이랬으면 이제부터의 승부였다.
[실전진행] 돌을 거둔 이유
장면도 이후 좌하 흑은 그야말로 지리멸렬 상태. 결정타는 백의 장문에 이은 △가 됐다. 후지사와 리나는 여기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돌을 거뒀는데 가운데 흑이 사는 길은 없었을까.
[참고도] 흑, 비명횡사
실전진행 이후 흑은 1로 잇는 정도인데 백2·4로 꾹꾹 틀어막으면 흑은 갈 곳이 없다. 흑9까지 꾸역꾸역 나가봐도 백10이면 전체가 잡힌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