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대통령 막냇사위 경영권 분쟁 때 지원사격 이력…아들 시형 씨 이어 ‘가신’ 발탁 뒷말
재단법인 청계(청계재단)는 이명박 전 대통령 호를 따서 지은 곳이다. 서울시 서초구 법원로3길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2017년 국정감사 때 청계재단은 장학사업이 꾸준히 축소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지적을 들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0년 대비 목적사업비 지출 액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청계재단 존재 자체가 이명박 전 대통령 ‘상속’을 위한 꼼수라는 의혹은 꾸준히 나왔다. 이 전 대통령 장남 시형 씨는 2021년 9월 7일에 청계재단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같은 해 9월 13일 등기 절차를 마쳤다. 동시에 이 전 대통령 맏사위인 이상주 변호사가 이사직을 내려놨다.
2018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청계재단을 설립한 이유는 재산 환원이 아니며,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다스’를 시형 씨에게 넘겨주기 위한 꼼수라고 결론을 내렸다. 2011년 작성된 ‘대통령 임기 후 기획안(PPP)’ 문건에 따르면 다스 지분 중 5%를 시형 씨에게 상속 및 증여토록 하고 5%를 청계재단에 출연토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다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2월 31일 기준 청계재단은 다스 지분 5.03%를 보유하고 있다.
시형 씨가 이사로 취임한 뒤 잠잠했던 청계재단 이사진에 변동이 생긴 건 2023년 11월 1일이다. 이날 김혜경 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1956년생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여성가족비서관과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낸 이력이 있다.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 컴퓨터과학 석사와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아시아시민사회운동연구원 연구실장, 경실련 국제위원장,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 등을 거친 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엔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번에 이사로 선임된 김 전 비서관의 경우 ‘MB 막냇사위’ 지원군으로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막냇사위는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다. 조 회장은 2021년 초반 경영권 분쟁 중심에 서 있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장남 조현식 부회장과 차남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 사이 형제의 난이 불거졌다.
2021년 2월 25일 주주총회 소집 안건으로 사외이사 선임 건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조 부회장과 조 회장이 각자 다른 후보를 추천해 신경전이 벌어졌다. 당시 김혜경 전 비서관이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조현식 부회장은 김 전 비서관이 사외이사로 추천된 것과 관련해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부회장은 “김혜경 후보가 훌륭한 역량을 갖춘 분이라는 데 동의한다”면서 “최대주주 인척의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어 분리 선출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가장 중요한 안건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했다. 결국 주주총회 이후 사외이사로 선출된 건 이한상 고려대 교수였다.
김 비서관의 사외이사 임명은 무산됐지만 조현범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그럼에도 한국앤컴퍼니 일가 형제의 난은 2023년 12월까지도 현재 진행형이다. 조현식 부회장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며 분쟁 불씨가 다시 지펴졌다.
한국앤컴퍼니 상황과 무관하게 김 비서관은 2021년 NGO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지난 11월 청계재단 이사진에 합류했다.
청계재단 이사장은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다. 송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 대학 동기면서 최측근으로 꼽힌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왕재 서울대 명예교수,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 등이 이사진에 포진해 있다. 2021년 9월엔 장남 시형 씨가 이사진에 합류했고, 동시에 한미숙 전 청와대 중소기업비서관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