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불거지자 한동훈 10년 선배 깜짝 지명…법조계 “법무·검찰 조직 완전 장악 의도” 관측
검찰 내에서는 ‘원칙주의자’이자 ‘워커홀릭’인 박성재 후보자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보낸다. 이원석 검찰총장(사법연수원 27기)보다 10기수나 높은 박성재 후보자이기 때문에 ‘검찰 장악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우려와 함께,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검찰 인사를 박성재 후보자가 주도하게 될 것에 대한 인사에 대한 우려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박성재 후보자를 지명하기에 앞서, 검찰 내 기획(인사) 파트에 능한 심우정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한 것은 ‘보좌’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대목이다.
#차일피일 미루더니 갑자기…
사실 박성재 후보자는 전임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27기)이 사임한 뒤 가장 먼저 후보자로 거론된 인물이다. 2023년 11월 초부터 국가정보원 등 사정당국이 나서 박 후보자의 평판 조회를 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인물이었는데, 대통령실 일각에서 ‘지나친 원칙주의자’라는 이유로 반발이 나와 지명이 차일피일 미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곧바로 공석이었던 법무부 장관이 박성재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후보자는 공직 생활 내내 엄정한 성품과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원칙에 기반해 뚝심 있게 일을 처리한 것으로 정평이 난 분”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형사사법 개혁을 이어받아 헌법적 가치를 법무행정에 구현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경상북도 청도 출신이다. 대구고등학교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장, 법무부 감찰담당관, 광주고검장, 대구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기획보다는 수사 파트에서 능력을 입증한 박 후보자는 검찰 내에서 ‘존경할 부분이 많지만 어려운 선배’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보다 연수원으로는 6기수 선배지만, 나이는 윤 대통령이 세 살 더 많다. 윤 대통령이 검사 생활을 시작한 대구지검에서 함께 근무하면서부터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나이는 더 많지만 ‘선배’라며 따르는 사이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당시 대구고검장이었던 박성재 고검장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후배 중에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가장 믿었다면, 선배 중에서는 박성재 후보자를 가장 존경하고 따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지명을 받아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명되면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공정한 법 집행과 국민의 생활 안전, 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 준비를 잘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인사 속 의미와 검찰 반응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사임할 때 곧바로 지명할 수 있었지만, 미뤘던 인사는 이례적으로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지자 곧바로 이뤄졌다. ‘법무부에서 한동훈 지우기’를 하려 한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성재 후보자와 가까운 한 법조인은 “이미 언질은 받았다고 얘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인사 시점이 꽤나 정치적인 이슈와 맞물려 돌아갔다”고 평가한 뒤 “아무래도 검찰 내 인사권을 주도할 자리에 ‘윤석열의 사람’을 다시 보내 검찰과 법무부를 장악하려 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법무부 인사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주도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이 각각 서로의 인사 카드를 놓고 제안과 배려를 하며 주요 보직을 결정하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법무부의 입김이 가장 강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이미 ‘한동훈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었는데, 한동훈 비대위원장과의 갈등설 이후 곧바로 법무부 장관을 ‘한참 선배’로 보낸 것은 한동훈 위원장 및 검찰에 대한 사전 경고 성격도 있다는 추론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재 27~31기가 검찰총장과 고검장, 검사장의 주요 보직을 채운 상황에서 17기의 인사권자 법무부 장관은 ‘선’을 대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며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는 기수들도 어렵게 모신 장관이기에 검찰 인사권이 법무부와 대통령실로 더 쏠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인사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한 축인 이원석 검찰총장에게는 ‘어려운 선배’라는 후문이다. 박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2006년), 제주지검(2011년), 창원지검(2012년)에서 근무할 때 이 총장과 함께 근무했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수사 당시 이 총장이 박 후보자 휘하에서 일했다. 가깝지만 10기수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마냥 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법무부는 박 후보자 지명 하루 전 대검찰청 차장에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권순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다. 이보다 앞선 18일에는 공석이었던 법무부 차관 자리에 심우정 대검 차장을 임명했다. 한동훈의 법무부에서, 박성재의 법무부로의 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심우정 차관은 박성재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형사1부 부장검사로 박 후보자를 모신 적이 있다. 박 후보자가 ‘함께 근무해 본 사람이 편하다’는 취지로 미리 언급해 이뤄진 인사라는 후문이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박성재 후보자에 대해 검찰 내 우려는 ‘기획 라인 근무 경험이 없어 법무부를 장악하기 힘들 것’이라는 부분이고, 이를 알기에 박성재 후보자가 잘 알고 있는 심우정, 권순정을 먼저 보내 보좌하도록 한 것”이라며 “박 후보자의 인사는 원래 예정돼 있었다지만, 최근 갈등설로 인해 ‘윤석열의 법무부, 검찰로 확실하게 장악하라’는 미션이 추가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