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퇴·통합비대위 구성 말고 타협안 없어…친명 인사 임혁백 공관위원장 임명 바람직하지 않아”
이낙연 전 대표는 ‘명낙회동’이 성과 없이 결렬된 후 신당 창당 공식 선언을 앞두고 있다. 원칙과 상식은 2023년 12월 말까지 퇴진하지 않은 이재명 대표에게 최후통첩을 할 예정이다. 일요신문은 1월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을 만나 현 상황을 짚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명 대표가 ‘원칙과 상식’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번 더 호소하고, 기회를 드리려고 한다. 사실 어제(1월 3일) 최후통첩하려고 했는데,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못하게 됐다. 일단은 몸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 다만 언제까지나 모든 것을 미루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일각에서 나오는 회군 가능성도 전혀 없다. 이 대표 건강이 호전되면 퇴원 전이라도 기자회견을 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 측 연락은 없었나.
“연락해온 건 전혀 없었다. 이 대표를 마지막으로 본 건 1차 체포동의안 (표결) 앞두고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했다.
“정치가 혐오와 분열을 양산하며 만들어진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듣고 싶은 것만,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확증편향이 심해진 것도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런 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명낙회동’이 결렬됐는데.
“아쉽다. 명낙회동 전에 이재명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도 만났다. 그때 정 전 총리가 벼랑에서 손을, 벼랑 끝에 매달려 잡고 있는 손을 놓는다는 뜻의 ‘현애살수’라는 사자성어를 쓰셨다. 정 전 총리가 평상시에 쓰시는 화법을 고려하면 굉장히 세게 말씀하신 것이다. 또 ‘버스 지나가고 손 흔들어봐야 아무 소용없다’며 결단을 촉구하셨다. ‘원칙과 상식’뿐만 아니라 전직 총리 세 분까지 동일한 요구를 이야기했는데도 (이 대표의) 화답이 없다. (이 대표가)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어서 아쉽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으로 이낙연 신당 창당과 원칙과 상식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총선 시간이 정해져 있다. 지금도 선거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약간 주춤한 상황이긴 하지만, 시계를 멈추진 않을 거 같다. 원칙과 상식도 마찬가지다. (최후통첩이) 약간 미뤄지긴 했지만, (피습 사건이) 큰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 같다.
―최후통첩은 어떤 내용인가.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고 통합비대위를 구성해야 분열을 막을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 탈당 사태까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분열하지 말고 선거 치르기 위해선 이 대표 결단이 유일한 해법이다. 원칙과 상식은 네 가지 중에서 선택할 것이다. 첫 번째는 (원칙과 상식 활동을) 그만하고 지역 경선 참여하자. 두 번째는 여태까지 보여왔던 진정성을 국민께 보여주기 위한 불출마 선언이다. 세 번째는 탈당한 뒤 불출마 선언이다. 네 번째는 제3지대 정당을 요구하고, 혐오 정치를 싫어하는 국민의 요구에 따른 신당 창당이다.
―통합비대위 이외에는 타협점이 없나.
“전혀 없다. 정당민주주의 파괴와 도덕성 훼손, 국민 신뢰 잃게 된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자. 이 모든 것은 개딸 팬덤을 동원한 이재명 대표 사당화로부터 시작됐다. 정치학자 등 많은 분이 직접 민주주의란 외피에 둘러싸인 사당화가 민주주의를 망치는 길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실정이 심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뒤지는 여론조사가 아직까지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사당화와 팬덤 정치 정점에 이 대표가 있어서다. 그 문제를 해소하진 않고선 당 신뢰를 보여줄 수 없다. 전례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도 분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전권 부여하며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국민의힘도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지금의 민주당보다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나.
“비대위 체제 들어선 지 얼마 안 돼서 판단하기 힘들다. 취임사에 담긴 동료시민, 공공선 등의 단어가 주는 의미는 대한민국 공화주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이 심어진 것처럼 보인다. 양극단 정치, 분열과 혐오 정치를 몰아내고 국민 통합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단어를 차용한 것인지, 실제 내재적으로 깊이 고민한 건진 모르겠다. 앞으로 한 위원장이 여당 대표로서 야당 대표와 국론분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여주는지 지켜봐야 한다. 당장 처한 과제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로 남느냐, 대한민국 공화주의를 실천하는 큰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느냐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 대표에게 고향인 경북 안동에 험지 출마하라고 요구했다.
