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피의자, 마치 기다린 듯 계획범행 정황…평소 외출 때 돌덩이 소지, 정신질환 병력 알려져
수사기관 등을 통해 알려진 정황들을 중심으로 보면 계획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CCTV 등을 통해 A 군이 사건 2시간 전부터 그 일대를 배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죠?”라고 두 차례 물어 신원을 확인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
가장 큰 의문은 그 시간 그 장소에 배현진 의원이 방문할 것이라는 사실을 A 군이 어떻게 알았느냐는 것이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배 의원은 미용실을 가던 중이었다. 어떻게 개인 일정을 15세 중학생이 알았을까. 분명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이 대표를 꾸준히 따라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의 동선 파악을 위해 민주당에 입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유력 정치인의 동선 파악은 쉽지가 않다. 게다가 배 의원은 당시 더 파악하기 힘든 개인 일정이었다. 이 대목에서 배후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우발적인 범행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중학생인 A 군은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우울증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 범행이 아니라 우발 범행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피의자가 우연히 그 인근을 지나다 유명 정치인인 배현진 의원을 보고 돌발적으로 범행을 벌였을 수도 있다.
문제는 피의자가 2시간 전부터 사건 현장을 배회했다는 점이다. 이미 배 의원의 개인 일정을 파악해 기다린 것일 수도 있고 우연히 그 주변을 오가다 배 의원을 만난 것일 수도 있다. 피의자 거주지에서 사건 현장까지는 대중교통으로 30~40여 분가량 떨어져 있다. 적어도 학교나 거주지 인근에서 배 의원을 우연히 마주친 것은 아니다. 사건 발생 장소는 인근에 극장과 공원 등이 있어 많은 이들이 오가는 번화가다. 그렇지만 명품 매장, 카페, 레스토랑, 편집숍 등이 밀집한 번화가라 중학생들이 자주 오갈 만한 장소는 아니다.
결정적으로 길가에서 우연히 배현진 의원을 발견한 것은 아니다. 배현진 의원실이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피의자가 먼저 건물 안에 들어가 있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배 의원에게 다가가 말을 건 뒤 범행을 가했다. 인근 건물의 CCTV 영상에 따르면 오후 4시 35분 무렵 A 군이 사건 발생 건물 인근에서 처음 포착됐다. 해당 건물 안쪽을 바라보다 4시 38분 건물에 들어갔다가 12초 만에 나왔다. 그리고 4시 49분에 다시 건물로 들어갔고 5시 10분 배현진 의원이 도착했다.
CCTV에 포착된 영상만 놓고 보면 A 군이 배 의원의 방문 사실을 미리 파악해 사전에 현장을 방문한 뒤 도착 직전 다시 찾아가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배 의원을 만났을 당시 흉기로 쓰인 어른 주먹만 한 돌덩이를 가지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당시 A 군 주위에는 배 의원을 보고 우발적으로 집어 들 돌덩이가 없다. 경찰은 당시 A 군이 패딩 주머니에 돌덩이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결국 계획 범행인지 우발 범행인지 여부는 대략 세 가지 부분을 통해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A 군이 25일 오후에 신사동 번화가를 방문해 인근을 배회했느냐다. 두 번째는 왜 사건이 벌어진 건물 주위를 서성이다 12초가량 들어갔다 나왔고, 다시 배 의원 도착 20여 분 전부터 건물 안에서 머물렀냐는 점이다. 세 번째는 돌덩이를 왜 가지고 있었느냐다. 이 세 가지 의문에 대해 A 군 측이 합당한 이유를 밝힌다면 배 의원과의 만남이 우연히 이뤄져 우발 범행을 했다고 볼 수도 있게 된다.
A 군은 연예인이 많이 다니는 미용실에서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문제의 돌덩이도 평소 외출할 때 소지하고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우발 범행으로 밝혀질 경우 피해자가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이 됐을 수도 있다. 사건 현장 인근 번화가에서는 실제로 연예인을 자주 볼 수 있다. 다만 A 군이 평소 지인 단체 대화방에 정치 관련 글을 자주 올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배현진 의원이 아닌 연예인과 만났다면 사인만 받고 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A 군은 왜 평소 외출할 때 돌덩이를 소지하고 다닌 것일까. 언론을 통해 A 군이 평소에도 돌발 행동을 많이 했다는 내용이 거듭 보도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학생인 A 군에 대해 같은 학교 부회장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학생은 SNS를 통해 “평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평소에도 스토킹, 콩알탄을 던지는 등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A 군을 아는 한 학생은 뉴시스 인터뷰에서 “같은 학년 다른 반 여학생을 반 년 정도 스토킹했다”며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알 정도로 이야기가 많이 돌았다”고 말했다. 또한 A 군이 거주 중인 아파트 관계자는 뉴스1 인터뷰에서 “지하 보일러실에는 먼지와 쓰레기가 가득한데 그곳에 누워 의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A 군은 평소 마스크와 비니를 쓰고 눈만 겨우 드러날 정도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고 하는데 배현진 의원 습격 당시에도 같은 모습이었다.
실제로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우울증과 ADHD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2023년 1학기부터 학교 안에서의 갈등으로 교육기관에서 운영하는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았으며 병원에서 조울증으로 알려진 ‘양극성 장애’ 소견을 받아 치료를 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경찰은 A 군을 1월 26일 새벽 응급입원 조처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자·타해 위험이 있어 사정이 급박한 경우 정신의료 기관에 3일 이내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다. 애초 경찰 조사는 25일 밤 10시 이전에 끝났어야 한다. A 군이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경찰은 A 군 부모 입회하에 10시 이후까지 조사를 진행한 뒤 응급입원 조처를 결정했다.
촉법소년 논란도 거세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나이가 15세라고 주장했다. 이제는 만나이로 통일됐지만 여전히 한국식 세는 나이도 자주 활용해 15세라는 의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세는 나이로 15세라면 만 나이는 13세 내지 14세다. 피의자는 중학교 2학년으로 알려졌는데 현재 중학교 2학년이라면 출생연도는 2009년일 가능성이 크다. 2009년생은 세는 나이로 16세지만 만 나이는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14세다.
반면 올해(2024년) 중학교 2학년이 된다는 의미라면 세는 나이는 15세다. 이럴 경우 2010년 생으로 생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만 13세다. 만 13세면 촉법소년에 해당된다.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을지라도 형사처분 대신 소년법에 의한 보호처분을 받는 촉법소년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다. 그렇지만 현재 A 군은 촉법소년이 아닌 2009년생 만 14세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A 군에 대해 “수사 결과와 생활교육위원회 규정에 의거 적절한 선도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