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경기도 개입 가능성 없다” 김형기 “지자체 담보 있었을 것”…각각 이재명·이낙연 캠프서 몸담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 갈등이 민주당 내홍으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명낙대전’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이 전 대표 최측근인 남평오 연대와공생 부이사장이 “내가 대장동 사건 제보자”라고 하면서 ‘명낙대전’은 정점에 달하는 형국이다. ‘대장동 제보자’가 이낙연 전 대표 측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정치권에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공판에서 있었던 설전이 뒤늦게 조명되고 있다.
2023년 3월 17일과 21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제21차, 제22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이 전 부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한 건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이었다. 2023년 3월 31일 열린 제25차 공판엔 검찰 측 증인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차관이 출석했다.
두 증인은 쌍방울 대북송금에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 전 부지사 측 증인과 검찰 측 증인은 확연히 대비되는 의견을 피력했다. 통일부 고위직을 지냈던 두 증인 입장이 엇갈린 셈이다.
먼저 이 전 부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다. 1958년생으로 용산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외교통일분과위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을 거쳐 2006년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한 바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던 햇볕정책의 설계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전 장관은 2021년 5월 이재명 대표 대선 준비 과정에서 출범한 외곽조직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민주당의 ‘민주’, 이재명 대표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도정 가치로 부상했던 ‘평화’,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연구재단 ‘광장’을 아우르는 조직이었다. 5선 중진 조정식 의원이 이 전 장관과 함께 공동대표로 수장 역할을 맡았다.
다수 현역의원,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정치인들이 민주평화광장 발기인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쌍방울 부회장을 지냈던 정보사 고위직 출신 인사도 이름을 올려 묘한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는 조직이다(관련기사 [단독] 이재명 외곽조직엔 왜? 쌍방울 대북사업 ‘키맨’의 정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와 이해찬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손을 잡은 결과물 중 하나가 민주평화광장 출범이고, 다른 하나가 이화영 전 부지사의 존재”라고 말했다.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 전 장관은 재단법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문정인 전 청와대 외교안보특보가 세종연구소 이사장을 맡았을 당시 세종연구소개발위원장으로 부지 매각 추진 핵심 인물로 꼽힌 바 있다. 세종연구소 부지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해 있다(관련기사 알짜배기 땅 왜 안 팔릴까…세종연구소 토지 매각 리스크 추적).
이 전 장관은 2023년 3월 17일과 21일 공판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 측 증인으로 출석, “민간기업이 지자체에 대북사업을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 맞는다”면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에 경기도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 증언을 했다.
이 전 장관은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거물도 아니고 (대북사업) 영향력도 없다”면서 “경기도 대북사업만 할 수 있지 다른 권한은 없다”고 증언했다. 3월 17일 공판에서 이 전 장관은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민간 기업 경제협력 합의서 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면서 “북한이 돈을 보고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했다.
2023년 3월 31일 공판에 출석한 인물은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이다. 1951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1996년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을 지냈고, 1999년 통일부 정책실장을 거쳐 2001년 통일부 차관으로 취임했다. 김 전 차관은 현재 법륜스님이 운영하는 평화재단 고문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 소설가 김홍신 씨 등이 함께 고문 직위를 맡고 있다.
여기다 김 전 차관은 쌍방울 대북사업 핵심 계열사 SBW생명과학(개명 전 나노스)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 2019년 3월 25일 사외이사로 취임했다. 김 전 차관 사외이사 등기를 전후로 쌍방울엔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2019년 1월 안부수 아태협 회장이 SBW생명과학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2019년 4월엔 스마트팜 사업비용 300만 달러 송금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5월엔 필리핀 마닐라에서 제2회 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가 열렸다. 2019년 11월~12월 사이엔 이재명 대표 방북비 명목 300만 달러가 송금된 것으로 보고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격동의 시기에 쌍방울 소속으로 몸담고 있었던 통일 전문가가 김 전 차관이었던 셈이다. 김 전 차관은 앞서 이 전 부지사 측 증인으로 나선 이종석 전 장관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왔다. 이재명 대표 외곽조직 민주평화광장이 출범하던 2021년 하반기, 김 전 차관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대선경선 캠프에서 열린 전직 장차관 지지선언에 참여했다.
김 전 차관은 2023년 3월 31일 이 전 부지사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차관은 2019년 1월 중국 선양에서 열린 쌍방울그룹과 조선아태평화위원회(조선아태위) 경협합의서 작성에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관계자가 참석한 것과 관련해 “(쌍방울에 대해 북한이 가지고 있는)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면서 “(북한 측이) 아무 기업하고나 (경제협력합의서를) 작성하진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북한 및 조선아태위가 쌍방울 대북사업을) 상당히 중요한 사업으로 여긴 것”이라면서 “조선아태위라고 경제협력사업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북한 상위 지도부와 긴밀한 협의 및 지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남한 정부나 지자체 담보가 없으면 북한이 중소기업과 대규모 사업을 안 할 것 같다’고 했고, 김 전 차관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 측이 ‘지자체가 북한에 기업을 소개했다면 대북사업이 더 용이하지 않겠나’라고 질문하자 김 전 차관은 “지자체가 (대북사업) 진출에 협조했다면 당연히 더 신뢰할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도가 ‘금송’을 지원묘목으로 선정한 것과 관련해 김 전 차관은 “인도적 지원 사업이 아니며, 금송은 산림녹화용으로 맞지 않는다”는 취지 발언을 했다. 금송에 대해 김 전 차관은 “뇌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북한과 앞으로 사업을 지속해나가려는 욕구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관련기사 김성혜가 콕 집은 이유가…경기도 대북지원사업 ‘금송’ 파헤쳐보니).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