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위한 투자와 비수익 노선 배차 등 편의 제공보다 이윤에 집중” 지적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사모펀드는 시내버스 사업에 진출했다. 버스산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사모펀드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다. 2019년 설립된 차파트너스는 2020년 인천 지역 내 4개 시내버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당시 국내 3위 시내버스 운송사업자로 올라섰다. 차파트너스는 또 지난해 7월 선진운수와 성원여객 지분 100%를 인수했다. MC파트너스도 버스산업에 진출한 사모펀드다. 2019년 설립된 MC파트너스는 2021년 수원여객, 용남고속, 경진여객, 제부여객, 남양여객 5개사의 지분 100%를 1300여억 원에 인수했다.
이처럼 사모펀드가 공공재 성격이 강한 시내버스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때문이다. 준공영제는 민간운수(버스)업체가 버스를 운영하지만 지자체에서 재정을 지원해 공익성을 강화한 제도다. 준공영제는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해 손실을 보전한다. 표준운송원가에는 연료비, 인건비, 차량 감가상각비 등 버스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계산되며 경제 상황에 따라 재산정된다.
환승 할인으로 못 받은 금액도 보조금으로 보전된다. 또 이용수요와 관계없이 운행을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적자 노선을 운행해도 수익이 보장된다. 더불어 전기버스 도입 시 지자체와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서울시는 전기버스 도입 시 1대당 보조금 1억 원을 지원한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선 각각 9500만 원과 1억 원을 지급한다. 버스회사가 전기버스 1대를 구입하면 3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준공영제로 인해 수억 원의 자금 지원을 받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셈.
하지만 사모펀드가 지역 버스업계를 움켜쥐는 상황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사모펀드가 부동산(차고지) 처분, 노선 매매 등을 통해 버스 운영보다 수익 실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버스운송 관계자는 “사모펀드 인수 후 차고지를 파는 경우가 있다”며 “차고지는 버스 터미널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버스) 차고지가 없으면 주차가 어려워 길가 혹은 타 차고지를 이용할 텐데 그러면 교통 혼잡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원여객 차고지는 사모펀드 인수 뒤 매각됐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수원여객은 2021년 12월 수원시 연무동 차고지를 매각해 367억 원 현금을 확보해서 그중에 240억 원을 버스회사 인수를 위해 빌린 데 썼다”고 언급했다. ‘일요신문i’ 취재 결과, 수원여객 차고지였던 부지는 현재 주상복합인 서광교 ‘한라비발디 레이크포레’ 개발을 앞두고 있다. 수원여객은 해당 차고지 부지를 판 뒤 수원시가 소유한 공영차고지를 이용 중이다.
앞서 버스운송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정부 보조금은 모조리 받으면서 멀쩡한 차고지를 매각하고 공영차고지를 이용하며 이익을 보고 있다”며 “이익을 보려는 건 당연하다고 치자. 하지만 버스운송 업체들에게 주차공간을 제공하고 주차 무질서를 해결하는 차고지를 팔면서 이익만을 취하는 태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사모펀드의 버스산업 진출에 대해 혈세가 버스 운영 효율화에 쓰이는 대신 사모펀드로 흘러들어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통약자를 위한 투자, 비수익 노선에 대한 배차 등 시민들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보다 이윤 보장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운송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버스업체 6곳은 2019년 차파트너스에 인수된 뒤 영업이익 316억여 원을 기록했지만 배당금은 332억여 원이었다. 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경준 의원이 2022년 국정감사 때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차파트너스는 운수업체 인수 후 차고지를 매각해 매각 대금 57억 원 중 52억 원을 펀드에 배당했다.
사모펀드의 시내버스 사업 진출이 종종 발생하면서 국토교통부는 2021년 10월 각 지자체에 ‘버스 준공영제 도입 및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운송업체의 최대주주 혹은 경영진이 지분을 매도하고자 하는 경우는 관할관청과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다만 해당 자료는 강제성 없는 참고자료 성격의 가이드라인이어서 배포된 이후에도 사모펀드에 의한 버스회사 인수는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사모펀드가 공공재 사업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모펀드는 기업가치를 높여서 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라며 “민간 기업은 사모펀드의 장단점을 잘 따져봐서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순 있지만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던 것을 사모펀드에 매각하면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민 또는 이해관계자 측면에서 보면 사모펀드는 공공영역이든 민간 기업이든 업체를 인수한 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절감, 구조조정 등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서비스 질 저하로 귀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사모펀드가 공공재로 영역을 확장할 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의 진입은 기존 민간버스업자와의 행태와 별개로 버스업의 공공적 발전과는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기업 인수 시 차입매수 등의 규제 조치, 차고지 매각 엄격 제재, 사모펀드의 투자전략 계획서의 의무 공개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