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8명 추천위 문턱도 못 넘어…세 번째 사법수장 공백 사태 불가피
#8명 지원 받았지만…
추천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3명과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추천한 2명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됐다. 여당 추천 박윤해 법무법인 백송 변호사,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 야당 추천 이상갑 법무법인 공감파트너스 변호사,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교섭단체 추천 인사다. 이 중 한동훈 장관이 사의를 표하면서, 현재 이노공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이 추천위에 참석하고 있다.
최종 후보는 추천위원 5명 이상의 동의로 선정되는 구조다. 현실적으로 여와 야가 각각 찬반이 나뉘는 것을 감안할 때, 이노공 장관 직무대행과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장의 판단이 결정적이다. 추천위가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면 대통령이 이 가운데 한 명을 공수처장에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방식이다.
공수처 추천위는 그동안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공수처장 후보군을 추려왔다. 문제는 5차 회의까지 진행됐지만, 여전히 2명을 추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원자가 없었던 탓이다. 7명의 위원들은 각각 3명까지, 최대 21명의 후보군을 추려오기로 했지만 8명의 지원자를 받는 데 그쳤다. 판사 출신의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서민석 변호사, 한상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의 이혁 변호사, 이천세 변호사, 이태한 변호사 그리고 검사로 임관해 판사를 지낸 최창석 변호사가 전부다. 때문에 여전히 ‘추가 모집’ 중이라는 후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핵심 관계자는 “8명의 후보군이 있지만 그동안 회의 과정에서 ‘추가로 더 많은 지원자들을 물색해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어느 정도 규모까지 더 후보군을 확대하자고 의견이 모였다. 여전히 좋은 분을 모시기 위해 의견을 묻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들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관련해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 한 검찰 전관 변호사는 “공수처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공수처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들 고민하지 않겠냐”며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거나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대통령이 공수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때문에 더더욱 지원을 꺼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 역시 “공수처장으로 가고 싶다고 얘기하는 이는 주변에서 보지 못했다”며 “이는 공수처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을 보고 다들 기피하는 것 아니겠냐”고 풀이했다.
#여권 김태규 밀지만 야권 ‘반대’
여권에서 밀고 있는 인사도 추천위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8명의 후보 가운데 그나마 앞서 있는 이는 판사 출신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공수처 출범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고, 지난 대선 과정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이 있어 여권에서 최종 후보로 밀고 있다.
하지만 위원 7명 가운데 5명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김 부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회의에서 4표로 최다 득표한 유력 후보지만, 5표를 얻지 못해 번번이 후보자 선정에 실패하고 있다고 한다.
공수처장 추천위 6차 회의는 1월 10일 열린다. 하지만 6차 회의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하지 않는 한 2명으로 추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추천위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여당 몫과 야당 몫 추천위원이 2명씩 딱 나뉜 탓에 당연직 3명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5명의 추천을 받는다는 게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지루하게 추천위가 공전을 하는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차질 염려되는 수사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1월 20일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수장 공백 사태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대 공수처장은 인사청문회 한 달 뒤 임명됐다. 20일 전 2명의 후보가 추려져 대통령이 1명을 낙점한다고 해도 공백이 불가피하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세 번째 법조계 수장 공백 사태가 우려된다.
비슷한 시기 보직을 맡은 여운국 차장 임기도 오는 28일까지여서 처장 직무대행을 맡을 수 있는 기간도 일주일 남짓이다. 여 차장이 퇴임한 이후에는 김선규 수사1부 부장검사가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굵직한 수사 관련 결정을 하는 데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처장과 차장 없이 압수수색 영장 청구나 구속영장 청구 등 굵직한 사안을 결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검사는 “검찰에서 차장과 지검장이 중요한 이유는 사건의 중요한 흐름마다 판단을 하고 책임을 지기 때문”이라며 “새로 온다고 해도 서류 등을 통해 관련 사건 흐름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최소 2주일 이상은 딜레이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지휘해온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 수사 동력 상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선 검찰 전관 변호사는 “판사 출신이 대통령의 낙점을 받게 되면 ‘공수처를 그냥 이렇게 내버려두겠다’는 사인이나 다름없다”며 “공백이 있더라도 크게 보채지 않고, 판사 출신을 처장으로 낙점하면 공수처 역할을 키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