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 부족 파나마운하 9월까지 선박 크기 제한…홍해 전쟁 지역화 속 이란 호르무즈해협도 긴장
파나마운하는 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 동부를 잇는 주요한 해운 항로다. 브라질 등 남미 동부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주요 경로다. 이 길이 막히면 남미 남단을 크게 도는 마젤란 항로를 택해야 한다. 이는 파나마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최소 23일이 더 걸린다.
파나마운하는 갑문을 이용해 호수 물을 끌어와 인위적으로 수위를 높이는 엘리베이터 방식이다. 충분한 물이 없으면 정상 가동이 어렵다. 지난해 기상이변에 따른 엘니뇨현상으로 강수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부터 통항 선박 크기 제한에 나섰다.
가뭄의 원인인 엘니뇨현상은 보통 2년 차에 심화된다. 파나마 당국은 올해 9월까지 운항 제한 조치를 유지할 방침이다. 그런데 파나마 지역의 강우량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기능 차질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기능 개선을 위한 대규모 공사는 추진 일정이 답보 상태다.
수에즈운하는 북예멘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후티 반군이 홍해를 운항하는 선박에 공격을 가하면서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 후티 반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홍해 봉쇄에 나섰고, 이에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예멘 내 반군 거점을 폭격하면서 홍해는 사실상 전쟁 지역으로 바뀌었다.
유럽과 아시아의 무역에서 적지 않은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이용한다.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지나면 열흘에서 2주일가량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은 자국 영해인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의 유조선을 나포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히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99%에 달한다.
양대 운하의 기능 마비로 해운 운임이 급등하고,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원재료 및 부품을 제때 공급 받지 못한 제조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공급망 대란으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나면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중동 불안이 계속되면 미국은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를 더 발행해야 한다. 이는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중국과 독일 경제는 각각 침체와 역성장 늪에 빠졌다. 미국 경제에서도 기술주 거품론이 등장했다. 경기는 좋지 않은데 물가와 금리만 오르면 경제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