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타’ 대량 입금 지갑으로 ‘이더리움’ 대량 출금…만타 측 “해당 자금 한국 생태계에 투자” 해명
만타는 상장되기 전부터 에어드랍(조건에 따라 코인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행사)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더리움이나 USDC(달러 스테이블 코인)를 예치해두거나 NFT(대체불가능토큰)를 구매하는 등 일정 조건에 따라 에어드랍을 해주기로 했다. 에어드랍을 통한 보상을 노리고 만타에 관심을 두게 된 경우가 많았다.
거래소 상장 직후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오르는 이른바 '상장 빔' 혹은 '상장 펌핑'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만타 에어드랍을 받은 투자자도 이를 노려 1월 18일 상장 당일 만타를 매각하려고 했다.
상장 당일에는 이처럼 에어드랍을 통해 확보한 코인을 거래소로 보내 상장 빔을 받을 때 매각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타는 커뮤니티와 체인 이용자들 대상으로 에어드랍 물량을 18일 오후 6시 30분에 배포하기로 했고, 거래소에 만타가 상장되는 시간은 오후 7시였다. 오후 6시쯤 빗썸에 한 사람 지갑에 200만 개 만타가 입금이 된다. 현재 시세인 약 4000원으로 계산하면 약 80억 원 정도 가치다. 이 물량은 에어드랍을 받기 전 빗썸에 입금됐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대부분 재단 물량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18일 오후 6시쯤부터 에어드랍을 받으려는 투자자가 몰린 탓인지 만타 홈페이지가 작동하지 않아 투자자들은 제대로 에어드랍을 지급 받지 못하게 됐다. 대부분 만타를 받지 못한 채 상장이 됐고, 만타 거래가 시작됐다. 만타는 대부분 2달러(약 2700원 정도) 정도로 예상했으나, 빗썸에서 상장 펌핑을 타고 예상 가격을 훨씬 뛰어넘어 30만 원까지 올랐다.
기존 에어드랍 물량을 받지 못해, 30만 원까지 간 만타를 구경만 하던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게 됐다. 이 사이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를 운영하는 변창호 씨가 빗썸에 대량 입금된 만타 계좌가 누구 것인지 추적을 하게 됐다. 변 씨는 “추적 과정에서 일종의 자금세탁 정황까지 발견했다”라고 주장했다.
변 씨가 발견한 지갑 A에서 빗썸 지갑으로 대량 입금됐다. 만타를 입금 시켰던 지갑 A는 오픈씨 등 온체인 NFT를 통해 만타 프로젝트 직원 B 씨의 지갑인 것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변 씨는 빗썸 지갑으로 들어간 만타가 빗썸에서 이더리움으로 바꿔 출금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1월 18일 오후 11시 15분부터 20분까지 5분 동안 이더리움에 대량 매수세가 들어온다. 당시 매수세는 빗썸 이더리움 차트에 기록될 정도로 거래량이 폭발한다. 이후 11시 47분부터 빗썸에서 총 약 73억 원어치 이더리움이 출금된다. 이렇게 출금한 지갑 역시 만타가 입금됐던 지갑 A와 동일했다.
