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4강 이후 첫 행보 눈길…“선수단 보강 작업 순조롭게 진행 중”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인물 중에서도 단연 관심을 받는 이는 수원 FC의 김은중 감독이다.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샤프'라고 불리던 그는 K리그에서 400경기 이상 출전, 100골 이상을 기록한 레전드 공격수 출신이다. 선수생활 은퇴 이후에는 벨기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 U-20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특히 2023년 5월과 6월에는 U-20 월드컵에 참가, 4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내며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대회 종료 이후 숨을 고르던 김은중 감독은 수원 FC 사령탑에 오르며 현장으로 돌아왔다. K리그 구단 감독으로서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으나 "선수들의 실력을 끌어내는 것이 지도자가 할 일이다. 새로울 것이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U-20 월드컵 4강 무대를 경험한 이후 자유의 몸이 된 김은중 감독이었다. 그는 차기 행보를 묻는 질문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었다. 이후 K리그 현장을 누비며 경기력을 분석하는 기술연구그룹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하지만 기술연구그룹 활동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시즌 종료 이후 감독 공백이 생긴 팀들의 물망에 올랐고 해를 보내기 전, 결국 수원 FC와 손을 잡았다. 김 감독은 "신중하게 움직이려 했다"며 "구단과 가고자하는 방향, 철학이 맞는 팀을 가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팀을 만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원 FC와 그런 것들이 잘 맞아 떨어졌다"고 했다.
수원 구단의 변화는 사령탑뿐만이 아니었다. 2021시즌 1부리그에 승격해 3년 연속 잔류에 성공한 이들은 '리빌딩'에 나서는 모양새다. 2024시즌을 앞두고 17명의 선수들과 결별을 알렸다. 외국인 선수 3명에 더해 팀 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던 베테랑 선수들이 재계약 없이 팀을 떠났다. 김은중 감독은 이에 대한 약간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마치 내가 17명의 선수들을 내보낸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더라. 마치 굉장히 냉정한 사람처럼 비춰지는데(웃음), 선수단을 정리하고 보강하는 작업은 더 긴 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다. 보강 작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물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다 맞출 수는 없지만 주어진 환경에 맞는 조합을 생각 중이다. 너무 많은 선수들이 나가서 걱정하는 팬들도 계실 텐데 앞으로도 영입이 이뤄질 것이다."
1부리그 승격 이후 돌풍을 일으킨 바 있으나 2023시즌에는 몸살을 앓았다. 이전에도 무게 중심이 전방에 있던 팀이었지만 실점이 더욱 급격히 늘었고 결국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강등의 문턱에서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김 감독은 2023시즌 수원 FC에 대해 "실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상대가 잘한 것보다 내부 실수로 인한 실점이 30% 정도라고 봤다. 내부 문제는 충분히 수정할 수 있다"라며 수비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공격에 강점이 있는 기존 색깔을 살릴 뜻도 밝혔다. "공격 때 강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팀의 장점이다.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줄이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 김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과 장기간 함께했다. 2017년부터 U-23 대표팀에 합류, 코치직을 맡아 김학범 감독, 이민성 감독(당시 수석코치) 등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섰다. 동고동락하던 동료 코칭스태프들은 이제 적이 됐다. 김학범 감독과 이민성 감독 모두 2024시즌 K리그1에서 상대하게 된 것이다.
"제가 '모셨던' 분들을 공교롭게 모두 K리그1에서 만나게 됐다. 셋 중 제가 막내인데 이겨보고 싶다. 제가 이겨야 그분들이 '잘 배웠구나'라고 생각하시지 않을까. 물론 뛰어나신 분들이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김학범 감독님이 유리하실 수도 있다고 본다. 워낙 빠르게 축구 트렌드를 따라가시는 분이다. 올림픽 이후 활동을 쉬셨기에 어떤 축구를 선보이실지 모르겠다."
코치 생활을 거쳐 감독으로 나선 U-20 월드컵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그는 "기대를 많이 받는 팀은 아니었다. 앞 세대에는 이강인이라는 스타가 있었고 준우승도 했다. 우리팀은 상황이 달랐다"면서 "조별예선 통과만 잘해보자는 1차 목표가 있었고 16강에 가서 모든 걸 쏟아 부어서 8강에 들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4강 진출이라는 결과는 감독인 그에게도 기대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대회에서의 성과로 이어진 여름 이적시장에서 스토크 시티 유니폼을 입으며 잉글랜드 무대로 진출한 배준호 활약에 대한 비화도 밝혔다.
"(배)준호가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한 상태로 팀에 합류했다. 바로 경기에 내보내면 부상이 악화될 위험이 있었는데 1차전 상대는 가장 까다로운 프랑스였다. 결국 과감하게 준호를 아끼는 선택을 했고 프랑스전에 승리하면서 최상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2차전부터는 경기에 내보냈다.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차전 영상분석을 하는데 골을 넣을 때 벤치에서 가장 먼저 빠르게 뛰쳐나가며 기뻐하는 선수가 있기에 되돌려보니 준호더라(웃음). 조심스럽게 출전 시간을 늘렸고 준호가 16강에서 좋은 활약(1골 1도움)을 하면서 우리가 8강에 갈 수 있었다."
김은중 감독이 프로 구단 감독직에 오르며 떠오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4강 진출을 달성한 U-20 대표팀, '김은중의 아이들'의 팀 합류 여부였다. 이미 당시 대표팀 멤버 중 한 명의 이적은 결정됐다. 수원 FC는 미드필더 이영재를 전북 현대로 보내며 반대급부로 유망주 강상윤을 임대 영입했다. 당시 멤버들의 추가 이동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김 감독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누군가 한 명을 딱 집어서 말하기 조심스럽다. 어린 선수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번에 감독이 되면서 선수들로부터 축하 메시지는 많이 왔다. 짧은 대화에서도 선수들이 처한 상황이 느껴졌다. 기회가 된다면 같이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조금 받기는 했다. 각 소속팀에서 만족할 만큼 출전 시간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지 않나. 하지만 각자 상황이 있기에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 대표팀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던 이영준이 군 복무 중인데 여름에 우리팀에 돌아온다. 건강히 군생활 잘하고 복귀하면 좋겠다. 기대가 크다."
김 감독은 선수시절 남부럽지 않은 스타플레이어로 활약했음에도 신사적이고 점잖은 성향으로 통했다. 그라운드에서 다년간 주장직을 맡으면서도 조용한 리더십을 선보였다. 선수시절 숙소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손수 내려 마시는 것이 취미였다. 그는 "이전까지 흥미가 없었는데 제주 시절(2010~2011년) 커피를 접하게 됐다. 지금도 훈련에나 대회에 나설 때도 도구들을 챙겨간다"고 설명했다.
감독으로서도 그는 튀는 메시지나 경쟁자들을 도발하는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우리 팀을 경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팀들을 상대로 많은 준비를 하고 우리에겐 좀 방심해 줬으면 한다"며 "대신 우리는 항상 100% 이상 준비할 것이다"라는 말을 전했다. 상대팀을 향한 선전포고보다 김 감독은 자신이 준비하는 바를 차분히 전할 뿐이었다.
"지루하지 않은 다이내믹한 축구를 구사하고 싶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현장에서 지켜봤는데 일본의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 점유율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살짝 내려서서 상대를 끌어들였다가 공을 빼앗으면 다이내믹하게 탕탕 튀어나간다. 공이 횡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종적으로 움직이는 축구를 원한다. 팬들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직선적이고 부딪치는 축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특정 팀을 잡겠다'는 말보다는 홈경기에서는 최대한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 팬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