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커터칼’ 지씨 부평서 기초수급자 생활 소문…‘송영길 둔기’ 표 씨 첫 재판 사흘 앞두고 극단 선택
#‘박근혜 테러범’ 부평 어딘가에…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신촌점 앞에서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를 지원하러 나섰다. 그런데 유세 도중 40대 남성이 커터칼을 휘둘러 박근혜 전 대표 오른쪽 뺨에 11cm 길이의 상처를 입혔다. 이 남성은 지충호 씨(67)로 당시 40대였으며 “대한민국 만세”라는 말을 외쳤다고 전해진다.
지충호 씨의 정치인 상대 테러는 처음이 아니었다. 2005년 12월 당시 곽성문 한나라당 의원의 관자놀이 부분을 가격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과 8범이던 지 씨는 무전취식과 폭행, 음주 후 고성방가 등으로 수감생활을 했다.
2006년 1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옛 한국갱생보호공단) 인천지부에서 나온 지충호 씨가 70만 원 상당의 비교적 고액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던 점을 두고선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직접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살인미수”라며 배후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충호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고, 대법원은 2007년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에 큰 걸림돌이 되는 중한 범죄”라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범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살인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미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지충호 씨는 과거 10년 이상의 수형 생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세간의 주목을 끌기 위해 유력 정치인에 대한 폭력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지 씨의 범행은) 장기간의 수형 생활에 대한 불만을 세간에 널리 알리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겠다는 의도만으로 살해를 기도하는 데까지 이를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2016년 5월 만기 출소한 지충호 씨는 이후 다른 범죄로 재수감됐으며 2022년 3월에 출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출소하고 2개월여가 지난 2022년 5월 지 씨는 이전에 생활했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 한 관계자는 “상담을 해봤는데 누군가 자기 뒤를 봐준다고 얘기했지만 정작 돈은 하나도 없었다. 망상에 빠진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면서 “이곳은 출소자들이 사회로 나가기 전 최소한의 지원을 해주는 자립기반 시설이다. 결국 일을 해야 생활비가 충당된다. 그런데 지 씨는 몸이 아파 근로도 못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연락이 되는 (지 씨의) 보호자가 없어 생사도 알 수 없다. (지 씨는) 출소하기 전부터 어떤 사람들이 인천 부평 쪽에 월세 장기 여관방을 얻어주고 본인은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 긴급생계비 신청을 했던 상태였으며 현재 정식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면서 “인천과 부천 지역 출소자가 갈 수 있는 갱생보호시설은 이곳을 포함해 인가받은 시설인 서울 중랑구 면목동 담안선교회와 부천의 열린낙원밖에 없다. 지 씨는 2022년 5월 이후 어디에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갱생보호시설 종사자에 따르면 “지충호 씨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갱생보호시설에서는 보통 공동생활을 한다. 교도소에서도 교도관을 폭행하고 기물 파손한 지 씨가 이러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주거급여와 생계비, 의료보험 등이 지원돼 아픈 사람이 혼자 지낼 수 있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자 자격 없이는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요신문은 인천 부평 일대의 여러 모텔과 여관, 여인숙을 방문해 지충호 씨의 행방을 쫓았지만 결국 지 씨를 만날 수는 없었다.
#‘송영길 테러범’ 신변 정리 편지 후…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신촌에서 습격을 당했다. 20대 대선을 이틀 앞둔 2022년 3월 7일 낮 12시 5분쯤,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 광장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던 송 전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70대 남성 표 아무개 씨에게 둔기로 수차례 가격 당했다. 표 씨가 사용했던 둔기는 검은색 비닐에 싸인 망치 모양 흉기로 알려졌다.
유튜버 표 아무개 씨는 2022년 2월부터 민주당 선거운동 현장을 쫓아다니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송 전 대표를 비난하는 영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송 전 대표의 머리를 가격한 뒤 “한미 군사훈련을 반대한다” “청년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전해진다.
송 전 대표는 봉합 수술을 받은 뒤 피습 하루 만인 3월 8일 머리에 붕대를 두른 채 다시 유세에 나섰다. 당시 송 전 대표는 “다행히 치명적 부위를 비켜났고 뇌출혈도 없어 오늘 퇴원해 마지막 유세에 동참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치열한 대선의 막바지에 ‘부상 투혼’을 펼쳤지만 선거를 승리로 이끌진 못했다.
검찰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표 아무개 씨를 구속 기소했지만, 표 씨는 첫 재판을 사흘 앞두고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표 씨 유족에 따르면 표 씨는 구치소에서 가족에게 “만약 내가 잘못된다 하더라도 다른 생각 하지 마소” “잘 살아라 항상 보살필 것이다” 등과 같이 신변 정리를 암시하는 편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