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0여 곳 추진 중이지만 착공은 서울 위례뿐…기존 도로 잡아먹고 공사비 늘어 재검토하는 곳도
#지자체는 앞다퉈 트램 추진 중
노면전차란 도로에 매립식 선로를 깔고 달리는 전차다. 지하나 고가에 선로를 깔아야 하는 기존의 중전철이나 경전철과 달리 지상에서 타고 내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1968년도까지 있다가 사라졌으나 최근 서울·인천·경기·대전·울산·부산·경남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잇따라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트램은 2025년 위례선 개통을 시작으로 국내에 약 430km 이상 30여 개 노선 구축이 예정돼 있다. 1월 16일 경남 창원시는 하반기에 국토부 승인을 받은 트램 3개 노선을 대상으로 상반기까지 최적 노선을 선정하고 하반기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경기 고양시가 제안한 2개 트램노선이 제2차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됐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에 기반을 둔 일부 국회의원 후보들이 트램 조성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필용 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1월 11일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지선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진석범 화성시을 예비후보 등도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동탄트램 등의 착공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연말 후보자의 지역 공약에 반영되기를 희망하는 정책과제로 목포~남악~오룡 전남형 트램 구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각 지자체 등에서 앞다퉈 트램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트램이 도시철도와 달리 지상에 위치하기 때문에 시공기간이 짧고 공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대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도시 철도에 비해 이용 수요가 많지 않은 소규모 도시에 안성맞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시성이 높고 교통 약자 등이 접근하기 편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고준호 한양대 도시·지역개발경영학과 교수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버스보다는 훨씬 친환경적이다. 유럽의 소도시들에서도 운행 중이고 최근에는 수소트램 얘기도 나오면서 도시의 친환경적이고 세련된 이미지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며 “지자체장이나 지역구 기반 의원들 입장에서는 좋은 치적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속사정은 녹록지 않은데…
하지만 실제 설치와 운용은 만만치가 않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앞다퉈 추진 중인 30여 곳의 트램 노선 중 현재 공사를 시작한 곳은 서울의 위례 한 곳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위례선 트램은 2023년 4월 착공식을 열었으며 2025년 9월에 개통될 예정이다. 총 길이는 5.44km로 사업비는 2614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대부분 노선은 초기 단계인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수립은 사업 추진을 위한 가장 첫 단계로, 이후 사업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야 기본계획·기본설계·사업계획 과정을 통해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현재 착공 전 사업타당성을 확보한 트램 사업은 동탄도시철도·울산 트램 1호선·부산 씨베이파크선 세 곳뿐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트램 실증 사업으로 선정됐던 부산 오륙도선은 노션 연장·변경으로 사업비가 기존 487억 원에서 1391억 원으로 늘어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예타가 면제된 대전 트램은 지장물 이설비 등으로 당초 7492억 원이던 사업비가 1조 4000억 원 이상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인천 송도트램·영종트램 1단계 등 5개 사업은 모두 구축계획 수립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수원시가 추진한 트램은 2017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노선 타당성을 재검토하거나 예타 통과가 어려워 아예 국비 지원을 포기하고 자체 사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철도사업은 국비 60%, 지방비 40%로 구성된 국가재정사업인 만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 위례, 동탄, 서판교 등 계획도시에서 추진되는 사업의 경우 대부분 사전에 트램이 지나갈 길을 미리 확보해둔 경우가 많아 트램이 기존 도로를 잠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 도시에서는 도로에 따로 공간을 할당해야 하기 때문에 트램이 도입될 경우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줄어들어 비용대비편익(B/C)이 마이너스로 나온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트램이 기존 차도 하나를 잡아먹게 되기 때문에 혼잡이 더 발생하고 그런 부분에서 부편익이 발생할 수 있다. 공사비도 당초 예상인 km당 200억 원보다 크게 늘어나 km당 1000억 원 가까이 드는 경우도 있어 지자체들이 애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결국 트램이 국내에 정착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도로에 기차가 돌아다니게 된다는 점에서 안전 문제도 불거질 확률이 높고 소음, 민원 등으로 인한 보상이나 대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은데 지하철 대비 활용도가 높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며 “실제로 트램이 정착되는 도시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수요 선점? SR 트램 교육훈련 과정 개설
고속철 사업자 SR이 국내 최초로 노면전차(트램) 교육훈련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지자체가 잇따라 트램 조성 사업에 뛰어들면서 고속철 사업자인 SR이 미래 교육 수요 선점을 위해 대비하는 모양새다.
SR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말 국내 최초 노면전차 교육훈련 기관 지정 계획안을 의결했다. 다수 지자체의 노면전차 도입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며 상당한 교육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현재 국내에는 노면전차 교육 훈련 기관이 단 한 곳도 없다.
한국교통안전공단도 올해부터는 노면전차 운전면허 시험을 신규 시행한다. 공단은 철도안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철도차량 운전면허 시험 등을 위탁받아 매년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2024년 철도종사자 자격시험 연간 시험일정 계획’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노면전차 운전면허 시험이 새로 추가됐다. SR이 신규로 교육훈련 기관 개설을 추진하는 것도 공단의 트램 운전면허 시험 시행과 보조를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추정된다.
SR 측은 노면전차 시장을 선점하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교육 수요를 흡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램 교육 수요 흡수로 기관의 외형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R 관계자는 “아직 고속철 운행 차량이 많지 않아 고속철 면허 획득을 위해 운용 중인 기존 인재개발원 운전교육센터의 여력이 좀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노면전차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해당 수요를 선점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