변창호 씨는 “팩트를 시간순으로 나열만 해봐도, 만타를 입금하고 매도해 이더리움으로 바꿔 간 일종의 자금 세탁으로 보인다. 설명이 필요 없는 제대로 된 정황 증거다. 매도된 만타와 이더리움은 누구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라면서 “빗썸은 법인 계좌를 지원하고 있지 않아, 개인 계좌다. 다만 물량이 너무 많아 개인 소유라고 하기 어렵고 팀 물량이라는 것에 무게를 두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즉, 현재까지 나온 의혹을 정리해 보면 만타 프로젝트가 상장 빔을 노리고 한국인 개인 계좌를 통해 빗썸에 만타를 입금했고 이를 이더리움으로 바꿔 출금해 나갔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의문점이 있다고 얘기한다. 우선 만타 에어드랍 페이지가 작동을 멈춰 실질적으로 빗썸에 입금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적었다. 덕분에 만타 팀은 더 높은 가격에 만타를 덤핑할 수 있었다는 의문이다. 팀은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다운됐다고 얘기하지만, 해당 공격으로 이득 본 것은 공교롭게도 만타인 만큼 의심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타뿐만 아니라 만타가 입금돼 이더리움으로 빠져 나가게 둔 빗썸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 특히 만타 투자자 C 씨는 “평소에 빗썸은 체인이 작동 안 하거나, 에어드랍 물량이 안 들어오는 등 문제가 있으면 상장 시간을 연기했는데 상장 시간을 그대로 진행한 것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요신문이 이 부분에 대해 묻자 빗썸은 “만타 코인의 경우 국내외 복수 거래소들을 포함한 글로벌 동시 상장 건으로, 사전 일정에 맞춰 진행됐다”고 답변했다.
1월 20일 돈 세탁 의혹에 대해 만타 측은 “200만 개 물량을 빗썸으로 전송했다. 해당 자금은 곧 만타 생태계 프로젝트 투자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현지 개발자와 커뮤니티를 지원하거나 이와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곳들에 사용함으로써 한국에서 만타의 존재감을 키우게 될 것”이라면서 “현재 매각된 토큰에 관하여 자금의 집행과 세무처리 등은 현지 법률전문가의 가이드에 따라 현지 법률을 준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만타 측 답변에 대해서도 이더리움으로 출금한 순간 모순된다는 의견이 많다. 대체로 해외 프로젝트가 한국 개발팀에 지원할 때는 해당 코인을 그대로 준다. 굳이 자신의 코인을 한번에 팔아서 자사 코인 가격을 떨어뜨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인 계좌를 지원하지 않는 국내 거래소에서 개인 계좌를 빌려 굳이 이용하느니 해외 거래소를 통해 거래했으면 별문제 없이 끝날 일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빗썸 측이 만타가 대량 입고된 계좌에 대해 확인을 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해당 계좌에 대해 사전에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빗썸 측은 “해당 만타를 입고한 고객이 만타 재단 직원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 수는 없다. 다만, 이후 발행 재단과 관련이 있음이 이슈화되고 만타 재단 커뮤니티를 통해 당사 고객 계정으로 입고된 사실을 확인 후 해당 고객 계정으로의 추가 입고 건에 대해서 당사 약관에 따라 서비스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빗썸 측은 “빗썸은 내규에 따라 가상자산 입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신규 거래지원 가상자산의 경우 전체 유통량 기준으로 특정 비율 이상일 경우 출처를 소명하도록 하는데 이번 입고는 초기 유통량의 1% 미만의 수량으로 특이사항 없었다”고 말했다. 만타는 초기 유통량이 2억 5000만 개이고, 빗썸에 입금된 만타 200만 개는 약 0.8%로 아슬아슬하게 1%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답변에 대해 변창호 씨는 “빗썸 측의 내부 규정 얘기에 따르면 재단 측에서 돌발 행동을 할 경우 쉽게 우회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래소에서 자금세탁방지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빗썸이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진 주식 상장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2023년 11월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최고경영자)도 미국 정부가 제기한 자금 세탁 유죄를 인정하고 합의한 바 있다. 이때 유죄는 창펑 자오가 직접 자금 세탁을 했다는 게 아니었다. 미 재무부는 창펑 자오가 이란, 쿠바 등 미국 제재 국가 고객이 바이낸스에서 거래하는 것을 막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금 세탁을 유죄로 봤다. 미국 논리대로라면 빗썸의 자금 세탁 방지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빗썸 측은 “당사는 자금세탁방지 관련 국내 법령에 따라 회원에 대해 고객확인의무(KYC)와 의심거래보고(STR) 등 가상자산사업자로서 준수해야 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