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대신 금감원 내 강한 리더십 구축…상당기간 금융 관련 현안 주도 전망
경제학 전공자이면서 공인회계사(CPA) 자격까지 가진 이복현 원장은 한동훈 전 장관과 함께 검사 시절부터 각종 경제관련 사건 수사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했다. 취임 직후부터 실세로 인정받았고 금융관련 각종 정책과 결정에서 금융위원장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2023년 12월 중순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 때만 해도 김주현 금융위원장 교체설이 유력했다. 지난 12월 20일이 공식 임기가 끝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후임으로 내정됐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손병두 이사장은 금융위에서 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부위원장을 두루 역임한 금융정책 전문가다. 카리스마는 물론 금융위 내 신망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두 이사장이 위원장이 되면 다시 금융위가 각종 현안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총선을 위한 개각 마지막까지 금융위원장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교체는 더욱 어렵게 됐다. 긴박한 상황에서 경제부총리와 금융 수장을 동시에 교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금융 관련 현안 해결은 이복현 원장이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원장은 이미 2023년 11월 금감원 부서장의 84%를 교체하면서 자신(1972년생) 또래인 1970년대생을 전면에 내세웠다. 총선 출마 대신 금감원 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은행권의 ‘2조 원+α 상생금융’은 물론 은행지주의 지배구조 개혁도 주도했다.
이복현 원장이 마주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금융시스템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부실 우려에 자금시장이 경색되면 기업들의 경영자금 마련도 어렵게 된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저축은행에서는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경제 문제가 불거지면 여당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향후 이 원장의 정치권 진출 가능성도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반대로 이 원장이 성공적으로 난제를 해결한다면 현 정부에서 가장 실력 있는 관료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여당이 총선에서 패해 한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다면 상대적으로 여권 내 이 원장의 위상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