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년 78세로 사망, 축구계 애도 이어져
독일 언론 빌트는 9일 "베켄바워가 세상을 떠났다. 지난 7일 집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베켄바워는 2020년을 전후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서 축구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카이저로 불린만큼 언제나 챔피언에 가까웠던 그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선수로 데뷔, 뉴욕 코스모스, 함부르크, 등을 거친 그는 가는 곳마다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분데스리가 우승 5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에 이어 북미 축구리그에서도 3회 우승을 기록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우승 본능은 이어졌다. 서독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유로 1972, 1974 서독 월드컵에서 트로피를 차지했다.
베켄바워라는 선수 개인으로도 찬란하게 빛났다. 최고의 영예 발롱도르를 2회 수상했다. 미드필드, 수비 양 포지션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탁월한 리더십까지 발휘하며 국가대표 주장직을 맡았다. 역대 최고의 선수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인물이다.
선수생활을 마치고선 감독, 행정가로도 빛나는 커리어를 만들었다.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고 다시 한번 월드컵 우승(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 성공했다. 마르세유에서 프랑스리그 우승, 친정팀 뮌헨에서 분데스리가 우승을 또다시 달성했다.
이후에는 뮌헨의 회장직에 올라 구단을 확고부동한 명문 구단으로 이끌었다. 2002년부터는 20년이상 명예회장을 맡았다. 독일축구연맹 부회장을 역임하는가 하면 2006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를 이끌기도 했다.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선수출신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베켄바워도 병마를 이겨내진 못했다. 심장 질환, 치매, 파킨슨병 등을 앓으며 수술도 여러차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축구계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카이저는 위대한 사람이자 축구인의 친구, 진정한 전설이었다"고 말했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멤버였던 로타어 마테우스는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망은 충격이다. 축구와 독일에 큰 손실"이라는 말을 남겼다.
베켄바워가 큰 발자취를 남긴 뮌헨은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자신들의 엠블럼을 흑백으로 변경했다. 선수, 감독, 회장으로서 찬란한 역사를 남긴 베켄바워를 추모하는 의미였다. 현역 선수인 토마스 뮐러는 "뮌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당신이 남긴 업적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