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영입생 동반 부진 탓 눈물…강원 여름 쇼핑 효과로 잔류…수원 FC 명성 높은 선수들이 막판 활약
#결정력은 돈으로 사는 것
K리그1 최종 10위에 머물러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던 강원은 시즌 내내 '빈공'에 울었던 팀이다. 38경기를 치르는 동안 고작 30골만 기록했다. 리그 내 최저 득점 기록이다. 지난 시즌 대비 20골이 줄어들었다.
2022시즌 25골을 합작한 이정협-김대원-양현준은 지난해 모습을 재현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이정협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김대원과 양현준은 좀처럼 공격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현준은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 유럽으로 떠났다. 공격이 무뎌진 강원은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위기를 직감한 강원은 여름 이적시장서 '쇼핑'에 적극 나섰다.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집중했다. 부진하던 기존 외인 2명과 계약을 해지하고 공격진에 '브라질 3인방' 야고, 가브리엘, 웰링턴, 수비수 투치(등록명 강투지)를 잇달아 영입했다. 축구계 일부에선 '패닉바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보내기도 했다.
시즌 도중 영입된 이들은 곧장 공수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충분히 만족감을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외국인 영입생들은 경기력에서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지만 골이라는 방점을 찍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었다. 브라질 3인방은 각각 리그 10경기 내외의 출장 기록을 남겼으나 이들이 합작한 골은 4골이 전부였다.
결정력을 기대하고 영입한 가브리엘은 김포와 2차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선보였다. 선제골에 이어 승부를 확정짓는 골까지 2골을 책임지며 팀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구단 창단 이래 최다 이적료 지출 기록인 15억 원의 진가를 입증했다. '수비력은 훈련으로 만들 수 있지만 골은 돈으로 만든다'는 한 국내 지도자의 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특별함’이 가른 승부
수원 FC의 잔류에 큰 힘을 보탠 선수 중 하나는 시즌 중반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한 미드필더 이영재다. 어린 시절부터 미드필더로서 능력을 인정받던 자원이다. 전임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 감독 시절에는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수원 FC는 시즌 막판 급격한 난조를 보였다. 10경기 가까이 승리하지 못하며 강원과 수원 삼성이 이어가던 생존 경쟁에 빠져들었다. 플레이오프라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12위로 떨어질 위기였던 리그 최종전, 팀을 살려낸 선수는 이영재였다. 패배는 곧 강등이 되는 상황에서 동점골로 팀의 추락을 11위에서 막았다.
이영재는 부산 아이파크와 만난 플레이오프에서도 주인공이 됐다. 패배를 안은 1차전에서 팀의 유일한 골을 넣은 데 이어 2차전에서는 승부를 연장으로 이끄는 역전골의 주인공이 됐다.
또 다른 미드필더 윤빛가람도 중요한 순간 팀의 잔류를 이끌었다. 이영재의 골이 터지며 돌입한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연장전, 그는 침투 패스로 이날 팀의 네 번째 골에 기여했다. 로페즈가 골키퍼를 맞고 나온 볼을 밀어 넣은 다섯 번째 골도 그 이전 윤빛가람 특유의 강력한 슈팅이 있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수원 FC의 플레이오프에 대해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지만 수원 FC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결국 마무리를 해줬다"며 "이영재, 윤빛가람 모두 '천재'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들의 특별한 재능이 가장 중요한 순간 팀을 구했다. 골맛을 본 이광혁, 로페즈도 저력을 보여줬다. 이들도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던 선수들"이라고 말했다.
#강등으로 이어진 보강 실패
최대 3팀까지 강등이 될 수 있는 현 K리그 제도에서 이번 시즌 실제 강등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팀은 수원 삼성뿐이었다. 이들과 위기에서 살아남은 강원 FC, 수원 FC의 차이는 전력 보강에 있었다.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한 두 팀이 시즌 전 혹은 시즌 중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려 원하는 바를 이룬 반면, 수원은 신입생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수원 삼성도 공격력 보강이 절실한 팀이었다. 지난 시즌 13골을 책임진 핵심 오현규를 시즌 시작 전 유럽으로 떠나보냈다. 오현규의 빈 자리에 다양한 공격수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구단의 선택은 성남에서 뛰던 뮬리치였다. 이외에도 아코스티, 바사니, 김보경, 김경중 등이 보강됐다. 하지만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상으로 이탈해 있는 기간이 길었고 경기에 나서더라도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이들 5인이 지난 한 시즌간 기록한 골은 13골이었다.
시즌 내내 최하위권을 맴돈 수원 삼성은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전력 보강에 나섰다. 공격에 웨릭 포포, 미드필드에 카즈키, 수비에 김주원 등이 수혈됐다. 카즈키와 김주원은 팀의 반등을 이끌기도 했다. 수원은 7월부터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렸다.
하지만 기대하던 공격력은 터지지 않았다. 웨릭 포포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이번 시즌 수원의 신입생 중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인 이는 프로 데뷔 시즌을 치른 19세 신인 김주찬(25경기 5골)이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 하위권 경쟁에 대해 "살아남은 팀들과 수원 삼성의 차이는 이적시장에서 성공 여부"라며 "수원 삼성의 영입은 철저한 실패였다. 강등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이적 작업을 진행한 부서에도 책임이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