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이민호 김수현 등 가족회사 설립…안정적인 서포트 강점, 전문성·위기관리 부족
블랙핑크 멤버들의 행보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빈번한 이른바 ‘패밀리 비즈니스’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이들 가운데 가족과 회사를 설립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 고현정, 이민호, 김수현 등이 가족과 회사를 설립한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배우 김태희 역시 지금은 전문 매니지먼트사로 이적했지만, 한때 형부와 손을 잡고 회사를 설립해 연기 활동을 벌였다.
#제니는 ‘오드 아틀리에’, 지수는 ‘블리수’
블랙핑크는 2023년 12월 6일 YG엔터와 재계약 체결을 공식화했다. 다만 재계약의 범위를 ‘그룹 활동’으로 한정하면서 향후 독자 활동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예상은 적중했다. 3주 뒤인 12월 29일 YG엔터는 “블랙핑크 개별 활동에 대한 별도의 추가 계약은 진행하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3년 7월 YG와 블랙핑크의 전속계약 종료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멤버들의 독자 회사 설립이 기정사실화됐다.
가장 먼저 독립 회사 설립을 공표한 주인공은 제니다. YG엔터가 개인 활동에 대한 계약은 하지 않았다고 밝히기 직전인 12월 24일 제니는 독립 레이블 오드 아틀리에(ODD ATELIER) 설립을 발표했다. 오드 아틀리에는 2023년 11월 제니가 모친과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 제니는 블랙핑크의 멤버가 아닌 “개인으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한다”고 알리고 기대와 관심을 부탁했다.
이어 지수도 독자 노선 대열에 합류했다. 친오빠가 대표로 있는 영유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비오맘이 설립한 기획사 ‘블리수’에서 솔로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제니에 이어 지수 역시 친오빠와 손잡고 패밀리 엔터 비즈니스에 나섰다.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 로제와 리사는 아직까지 개별 회사 설립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 역시 YG엔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임은 분명하다. 태국인 멤버 리사는 해외 투자를 통해 글로벌 활동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이고, 로제는 음악 활동에 더욱 주력한다는 계획 아래 현재 음반 작업에 한창이다. 아직 이들의 독자 활동에 가족이 어떤 식으로 참여할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위기 때 사적 감정 앞세운다면…
제니와 지수의 홀로서기는 예정된 수순이지만 가족과 회사를 설립한 것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인 가족과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측면에서는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로 인해 사적인 감정이 앞서 위기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제니는 데뷔 때부터 모친과 나누는 각별한 사랑을 자주 언급해왔다. 팬들 역시 특별한 이들 모녀의 관계를 잘 알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제니가 모친과 함께 음반과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얼마나 전문적인 전략을 추구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제니가 블랙핑크를 통해 승승장구한 배경에는 앞서 그룹 빅뱅과 투애니원 등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시스템을 구축한 YG엔터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순 없다.
지수의 회사 블리수는 오직 지수만을 위한 기획사로 출발하지만 역시 매니지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는 제니의 오드 아틀리에와 사정이 비슷하다. 경영과 운영을 책임질 전문가를 영입한다고 해도, 블랙핑크로 활동해온 지수의 광범위한 영역을 효과적으로 아우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럼에도 제니와 지수가 가족과 손을 잡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블랙핑크가 아닌 멤버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솔로 활동만큼은 매출이나 성공 결과에 치우치지 않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선택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제니는 오드 아틀리에 설립한 이유에 대해 그룹으로는 할 수 없었던 “개인 활동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수 역시 배우 활동에 주력할 뜻을 드러내는 만큼 블랙핑크가 아닌 개인의 강점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가족과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믿을 수 있는 존재’ 가족
사실 연예계에서 가족과 회사를 설립하는 톱스타들의 행보는 꾸준히 이어졌다. 고현정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는 원래 고현정과 동생 고병철 씨가 설립한 회사다. 배우 김수현은 2020년 데뷔 초부터 몸담은 키이스트에서 독립해 사촌형이 설립한 골드메달리스트로 이적했다. 그의 형인 이사랑 감독은 김수현이 주연한 영화 ‘리얼’의 연출자로 작품을 내놓은 뒤 동생과 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골드메달리스트에는 대표 배우 김수현을 비롯해 ‘약한영웅’ ‘D.P.2’ 등에서 맹활약한 배우 최현욱, 영화 ‘다음 소희’로 주목받는 신예 김시은 등이 소속돼 있다.
배우 이민호 역시 데뷔부터 함께 해온 소속사에서 나와 독자 활동을 시작하면서 누나와 손을 잡고 MY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김수현의 골드메달리스트가 다른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사세를 확장한 것과 달리 MYM엔터테인먼트는 소속 배우로 이민호만 두고 있다. 오직 이민호에게만 집중한 매니지먼트 전략을 시도한다.
한때 배우 김태희도 형부가 대표로 있는 루아엔터테인먼트에 몸담은 적이 있다. CF스타로 인기를 끌던 2010년 무렵이다. 당시 김태희의 동생인 배우 이완도 함께 소속 배우로 머물면서 가족 비즈니스를 이뤄갔다.
얼굴이 알려진 유명 연예인들에게 가족만큼 ‘믿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때때로 가족과 얽힌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부의 스캔들일 뿐이다. 가족과 회사를 설립하지 않더라도 가족을 최측근 스태프나 직원으로 두고 대내외적으로 지원을 받는 연예인들은 적지 않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패밀리 비즈니스가 자칫 스타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매니지먼트사의 대표는 “세밀한 부분까지 전문화한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경험은 물론 인맥도 풍부하지 않은 가족들이 사적인 관계와 감정을 앞세울 수 있다”며 “안정적인 서포트는 가능해도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