“험지 출마와 당대표 사퇴는 별개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가능성 높았던 종로를 버리고 부산으로 간 것이다. 지역감정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지키기 위한 행위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부산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다 험지였다. TK와 호남에서 지역감정과 갈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대표가 험지인 안동에 가서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자산으로 남고, 민주당 총선 승리에 기여할 것이다. 중진 험지 출마론은 선거 때마다 여야에서 항상 나오는 얘기다. 그만큼 국민 기대와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86세대 정치인들을 향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 결단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집권했을 때 근본적 문제인 불평등 문제를 노력해왔던가. 문재인 정부 시절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중산층이 두터운 평등한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의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언론개혁, 적폐청산, 검찰개혁 등 정치적 이슈에만 민감하게 주도하다 보니 불평등만 심해졌다. 저출산 문제는 더 심화되며 국가소멸에까지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에서 핵심적으로 일했던 이들이 86세대 정치인이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지 못한 만큼 86세대 중에 일부라도 마음을 비우고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 이를 통해 후진들과 새로운 정치인들의 자리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86세대인 김종민 이원욱 의원도 불출마할 생각인가.
“물론이다. 원칙과 상식은 마음을 비웠다고 처음부터 강조했다. 차기 총선에 도전하기 위해서 공천받기 위한 싸움 절대 아니다. 이 대표가 물러나고 통합비대위 구성한다면, 선민후사 정신으로 당에서 하라는 대로 하겠다. 불출마, 험지 출마 등 다 하겠다는 생각이다.”
―민주당에서 우상호 강민정 등 86세대 일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본인들이 알아서 결단할 문제에 대해서 제가 이야기하긴 좀 그렇다. 이제 혐오 정치, 분열정치에 편승해서 정치 활동을 하기보다는 정치다운 정치를 복원하는 일을 해줘야 한다. 국회의원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세상을 바꾸는 데 수단일 뿐이다. 수단에 충실하기보다는 목적에 충실하는 정치를 보여줬으며 하는 바람이다.”
―이낙연 신당 합류에 선을 그으면서 “신당의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을 싫어하는 이들로만 신당이 성공하기 힘들다. 정강정책을 통해서 어떻게 대한민국을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비전과 가치를 제시하고 국민 선택 기다려야 한다. 이낙연 신당이 현재까지 추진되는 과정에서 보면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과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충언의 말씀을 드린 것이다.”
―이준석 신당도 평가해달라.
“지난번 탈당 기자회견문을 보면 본인의 생각을 진솔하게 쏟아냈다고 본다. 그 내용이 기존 보여왔던 이준석 전 대표 모습과는 약간 다른 거 아닌가 싶었다. 보수와는 단절하고, 중도진보층을 향한 정치 철학이 담겼다고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꽤 참신해 보였다. 과거 이준석 전 대표는 젠더, 장애인 등의 문제에서 갈라치기 정치, 혐오 정치를 보여줬다. 이를 통해 반사이익 성장을 구사해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친명계 인사들이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친명계 후보들한테 완장을 채워주고, 비명계 후보들한테 내보내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친명계 후보들끼리 경쟁하는 곳에선 누가 ‘진명’이냐는 이야기가 항간에서 회자되고 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선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가 나왔다. 그 당시 진박 공천 파동은 총선 패배 원인이 됐다. 민주당도 (진명) 논란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자유롭지 못하다.”
―임혁백 교수가 총선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됐다.
“민주당이 몇 번에 걸쳐 외부인사에 공천을 맡겼다. 저도 실무를 해봤는데, 외부인사가 공정한 심사를 한다는 근거는 한 번도 찾아보지 못했다. 공천은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온 외부인사가 지역 특성과 평상시 보여왔던 인품, 성품 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정당은 내부 인사 시스템에 의해서 굴러가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공천이 이뤄진다고 본다. 여기에 더해 임혁백 교수는 친명 인사라는 논란까지 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신당이나 제3지대의 총선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양극단 혐오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국민 요구가 눈처럼 쌓여 있다. 신당이 성공하려면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해서 이런 일을 할 것이란 가치를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공천받기 어려우니까 신당을 만드는 거 아니야'라는 식으로, 또 다른 기득권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신당 성공 어렵다.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는 제3지대 신당들이 흩어지지 않고 가치를 중심으로 두고 같이 연대할 수 있느냐다. 이렇게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눈이 쌓여 있어서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