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혐의 인정’ 언급한 ‘위증교사’ 4월 총선 전 1심 선고 사실상 어려워
이런 이재명 대표의 건강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이 있다. 법원과 검찰이다.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가 산적하기 때문. 당장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재판부들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확인해 다시 일정을 잡겠다는 계획인데, 짧게는 2주일, 길면 한 달 이상 재판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병합되지 않고 분리 재판이 결정된 위증교사 사건도 이 대표의 피습으로 인해 4월 총선 전 선고가 쉽지 않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3건의 재판 모두 최소 2주 연기 불가피
현재 이재명 대표가 서울중앙지법에서 받고 있는 재판은 대장동과 공직선거법, 위증교사 의혹 등 3건이다. 당장 1월 둘째 주에는 주중 3회 법원 출석이 예정돼 있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재판 출석 의무가 있어, 이 대표는 당초 오는 8일 위증교사 의혹 사건 첫 공판기일을 시작으로 9일과 12일까지 주 3회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두 사건은 지연이 결정됐다. 법원 휴정기 시즌 발생한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으로 1월 8일 예정됐던 위증교사 혐의 사건의 첫 공판은 22일로 2주 미뤄졌고, 다음날인 9일로 잡혀있던 대장동과 성남 FC 사건 11차 공판은 취소됐다. 12차 공판이 예정됐던 12일 역시 이재명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 전반적인 재판 절차와 일정을 협의하는 공판준비기일로 바뀌었다.
이 대표 측은 아직 법원에 별도의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위증교사 혐의 사건과 대장동, 성남 FC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가 직권으로 결정했다. 격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공직선거법 재판은 19일 공판이 예정돼 있는데, 이 역시 기일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이 대표 측 요청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측은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법조계는 위증교사 사건을 주목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이 대표가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 있다.
과거 자신의 검사 사칭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핵심 증인에게 ‘이 대표가 유리하도록 거짓 증언을 교사했다’는 혐의다. 법원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유일하게 “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대표 측은 이 사건 역시 ‘병합시켜 심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기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재판과 묶지 않고 따로 재판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사건보다 복잡하지 않고 적용된 혐의가 하나뿐이어서 총선 전 1심 선고 가능성이 거론됐다.
당초 재판부는 이재명 대표의 부탁을 받고 위증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 아무개 씨의 재판을 분리해, 1월 중 결심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후 이재명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부른다는 일정이었다. 재판부의 계획대로라면 김 씨에 대한 재판 절차가 먼저 종결된 뒤,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심리를 별도로 진행한 뒤 한 번에 선고가 이뤄질 수 있었다. 2월 중 공판이 마무리되면 3월 중에는 선고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대목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습격을 당하면서 정식 공판 시작이 지연됐다. 일단 2주 연기되는 것이지만 이 대표 측의 건강 회복 속도에 따라 한 달 이상 연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퇴원 후에도 병원 일정 등을 이유로 재판 참석 불가 사유를 제시하면 2주마다 열기로 한 공판이 지연될 수 있다.
4월 총선까지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부가 결론을 내기엔 시간이 촉박해졌다는 설명이 나온다. 총선 전 1심 선고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통상적인 사건에서도 불구속 피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나 관련된 의료 일정이 있다고 하면 최대한 배려해주는 편”이라며 “이 대표의 경우 제1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법원이 무리하게 재판을 진행하면 되레 정치적인 해석이 뒤따라 올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정기 인사도 변수
오는 2월 법관 정기 인사도 변수다. 재판부 구성원(3명) 중 한 명이라도 바뀌면, 새롭게 투입되는 법관이 서류 등을 통해 사건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사건을 담당했던 판사가 사건마다 자신의 유무죄 판단을 정리해 포스트잇에 남기고 가는 문화가 있긴 하지만, 판사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적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사건 파악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서울중앙합의33부 재판부 구성원이 일부라도 바뀌면 선고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법원은 통상적으로 연말부터 재판부끼리 모여 ‘인사 전 처리할 사건’을 결정하곤 한다. 천천히 처리할 사건과 빨리 처리해 마무리할 사건을 결정하는 것인데, 재판부는 “사건 분량에 비춰볼 때 따로 분리해서 심리해도 된다는 의견”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등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분리해 재판한다고 해서 무조건 빨리 결론을 낼 것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재판장이었다면 관련해 배석 판사들과 예상 일정을 논의해 ‘몇 개월 안에는 결론을 내자’고 얘기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피의자의 건강 문제로 재판이 지연된다면 그만큼 공판 속도도 지연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재판부에서도 뭐라고 언급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바로 옆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에서는 가장 먼저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이 16차 공판까지 진행됐지만, 이 사건 역시 총선 전 선고할 정도로 심리가 이뤄지진 않았다.
#김혜경 씨 법인카드 사건 수사도 ‘잠시 스톱’
한편 수원지검에서 수사 중인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대장동 428억 원 약정 의혹 등 수사도 차질이 예상된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김동희 부장검사)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정치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핵심 피고인의 건강 이슈는 수사에 있어서 지연 사유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당초 소환할 정도의 일정이 잡힌 게 아니라면 오히려 수사팀은 관련된 증거를 하나라도 더 확인하고, 참고인도 한 번 더 불러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을 번 셈일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은 이 대표나 가족의 소환만 배제한 나머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