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경찰 경호대상 포함 안돼…총선 앞두고 모방범죄 가능성 우려도
사건이 알려진 후 여야, 정부는 배 의원 쾌유와 함께 일제히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번 사건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엄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어떠한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수사기관은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라”고 했다. 한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안전 확보와 유사범죄 예방에 전력을 쏟아 달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명백한 정치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 테러를 단호히 배격하고 규탄한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배 의원을 면회한 뒤 “이런 테러 피해는 진영의 문제라든가 당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정확한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에 이어 배현진 의원까지 피습을 당하자 정치권에선 비슷한 사건이 또 벌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본격적인 총선 정국을 맞아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걱정하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남의 일이 아니다.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 당했다. 대상은 당 대표와 초선 의원이었다. 누가 다음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뜻”이라면서 “선거 기간 후보자들에 대한 안전 문제를 논의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예비 후보들은 물론, 현역 의원들의 경우 경찰 경호 대상이 아니다. 경찰청 훈령 등에 따르면 경찰이 경호 대상으로 삼는 ‘주요 인사’에 국회의원은 포함돼 있지 않다. 대통령과 가족, 국회의장과 4부 요인, 대선 후보 등만 경찰의 경호 대상이다.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지금의 경찰 인력으론 총선 후보자들의 경호를 담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와 배현진 의원은 호불호가 갈리는 대표적인 정치인들로 꼽힌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열성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 진영에선 정반대 평가를 받는다. 인신공격도 많이 나온다. 연이은 테러를 두고 극단적인 진영 논리에 의한 ‘증오 정치’의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계파 색채가 강하고, 진영 논리를 크게 외쳐왔던 정치인들이 테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앞서의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범행 동기 등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배현진 의원은 강경 보수층에선 이재명 대표 못지않은 ‘스타급’ 정치인”이라면서 “그릇된 생각을 가진 지지자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보복 범죄를 벌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진영 간 증오 정치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도 배현진 의원 사건을 심각하게 보는 모습이다. 배 의원이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당하는 장면이 공공연하게 퍼지면서 거대 양당 간 총선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와 배현진 의원 사건을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초당적 대응을 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한 친명계 의원은 1월 26일 일요신문에 “지역구 지지자들 일부가 자원봉사로 ‘경호팀’을 꾸리면 어떻겠느냐고 연락을 줬다.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서 거절은 했는데 솔직히 좀 불안하다”면서 “그동안 이재명 대표를 방어한다고 강한 논평을 많이 내는 바람에 보수 쪽에서 완전히 ‘찍힌’ 상태라 더욱 그렇다. 경호팀까진 아니더라도 동선이나 일정을 짤 때 경호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