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농협경제지주 통합 공약, 농협법 개정 필요…강 당선자 “변화와 혁신 통해 글로벌 농협 구축”
#강호동 당선자는 누구?
농협중앙회는 지난 1월 25일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진행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1차 투표를 우선 진행한다.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자가 과반 득표인 623표 이상을 받지 못하면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1차 투표 결과 강호동 후보가 607표로 1위, 조덕현 후보가 327표로 2위를 차지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어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는 강 후보가 781표, 조 후보가 464표를 얻어 강 후보가 농협중앙회장에 최종 당선됐다. 강 당선자의 임기는 4년이며 오는 3월 정기총회일 이후부터 정식 임기가 시작된다.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직선제로 이뤄졌다. 이전까지는 대의원 간선제 방식으로 농협중앙회장을 선출했다. 대의원 간선제의 경우 일부 조합장만 선거에 참여하다 보니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대의원 조합장 선출을 둘러싼 잡음도 적지 않았다. 결국 국회는 2021년 농협법을 개정했고, 이에 따라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도 직선제 방식으로 진행됐다(관련기사 ‘1강 2중’ 각축전…직선제 부활 농협중앙회장 선거 판세 분석).
강호동 당선자는 이전부터 농협 내부에서 조직력을 다져왔다. 강 당선자는 앞서 2020년에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3위로 고배를 마셨다. 강 당선자는 이번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다른 후보보다 빠르게 캠프를 꾸렸다. 전국적으로 인지도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조덕현 후보와 송영조 후보를 ‘다크호스’로 꼽히기도 했지만 강 당선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강호동 당선자는 1963년생으로 합천고등학교 졸업 후 경북대학교 농화학과에 입학했다. 강 당선자는 경북대학교를 자퇴하고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했다. 강 당선자는 이후 대구미래대학교 세무회계과에서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06년 율곡농협 조합장에 당선됐으며 현재는 율곡농협 5선 조합장이다. 이밖에 농협중앙회 이사, 농협경제지주 이사, 상호금융 소이사회 이사, 농민신문사 이사,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 이사, 한국딸기생산자대표조직 회장 등을 역임했다.
강호동 당선자는 일찌감치 경상남도 지역에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첫눈에 반한 딸기’ 브랜드 홍보와 율곡농협 양파 수출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경남농협은 2016년 농협중앙회 경남지역 이사 후보자로 강 당선자를 추천했다. 강 당선자는 이때부터 농협중앙회 이사로 각종 활동을 진행하며 이름을 알렸다.
#농협에는 어떤 변화 있을까
강호동 당선자는 당선 소감문을 통해 “공약으로 제시한 여러 정책 및 과제들은 다시 한 번 가다듬어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 실천방안을 만들겠다”며 “조합장들에게 여러 번 밝혔듯이 임기 내내 농민 곁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 현장에 가있겠다”고 밝혔다. 강 당선자는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만들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성원을 돌려드리기 위해 4년을 10년 같이 일하겠다”며 “중앙회 및 농·축협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농민의 농협을 만들고 세계 속의 글로벌 농협을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중 눈에 띄는 부분은 ‘중앙회 및 농·축협의 변화와 혁신’이다. 강호동 당선자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를 통합하고, 농협금융지주 한 개의 지주사 체제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2012년 신경분리를 통해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 두 개의 지주사를 탄생시켰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하나로유통, 농협사료, 농협목우촌, 농협홍삼, 농협물류 등 유통·제조·식품·서비스 계열사를 두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에는 NH농협은행, NH농협생명, NH투자증권, NH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가 있다.
농협 내부에서는 농협경제지주 경영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농협경제지주가 농협중앙회의 동의 없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농민들 사이에서도 농협경제지주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농협경제지주가 독립된 회사가 되면서 수익을 추구하다보니 지역 농협과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가 통합하면 수익 추구 대신 농민 지원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나마 농협금융지주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농협중앙회 제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농협경제지주는 실적도 좋지 않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2022년 19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강호동 당선자 혼자만의 뜻으로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를 통합할 수는 없다. 농협법에는 “농협중앙회는 농업 경제와 축산 경제에 관련된 사업 및 그 부대사업을 분리해 농협경제지주를 설립한다”며 “농협경제지주는 자회사의 업무수행 시 경영을 건전하게 하고, 회원 및 조합원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자회사의 경영 상태를 지도·감독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통합을 위해서는 농협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표결을 거쳐야만 한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 통합 관련 논의는 총선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도 아직까지 이와 관련한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에도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강호동 당선자는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부문을 독립시켜 제1금융권 수준의 경쟁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은 각 지역 농협이 금융 사업을 펼치고 농협중앙회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강 당선자의 공약대로 상호금융 사업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되면 농협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강호동 당선자는 지배구조 개편 외에 농협 본연의 업무인 농업 활성화에도 집중해야 한다. 농업계의 최근 화두는 쌀값 인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12월 수확기 산지 쌀값이 가마(80kg) 당 평균 20만 2797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7%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비료값, 농약값에 인건비 등 생산비가 치솟을 대로 치솟아 20만 원으로는 본전도 건지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농민의 절박한 외침을 귀담아들어 쌀 공정가격 26만 원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강 당선자는 벼 매입자금을 3조 원으로 늘리고, 자금 지원 기간을 6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