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 필두로 친명 단일대오 형성…판세 힘든 국민의힘, 인물론으로 맞불
인천 계양을은 2022년부터 정치권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지역구 중 하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명룡대전’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약 최대 빅매치 지역구로 부상했다. 계양을을 중심으로 양 옆에서 벌어질 국지전도 심상치 않다. 이른바 ‘아라뱃길 전선’이다.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 이곳에 지근거리를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선거 사무소를 차렸다. 거대 양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한창 후보자 추천 프로세스를 가동하고 있지만, 인천 계양을만큼은 이미 대진표가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야당 대표와 현 정부 핵심 국무위원 출신이 맞붙는 빅매치가 성사될 전망이다.
인천 계양을은 그간 보수 진영 무덤이라 불려 왔다. 인천 계양구 선거구가 2004년 갑을로 분할된 뒤 총선 5차례, 보궐선거 2차례 등 총 7번 선거가 치러졌다. 보수 정당은 7전 1승 6패로 열세를 보였다. 반대로 민주 계열 정당은 6승 1패로 압도적인 전적을 기록했다. 계양을을 보수 진영 험지로 만든 주요 인물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다. 송 전 대표는 계양을에서 진보 진영이 일궈낸 6승 가운데, 4승을 홀로 이뤄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재명 대표가 계양을 지역구 바통을 이어 받았다. 이 대표는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초선 의원이 됐다. 제22대 총선에서 이 대표는 재선을 노린다. 정치 지형이 민주당에 유리해 이 대표가 무난히 재선 타이틀을 쥘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이 대표 아성에 도전장을 낸 인물은 원희룡 전 장관이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더불어 가장 큰 존재감을 과시했던 원 전 장관은 인요한 혁신위 당시 ‘희생’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원 전 장관은 인천 계양을에 출마를 선언하며 ‘이재명 자객’ 역할을 맡게 됐다.
여권 관계자는 “사실상 수도권에서 여권 험지로 꼽히는 계양을은 공관위가 제시한 ‘3연패 지역구 전략공천’ 원칙에 부합한다”면서 “원 전 장관이 자신감을 보이며 출사표를 던졌으니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된 지역구나 마찬가지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원 전 장관 또한 여권에선 잠룡으로 꼽힐 만큼 인지도 및 미래 비전을 갖춘 거물급이니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지역구 의원이 된 뒤 윤석열 정부가 ‘김포 서울 편입’ 등 이슈를 띄우지 않았느냐”면서 “김포 서울 편입도 사실상 없던 이야기가 됐고, 이 대표를 향한 정치적 공세도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원 전 장관이 이 대표를 잡겠다고 호기롭게 나섰지만,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 큰 줄기가 바뀔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명룡대전’에 변수도 있다. 제3지대에서 거물급 후보를 인천 계양을에 투입해 판을 흔들 가능성이다. ‘반명+반윤’ 연합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제3지대 후보가 나설 경우 판세는 요동을 칠 수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인재영입위원장에게 “저라면 계양을로 간다”면서 “굉장히 상징성 있는 움직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이낙연 위원장이 직접 계양을에 출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제3지대에서 인천 계양을에 무게감 있는 후보를 등판시켜 견제구를 던질 것이란 얘기는 끊이지 않는다.
인천 계양을을 중심으로 양 옆에 인접한 지역구에서 펼쳐질 국지전도 관심을 모은다. 경인 아라뱃길을 따라 이어지는 지역구들이다. 먼저 아라뱃길 시작점인 서울 강서을 지역구에선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어 다시 한번 진 씨와 김 씨의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땐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와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강서을 지역구 현역 의원은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다.
진 의원은 비례대표로 한 차례, 서울 강서을에서 한 차례 의원직을 지낸 재선 의원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진 의원은 당내에서 친명계로 분류되고 있어 3선 도전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김포공항이 위치한 강서을 지역구에서 풀어야 할 전국적인 현안이 적지 않은 만큼 경험이 필요한 지역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진 의원을 향해 도전장을 던질 국민의힘 후보는 ‘돌아온 올드보이’다. 1월 26일 기준 서울 강서을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유일한 국민의힘 후보인 김성태 전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제18대부터 제20대 총선까지 서울 강서을에서 내리 3선한 이력이 있다. 지역 내에서 상당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제20대 총선에선 진 의원을 꺾은 이력도 있다.
김 전 의원은 ‘자녀 부정 채용’ 청탁 혐의로 2022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아 피선거권이 박탈된 바 있다. 2023년 신년 특사로 사면 복권됐다. 제21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뒤 4년 만에 국회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김 전 의원이 자리를 비웠던 제21대 총선에선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서울 강서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강서구 민심을 김 전 의원이 얼마만큼 만회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라뱃길이 인천 앞바다와 통하는 길목에 위치한 인천 서구을은 신동근 민주당 의원 지역구다. 신 의원은 제20대 총선에서 분구된 인천 서구을에서 두 차례 연속 당선증을 거머쥔 바 있다. 당내 비명계로 분류되는 신 의원이 3선 도전 기회를 얻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상황에서 친명으로 분류되는 허숙정 비례대표 의원이 인천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천 서구을 예비후보 명단을 살펴보면 현역 의원보다 눈에 띄는 ‘찐명’ 인사가 있다. 바로 모경종 이재명 당대표실 차장이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경기도 청년비서관으로 ‘블라인드 채용’에 따라 선발된 청년 정치인이다. 모 차장은 ‘이재명 그림자’라 불릴 정도로 이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 인물이다.
야권 일각에선 “김용, 정진상이 1세대 최측근이라면 모경종 차장이 2세대 최측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 차장은 이 대표 지역구 바로 옆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며 ‘원내 보좌’를 노리는 상황이다. 이 밖에 민주당에선 강남규 전 이재명 선대위 정무특보, 김종인 전 서구청장 후보, 서원선 전 ‘이재명 대선후보’ 직속 정무특보단 부단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인천 서구을은 험지다. 전략공천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 지역구로 꼽힌다. 예비후보 등록자는 1월 26일 기준 3명이다. 이행숙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양병현 전 광주 서구갑 국회의원 후보, 염광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이다. 이 중 이행숙 전 부시장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손발을 맞춰온 이라는 점이 지역 정치권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 강서을, 인천 계양을, 인천 서구을로 이어지는 아라뱃길 인근 지역구는 최근 5호선 연장을 두고도 말이 많은 권역들”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보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친명 단일대오를 형성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나온 예비후보 면면을 봤을 때 특정 계파 중심 후보군이라기보다, 캐릭터성을 강조하는 각개전투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전반적으로 세 곳 지역구가 국민의힘 입장에선 양지보다 험지에 가까운 지역구이기 때문에 ‘인물론’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유권자 입장에서 그 ‘인물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가 변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